[뉴스데일리]해경의 신속한 구조작업과 선원·승객들의 침착함이 참사 여부를 갈랐다. 24일 제주 해상에서 발생한 여객선 좌초 사고 얘기다. 2014년 4월 세월호를 연상하게 한 이날 사고는 단 한 명의 사상자도 없이 모두 구조됐다.

이날 오후 2시43분쯤 제주도 서귀포시 가파도 남동쪽 0.5㎞ 해상. 여객선 블루레이 1호(199t)의 선내 스피커를 통해 “표류 중이니 구명조끼를 입으세요”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마라도와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에는 사고 당시 승객 195명과 선원 4명 등 199명이 타고 있었다.

방송을 들은 승객들은 선원들의 안내에 따라 구명조끼를 입은 채 대기했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선체가 멈춰서는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고함을 치거나 당황하는 승객은 없었다. 승객 이상신씨는 사고 직후 SNS를 통해 사진과 동영상을 올려 당시의 급박한 소식을 알렸다. 이씨는 “표류 중이니 구명조끼를 입으라는 멘트에 다들 입고 구조선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바다 한가운데서 큰 소리 나더니 여객선 멈춤”이라고 전했다.

해경의 신속한 초동대응도 빛을 발했다. 서귀포해경은 사고를 접수한 후 3006함과 1505함 등 함정과 특공대 등을 현장에 급파했다. 사고 직후 대체 선박 2대를 긴급 투입하는 한편, 해군과 인근 어선 등에 협조를 요청해 만일의 사태에도 대비했다.

현장에 도착한 해경은 경찰관을 승선시켜 승객들을 전원 대체 선박인 송악산 10호(139t)에 태웠다. 사고 후 승객들이 1시간22분 만에 전원 귀가할 수 있었던 것도 해경과 선원 등의 신속한 조치가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승객들은 해경 측이 투입한 송악산 10호를 타고 오후 4시5분쯤 모슬포 운진항으로 이송돼 모두 귀가했다. 일부 승객들 사이에선 세월호와 전혀 상반된 현장 상황이 크리스마스 이브의 기적을 만들어냈다는 말도 나왔다.

블루레이 1호는 현장에 투입된 블루레이 2호(154t)에 예인돼 오후 4시22분쯤 입항했다. 선장 고승호씨는 사고 직후 선원들과 함께 승객들을 대체 선박에 태운 후 배에 남았다. 추후 있을 예인작업과 사고 원인조사 등에 함께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고씨는 사고 직후부터 “가파도 해역에서 좌초됐다”며 구조를 요청한 뒤 줄곧 현장을 지휘했다. 그는 “배에 물이 찬다는 보고를 듣고 무조건 인근 배에 승객들을 옮겨 타게 했다”고 말했다.

해경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현재까지 좌초 사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선체 일부인 타기실이 침수된 사실이 확인됐다. 타기실은 조타실의 명령에 따라 수동으로 타를 조종하는 곳을 말한다. 서귀포해경 소속 고규정 경위는 “경찰관이 파손된 배에 탑승을 할 때는 선미 쪽에서 물이 계속 흘러들어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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