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 산하 재정기획특별위원회)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3일 고액 자산가 세금 부담을 확대하는 권고안을 내놓으며 문재인 정부 '부자증세'에 시동이 걸렸다.

재정개혁특위는 권고안 목표 가운데 하나로 "소득재분배 기능"을 내걸었고 이를 위해 "자산 및 자본이득 과세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과세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고액 자산가 세금 부담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내비친 것이다.

부자증세 방안으로는 ▲ 종합부동산세 정상화 ▲ 금융소득 종합과세 범위 확대 ▲ 주택임대소득세제 특례제도 정비(과세 기준액 인하) 등이 제시됐다. 우선 부동산 보유자 과세를 강화하라는 것이 재정개혁특위 권고의 핵심이다.

권고안을 보면 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 비율인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현행 80%에서 연간 5%포인트씩 인상한다.

주택 기준 과세표준이 6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금액대에 따라 세율을 0.05∼0.5%포인트 올린다.권고안대로라면 2008년 이후 큰 틀에서 10년간 유지된 종합부동산세법(종부세법)의 골격이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종부세법은 2005년 제정·시행됐다. 이후 2008년 11월 일부 규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을 거쳐 개인별 합산 과세하고 주거목적 장기 1주택 보유자를 우대하도록 같은 해 개정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종부세의 실효성을 대폭 완화하는 조치가 이뤄졌다.

종부세 부과 대상을 주택은 세대 합산 6억원 초과에서 1가구 1주택의 경우 9억원 초과로 높이고 과표에 따른 세율은 4단계 1∼3%에서 5단계 0.5∼2%로 낮췄다.특위는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자산 확대 효과에 비춰보면 세수 증가나 부동산 보유자 세 부담은 미약한 수준이며 이로 인해 시장 왜곡이 더 심각해졌다고 보고 공정시장가액 비율과 세율을 모두 인상하는 카드를 꺼냈다.

권고안대로 세제가 개편되면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했던 종부세 위력이 전보다는 강해질 전망이다.

재정개혁특위는 약 34만6천 명이 권고안 영향을 받고, 이에 따라 약 1조1천억원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다주택자는 시가 30억원 규모 주택의 종부세 부담이 최대 22.1%까지 늘어날 것으로 분석되는 등 고가주택을 보유하는 기회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금융소득자 세금 부담도 늘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개인별 연간 금융소득이 2천만원을 초과해야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소득세율로 누진 과세하는데 이 기준을 1천만원으로 낮추는 것이 특위의 권고다.

1996년 처음 시행된 금융소득종합과세는 2002년 부부합산 과세에서 개인별 과세로 전환했다.

2013년 기준금액을 4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축소했는데 이번 권고안에 따라 금융소득종합 과세가 더 강화할 전망이다.

2016년 귀속 금융소득자에게 이처럼 강화된 기준을 적용해보면 종합과세 대상자는 9만 명에서 4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재정개혁특위는 추정했다.

대상자 수를 고려할 때 영향력이 종부세 못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재정개혁특위는 금융소득의 상위층 쏠림이 심각해졌고 가계 저축률 상승으로 저축 증대라는 정책적 목표가 달성된 점을 고려해 금융소득 과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임대소득자 과세특례 축소 또는 종료를 검토하라는 권고는 부동산 투기가 횡행하는 현실을 고려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주택임대소득이 연간 2천만원 이하인 경우 분리 과세하는 기본공제는 임대소득자를 위한 지나친 혜택이라고 재정개혁특위를 판단했다.

순수 전세로 환산하면 보증금 기준 12억3천만원 수준까지 분리 과세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바탕으로 소득주도 성장을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재정개혁특위의 부자증세 구상을 실현할 수 있을지는 입법과정에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주택자나 고액 금융소득자 등 자산가 부담이 증가하는 만큼 당사자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또 세제 변화가 부동산·건설 시장에 미칠 영향과 이로 인한 경기 변화 우려 등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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