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성 신임 헌법재판소장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취임식서 취임사하고 있다.

[뉴스데일리]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은 27일 자신의 취임식에서 "우선 가장 오래된 사건을 비롯한 주요 사건의 균형 잡힌 해결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등 헌법재판관 및 소장 공백으로 그동안 적체됐던 주요 사건에 대한 해결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체복무 조항이 없는 병역법을 문제삼은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입법부작위 위헌 확인' 사건은 2011년 6월 접수돼 최장기간 미제사건으로 꼽힌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 등 위헌소원' 사건도 아직 심리가 진행 중이다.

이 사건에 대한 헌재 결정은 지난해 말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으로 미뤄졌고, 이후에도 8인체제가 지속되면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 소장은 지난 청문회에서 "양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처벌도 감수하는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심의 자유와 같은 인간의 본질에 속하는 영역과 관련된 자유는 그 폭을 넓게 보호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대체복무제의 필요성에도 공감할 수 있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이 소장은 이날 오전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단 하루를 근무하더라도 6년을 근무하는 것처럼 제 책무를 다 하겠다"며 "시간의 길이보다는, 시간의 깊이로 기억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소장은 "우리는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에 매몰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며 "나무를 보다가 숲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대립하는 헌법적 가치를 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 헌법재판소'라는 목표도 제시했다. 그는 "우리 재판소의 30년 역사는 진정 자랑스럽다. 그렇지만 우리가 혹시 '그들만의 리그'에 있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봐야 한다"며 "선례를 존중하면서도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다 과감히 선례의 정당성을 의심하는 데서 출발해서 우리 앞에 놓인 헌법적 쟁점을 해결해야 한다"며 "법적 쟁점뿐 아니라 다방면의 자료를 토대로 법익의 균형에 중점을 두어 풍부한 토론을 할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소장은 "헌법재판소는 진정한 민주국가를 향한 온 국민들의 염원 속에 탄생했고, 수많은 결정을 통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켜왔다"며 "소장 공백 기간 동안 상처 받은 우리의 자긍심을 회복시키는 소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소장을 비롯해 김이수·강일원·안창호·김창종 등 5명의 재판관 임기는 내년 9월19일까지다. 헌재 관계자는 "과반의 재판관 임기가 내년에 끝나는 만큼 그 이전까지 주요사건을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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