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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투명사회로 가는 길목
편집부  |  newsdaily1@newsdail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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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0.18  00: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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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 준호 상임대표.

[뉴스데일리]#1. 올해 지방대학을 졸업하는 딸이 있는 지역의 유지이다. 부모님 덕분에 땅 유산도 제법 받았다. 의원 배지도 달았다. 지역의 각종 행사가 있으면 늘 초대도 받고 때때로 기부금도 낸다. 지역의 체육회 후원회장도 맡고 있다. 말만 하면 지역의 시설공단에 딸을 취업시키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데…

#2. 애지중지 키운 외동아들이 얼마 전에 군 입대를 한 대학교 선배 동문이다. 행정기관의 고급 공무원 신분이어선지 동문회의 이사도 하고 있다. 그의 아들은 지금 신병 훈련을 받고 있다. 절친한 후배 동문인 군 간부에게 아들이 훈련이 끝나면 후방 좋은 자리에 배치해 달라고 마음먹었던 참이었는데…

#3. 공기업에 다니는 고위직 간부이다. 종친회에 자주 나가지는 않지만 종친회 소식은 사촌 형님을 통해 가끔 듣고 있다. 그 형님이 직장을 정년퇴직하고 가구제조업의 임원으로 일하게 되었다며 더운 여름에 인사를 찾아 왔다. 기회가 되면 우리 회사에 납품을 할 수 있게 해주려고 하는데…

#4. 남들은 부러워하는 공무원이지만 적성이 맞지 않다고 그만 둔 후배가 고급 한정식 식당을 개업했다. 당연히 공직자 선후배들이 회식을 할 경우가 있으면 자주 이용했다. 그런데 청탁금지법 시행을 앞둔 두 달 전부터 손님이 줄었다. 손님들은 저가의 메뉴에만 관심을 갖는데

#5. 어느 교수의 얘기이다. 성실하기로 소문이 난 그 교수는 신앙심도 깊어서 교회에서 차량봉사도 하는 안수집사이다. 그런데 지방에 계신 어머님의 건강이 안 좋아서 종합검사를 받으니 큰 병원에 가서 수술을 하라고 한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10월 들어서 같은 교회에 다니는 대학병원의 의사에게 말해 바로 수술을 받고 싶은데…

지금까지는 위의 사례들이 모두 쉽게 통했다. 그런데 이제 9월 28일부터는 어렵게 됐다. 이런 행위들은 부정청탁이라고 해서 청탁을 들어주는 사람은 2년 이하의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 청탁을 하는 사람도 과태료를 내야 한다.

과태료와 형사처벌을 받는 것만이 아니라 청탁금지법 제21조에 의해 소속 기관에서는 자체 징계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사실상 직장도 그만둬야 한다. 의원의 신분도, 공무원의 신분도, 공기업의 좋은 직장도, 교수직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청탁금지법을 적용하는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공직자는 그리 많지 않다. 통계적으로 전체 취업자의 10%를 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면 일상생활에서 90%의 보통 사람들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공정하지 못한 그들만의 부정청탁의 행위로 더 치열한 경쟁을 겼어야 했고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취업을 위해 더 목을 걸어야 했고, 군대에 가서는 좋은 보직에 대한 기대를 접으며 병영생활을 해야 했고, 입찰 경쟁에서는 밀려야 했으며, 외식업계의 영세업자들은 부익부 빈익빈을 쳐다보아야 했다. 심지어 병원에서는 명의의 수술날짜를 기다리다가 돌아가지나 않나 하는 조바심을 가져야 했다.

그러나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는 세상에서는 그런 일들이 없어진다. 모든 국민이, 모든 시민이 법 앞에 평등해 진다. 소위 빽 있고, 돈 많은 사람들이 새치기하는 일들이 없어진다. 그렇게 하루아침에 변모하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바로 지금 그 길목에 서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듯이 우리 사회도 10년이면 변할 것을 기대한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린다면 우리가 청렴사회에 대한 열정을 모으면 생각보다도 그런 사회는 빨리 올 수도 있다. 민주주의의 꽃이 피기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기를 바라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우리이었지만 이제는 공개된 장소에서 ‘대통령 아웃’이라는 피켓을 들 정도로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지 않는가? 2002년 월드컵 축구에서는 4강까지 올라가는 기염을 토한 적도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청탁금지법 시행을 계기로 부패한 나라에서 청렴한 나라로 변모해 간다면 정의롭고 행복한 사회를 이룰 수 있다. 연줄(혈연·지연·학연·직연·종연)과 돈줄에 의한 청탁문화와 접대문화만 바꾸면 된다. 연줄이 튼튼한 사람들과 돈이 부유한 계층에서는 청탁금지법이 불편할 것이다.

언론, 특히 신문에서는 요즈음 그런 사람들만이 전부인 듯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독자층이 주로 그런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가 않다. 민심을 읽을 수 있는 댓글을 보면 알 수 있다. 여기에는 우리 사회의 진보와 보수도 없다. 한결같은 목소리가 있다. 얼마나 청렴하고 투명한 사회를 갈망하는가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대한민국이 성숙한 선진문화의 국가로 발전해 가려면 미래가, 비전이 있어야 한다. 금수저, 흙수저라는 비아냥거리는 것도 알고 보면 부패를 단죄하라고 하는 저항의 표현이다. 그렇다고 하면 부정청탁과 금품 수수에 의해서가 아니라 실력으로 취업하는 사회, 좋은 품질의 상품과 서비스로 납품하는 사회, 유전무죄가 아니라 유죄유벌하는 사회, 공평하게 세금을 내는 사회, 특권과 특혜가 없이 항시 누구나 줄을 서는 사회, 가정이 회복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다행히 그런 희망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9월 28일이 불과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식사와 술자리가 줄어들었고, 사은회가 간소화 됐고, 학교에서는 학부형들에게 빈손으로 오시기를 신신 당부하고 있고, 행정기관의 공직자들은 민원인들과 식사하는 것을 무척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로 변화했다. 이런 요즈음 누가 예전처럼 공직자에게 인허가 부정청탁을 하고, 이력서를 내밀며, 꽃보직을 달라고 요청하겠는가?

아직은 불편하고 익숙하지 않더라도 조금만 지나면 곧 우리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청탁금지법은 우리 모두가 정의롭고 행복한 사회로 들어가려는 길목에서 우리가 꼭 잡아야 착한 법이다.

필자:송준호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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