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일리]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1조원 규모의 현대자동차그룹 지분을 확보하고 출자구조 개편 추가 조치를 주문하고 나서 파장이 주목된다.

엘리엇 계열 펀드의 투자 자문사인 엘리엇 어드바이저스 홍콩은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엘리엇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3개사 보통주 미화 10억 달러(1조500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엘리엇 어드바이저스 홍콩은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계열사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8일 현대모비스의 사업 분할과 현대글로비스와의 부분 합병 등을 통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았다.

엘리엇은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의 주요 주주로 현대차그룹이 개선되고 지속 가능한 기업 구조를 향한 첫발을 내디딘 점을 환영한다"며 "출자구조 개편안은 고무적이나 회사와 주주를 포함한 이해 관계자를 위한 추가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영진이 현대차그룹 각 계열사 기업 경영구조 개선과 자본관리 최적화, 그리고 주주환원을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한 더 세부적인 로드맵을 공유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엘리엇은 "이런 사안에 대해 경영진과 이해 관계자들이 직접 협력하고, 나아가 개편안에 대한 추가조치를 제안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엘리엇이 미국과 중국에서 판매 둔화에 시달리는 현대차에 과제를 추가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뉴욕 현지 앨리엇 측의 마이클 올루니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과 관련 "자료에서 밝혔듯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조치를 환영한다"며 "다만 (회사 측이) 지배구조 개편 계획에 대한 더 나은 로드맵을 제시해야 하며 경영진과 협의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엘리엇은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선 "현재로선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기 어렵지만, (할 말이 있을 때) 다시 공개하겠다"고 말해 후속 발표를 예고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현대차 3사의 주식을 모두 합쳐 1.4% 정도 보유하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소수 지분을 보유한 엘리엇이 올해 추가로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전체적으로 소수 지분에 그친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임시 주주총회는 5월 29일 예정돼 있다.

합병은 주총 특별결의 사항으로 참석 주주의 3분의 2 찬성,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으로 통과된다.

현대모비스 주주(보통주) 구성을 보면 작년 말 기준 기아차 16.88%, 정몽구 현대차 회장 6.96%, 현대제철 5.66%, 현대글로비스 0.67%, 자기주식 2.72%, 기타주주 67.11% 등으로 돼 있다.

미국의 억만장자 폴 싱어가 운영하는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했으며 2016년에는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하고 사업회사를 미국 나스닥에도 상장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35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엘리엇 입장이 전해진 후 이날 개장한 증시에서 오전 9시 55분 현재 현대차(3.95%), 기아차(2.83%), 현대모비스(2.94%) 등 현대차 3사를 비롯한 현대차그룹주가 동반 상승했다.

일단 시장에선 엘리엇의 이번 반응이 과거 삼성 계열사에 대한 주주 행동에 나설 때와 달리 개편안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소수 지분을 보유한 헤지펀드 성격상 지분 경쟁은 어렵고 어느 정도 주가를 띄우고 차익을 내려는 목적이 크다는 점도 투자심리에 작용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투자자 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국내외 주주들과 충실히 소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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