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뉴스데일리]범여권의 유력 대선 잠룡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5일 개헌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고리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각을 세우며 양강 구도 정립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평택 제2함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사드 문제에 대해 "한반도 현실이 거의 준전시 상태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조치를 취한 것은 마땅하다"며 정부·여당의 사드 배치론을 지지했다.

또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귀국 후 처음으로 개헌 필요성을 직접 언급했다.

이는 정치권에서 찬반 양론이 뚜렷하고 휘발성 짙은 개헌과 사드 문제에 대해 문 전 대표와 상반된 견해를 밝힘으로써 대선 구도를 '반기문 vs 문재인'의 대결로 몰고 가려는 행보로 받아들여졌다.

지난 12일 귀국 일성으로 '정치교체' 프레임을 내걸고 '정권교체'를 앞세운 문 전 대표를 겨냥한 데 이어 두 번째 정면충돌인 셈이다.

문 전 대표는 차기 정부에서 사드 배치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범여권과 야권 일각의 대선 전 개헌론에 맞서 대선 후인 2018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 전 총장의 이날 발언은 문 전 대표를 정조준하는 동시에 스스로 자신을 '진보적 보수주의자'로 규정한 것처럼 보수와 중도층 규합에 본격적인 시동을 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드 배치 찬성 입장을 밝힌 것은 보수층 표심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또 '천안함 피격 사건'의 상징적 공간인 경기도 평택 제2함대를 방문한 것 역시 보수 진영의 '안보 감수성'을 의식한 것으로 여겨진다.

헌법 개정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개헌론을 확산시킴으로써 여야 정치권에 퍼져있는 개헌파와의 연대를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개헌파들이 반 전 총장의 귀국 이후 개헌을 고리로 '제3지대'를 형성해 '반문(반문재인) 연대'를 구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반 전 총장이 이에 화답함으로써 개헌론과 문재인 고립 전략에 탄력을 붙였다는 얘기다.

현재 범여권인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이 대선 전 개헌을 주장하고 나섰고, 야권 내에서도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 손학규 전 의원 등이 대표적인 개헌파로 통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당분간 기성 정치권과의 접촉을 삼가며 '국민대통합' 행보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르면 설 전이라도 개헌을 고리로 '제3지대' 인사들의 회동이 성사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반 전 총장이 문 전 대표와의 정면 대결을 벌이겠다는 의지는 향후 일정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반 전 총장은 오는 16일 부산행에 올라 유엔 기념공원과 자갈치 시장을 방문한 뒤 17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한다.

부산은 문 전 대표가 인권변호사로 활동하고 국회의원에 당선된 곳이어서 문 전 대표의 '안방'과도 같은 곳이다.

또 17~18일에는 호남을 찾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팽목항 방문, 국립 5·18 민주묘지 참배 등에 나선 뒤 여권의 전통적 텃밭인 대구를 방문한다.

귀국 직후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 묘역을 전부 참배한 데 이은 화합 행보를 이어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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