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상납받고,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공천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1심에서 징역 8년이 선고됐다.

이 사건과 별개로 기소된 '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24년을 선고받은 박 전 대통령은 이 판결이 모두 확정되면 총 32년을 복역하게 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20일 박 전 대통령이 불출석한 가운데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국고손실 혐의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선고 공판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특활비 관련 공소 사실 중 국고손실 혐의는 대부분 유죄로, 뇌물 혐의는 무죄로 판단해 징역 6년에 추징금 33억원을 선고했다. 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이른바 '문고리 3인방' 비서관과 공모해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에게서 받은 특활비 35억원 중 33억원에 대한 국고손실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이병호 전 원장에게 요구해 이원종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1억5000만원을 지원하게 한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정원을 총괄하는 대통령으로서 예산을 목적에 맞춰 엄정하게 집행해야 함에도 국정원 자금 지원에 대해 충분히 판단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국고를 손실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또 "특활비를 사저 관리, 의상실 유지 등 사적 용도로 사용해 국가 예산 근간이 흔들렸고, 해당 예산이 국가 안전 보장에 제대로 사용되지 못해 국가와 국민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국고손실의 궁극적 책임은 박 전 대통령에게 있음에도 비서관들에게 책임을 미루고 법정에도 출석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다만 특활비가 뇌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것과 같은 취지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받은 특활비는 국고손실 횡령 공범들 사이에서 그 횡령액을 귀속받은 결과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 "국정원장들이 지급할 때 도움을 받으려 했다는 정황이 부족하고 오히려 일방적으로 사임을 통보받거나 (박 전 대통령과) 마찰을 빚은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2015년 11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실을 통해 '친박(친박근혜) 리스트' 작성과 함께 불법 여론조사를 실시한 혐의,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친박 후보를 공천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정당의 자율성을 무력화한 죄질은 결코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총선에서 유권자 의사를 왜곡하고 선거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했는데도 범행을 부인하고 단순 판세 분석 정도의 목적이라는 수긍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한다"고 질타했다.

선고 직후 검찰은 "대통령을 단순 보조하는 비서실 직원(조윤선·안봉근)이 국정원장에게서 받은 소액의 돈은 대가성이 있어 뇌물이라고 하면서, 대통령 본인이 직접 지휘 관계에 있는 국정원장에게서 받은 수십억 원은 대가성이 없어 뇌물이 아니라는 선고를 수긍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또 "1심 논리는 직무상 상하 관계에 있는 하위 공무원이 나랏돈을 횡령해 주면 뇌물이 아니고 개인 돈을 주면 뇌물이라는 상식에 반하는 것"이라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선고 후 법정 안팎에서 "인민재판 중단하라" "박근혜를 석방하라"고 외치다가 경위들에게 제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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