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일리]바른미래당은 11일 전당대회 예비경선(컷오프)을 실시했는데, 국민의당 출신들이 대거 고배를 마셨다.

국민의당 출신 6명(김영환ㆍ장성철ㆍ신용현ㆍ장성민ㆍ이수봉ㆍ손학규) 중 김영환ㆍ손학규 후보만 선출됐다. 반면 바른정당 출신은 4명(하태경ㆍ정운천ㆍ이준석ㆍ권은희) 전원이 본선에 올랐다.

이번 전당대회의 변수는 안철수 전 의원 지지자들의 표심, 이른바 안심이다. 안 전 의원이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안 전 의원의 측근들은 당 대표로는 손학규 전 상임선대위원장을, 최고위원으로는 측근인 신용현 의원을 밀기로 했다.

손 전 위원장은 여유롭게 예비경선을 통과했지만, 신 의원은 고배를 마셨다.

안 전 의원 측에겐 씁쓸한 결과다. 이들이 분석하는 패배 요인은 ‘동명이인’ 효과다. 바른정당 출신인 권은희 후보를 국민의당 출신인 권은희 의원으로 알고 표를 던진 당원들이 많다는 분석이다.

실제 권은희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명이인이 출마하신 관계로 당원께서 많이 혼동하시는 것 같다”며 “신 후보에 대한 격려와 지지를 부탁드린다”는 글을 적었다.

권 후보는 여론조사 문항에 자신을 ‘19대 국회의원’으로 소개했다. 안 전 의원과 가까운 한 인사는 “‘전 국회의원’이 아닌 ‘19대 국회의원’이라고 하니 권은희 의원인 줄 알고 투표한 당원이 꽤 많다”며 “동명이인 우려가 현실화 됐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출신들의 선전에는 국민의당 후보 난립이 원인으로 꼽힌다. 당원의 4분의 3 가량이 국민의당 출신이지만, 후보 난립으로 표가 분산됐다.

반면 바른정당 측은 애초 나선 후보가 적어 표 분산이 적었다. 최근 바른정당 출신 당원들의 위기감도 한몫했다.

유승민 전 대표가 내건 ‘개혁보수’ 색채가 희미해지고, 당직자 구조조정 등에서 바른정당 출신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등의 위기론이 퍼지며 표심이 결집했다.

9월 2일 치뤄질 본선에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바른정당 출신 후보들이 더 많아진 만큼 표가 분산될 수 밖에 없다. 컷오프 결과를 지켜본 안철수 지지층의 결집도 예상된다. 특히 김영환 후보가 어부지리를 챙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1인2표제인만큼, 1표는 손 후보를, 나머지 1표를 김 후보에게 몰아주는 전략 투표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당대회에 나선 후보들은 모두 당의 화학적 결합 완성을 내걸고 있다. 하지만 수면 밑으로는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가 치열한 암투를 벌이고 있다. 다음 총선 공천권이 핵심이다.

국민의당 출신과 바른정당 출신은 지난 지방선거 때도 공천 갈등을 벌였다. 다음 총선 때도 공천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안철수 전 의원 측은 훗날 자신의 정치 복귀 기반을 생각해서라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손 후보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곧 독일로 가는 안 전 의원이 앞으로 기회를 열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달라고 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판세만 놓고 보면, 전당대회 후에도 어느 한쪽이 주도권을 잡기는 쉽지 않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3명)을 선출된다.

손 후보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바른정당 출신들의 세도 만만치 않다. 여성몫 최고위원 중 1명은 바른정당 출신 권 후보가 선점했고, 하태경ㆍ정운천ㆍ이준석 후보 중 최소 1명 이상은 당 지도부에 합류하게 된다.

당 관계자는 “당 대표가 지명하는 정책위의장과 최고위원 2명이 지도부에 추가 합류하지만, 당 화합을 내건 만큼 계파안배를 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결과적으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출신들이 지도부를 양분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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