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박인비 선수.
[뉴스데일리]박인비는 21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 골프코스(파71·6245야드)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여자 골프 4라운드에서 5언더파를 추가해 최종합계 16언더파 268타로 2위 리디아 고(뉴질랜드·11언더파 273타)를 5타차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통산 17승에 메이저 7승, 커리어 그랜드슬램, 명예의 전당 입성까지, 골프 선수로서 모든 것을 이룬 박인비지만 이번 대회에서 그의 우승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잘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오히려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컸다. 그도 그럴 것이 박인비는 이번 대회 출전 여부조차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박인비는 올 시즌 초반 등부상으로 한 달 정도 결장을 했고, 이후로는 왼손 엄지 부상으로 고전했다. 5월 말에 투어에 복귀했지만 2개 대회 연속 중도에 기권을 선언했다. 명예의 전당 입성이 확정된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는 컷탈락 했고, 이후 한달간의 휴식을 결정했다. 국가대항전 인터내셔널 크라운과 메이저대회 US 여자오픈도 모두 결장했다.

부정적인 관측들이 이어졌다. '사실상' 올림픽 출전이 어려워졌다며 박인비의 올림픽 불참을 기정사실화 하는 기사들도 나왔다. 박인비가 2세 계획을 가지고 있어 부상과 관계없이 올림픽에 나서지 않는다는 루머까지 나돌았다. 박인비 측은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고 했는데 부정적인 전망이 많아 아쉽다"며 한숨을 쉬었다.

박인비는 올림픽만을 바라보고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국내로 돌아와 치료와 함께 연습 라운딩을 돌며 준비했다. 그리고 올림픽 출전 엔트리가 확정되기 하루 전날인 7월11일, 박인비는 전격적으로 올림픽 출전 선언을 했다. 많은 이들의 예상을 뒤엎은 결정이었다.

출전 선언 이후로는 성적에 대한 우려가 이어졌다. 박인비는 공백기 이후 첫 출전이었던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컷탈락했다. 박인비가 "감을 잡는 대회였다. 더 나아질 것이다"고 했지만 시선은 곱지 않았다. "몸이 완벽하지 않은데 출전을 강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박인비는 출국 전 기자회견에서도, 리우 도착 후에도 줄곧 "기왕이면 금메달을 걸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객관적인 판단으로도 두 달간의 실전 공백에 복귀 첫 경기 컷탈락을 한 박인비를 '금메달 후보'로 꼽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래도 박인비는 담담하기만 했다. 그는 "어느 때보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다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티오프. 박인비는 필드 위에서 모든 것을 증명했다. 모든 우려와 '과한 걱정'을 덮었다. 올 시즌 제대로 경기를 하지못한 '한풀이'라도 하듯, 전성기 박인비의 그 모습 그대로를 보여줬다.

박인비는 1라운드부터 '노보기'에 5언더파를 치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였다. 2라운드에서도 역시 5언더파를 추가하면서 단독선두에 나섰다. 3라운드에서는 강한 바람에 많은 선수들이 고전하는 상황에서도 한 타를 줄였다. 2타차 선두로 시작한 마지막 4라운드에서는 초반부터 버디 행진을 벌이며 추격그룹의 전의를 상실케했다.

강한 바람과 '샌드벨트'로 일컬어지는 많은 벙커, 최근 감각이 최고라는 리디아 고, 아리야 주타누간. 어떤 것도, 그 누구도 박인비를 막을 수 없었다.

116년만에 돌아온 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의 주인공은 박인비였다. 박인비의 금메달이 특히나 값진 이유는 그 과정 때문이다. 박인비는 부상과 실전 감각 부족, 주변의 의구심까지, 모든 부정적인 요소들을 오로지 실력 하나만으로 극복하고 정상의 자리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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