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일리]검찰이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유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국정원장들에게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구형했다.

23일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조영철) 심리로 열린 남재준(74)·이병호(78) 전 국정원장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공여·국고등손실) 등 혐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들에게 각 징역 7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병기(71) 전 국정원장과 이헌수(65) 전 국정원 기조실장에게는 각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원종(76)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겐 징역 5년 및 벌금 3억원과 추징금 1억50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했다.

검찰은 "국고 횡령이라는 불법을 감수하면서까지 특활비를 전달하는 건 사실상 거절하기 어려운 대통령의 요구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동기를 이해하기 부족하다"며 "포괄적 편의나 국정원 및 자신에게 불이익이 생기지 않게 해달라는 기대가 수반돼 가능했다고 봐야 한다"면서 뇌물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범행의 중대성 등을 종합해 고려해달라"며 중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남 전 원장 측 변호인은 "베트남전에 참여해 큰 부상을 입는 등 나라를 위해 헌신한 원로"라며 "일흔 넘은 사람에게 수감생활은 너무 가혹하다. 무죄를 선고해주고, 설령 유죄로 판단해도 국가에 많이 헌신한 점을 참작해 달라"며 선처를 구했다.

이병기 전 원장 측 변호인은 "국정원장 예산 지원이 국고 횡령으로 유죄가 된다면, 모든 예산 집행이 잘못하면 국고 횡령이 될 수 있다"면서 "2015년 대법원 공보관실 홍보예산을 법원장 등의 외부활동에 사용한 것도 국고 횡령이다"면서 무죄를 주장했다.

남 전 원장 등은 박근혜(66)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매달 5000만원에서 1억원 상당의 국정원장 특활비를 청와대에 전달하는 등 총 36억5000만원을 박 전 대통령에게 상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조사결과 특활비는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문고리 3인방' 안봉근(52)·이재만(52)·정호성(49) 전 청와대 비서관을 통해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원에서 받은 특활비로 최순실(62)씨 등과 통화하는 차명폰 및 기치료·주사 비용, 삼성동 사저 관리비, 최씨가 운영하던 대통령 의상실 비용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내 친박 계열을 당선시킬 목적으로 불법 여론조사를 하는데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특활비가 대통령 직무 관련 대가로 지급됐다는 점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뇌물을 무죄로 선고하되, 국고횡령만 유죄로 판단해 남 전 원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에는 각 징역 3년6개월이, 이헌수 전 실장에겐 징역 3년이 선고됐다. 이원종 전 실장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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