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일리]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주총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법적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삼성물산 측이 처음으로 합병의 근거가 된 구체적 데이터를 제시하며 반박에 나섰다.

삼성물산은 10일 자사의 주가가 낮은 시점을 고의로 선택해 합병 비율을 불리하게 결정했다는 엘리엇 측의 공격과 관련해 대형 건설업계의 공통된 미래 불확실성이 합병 판단의 근거로 작용했다는 내용의 입증 데이터를 제시했다.

삼성물산이 구체적인 주가·자산 지표를 내세워 엘리엇 측의 주장을 반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 달 17일 양사 합병에 관한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우호세력을 규합하기 위한 지분 대결이 치열해지는 양상에서 삼성물산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행보다.

삼성물산은 앞서 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하면서 합병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지난 4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비율은 자본시장법상 규정에 따라 결정됐으며 시장이 평가한대로 합병비율을 적용한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삼성물산 측은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합병을 결정한 것은 주가가 최저점인 시점을 택한 게 아니냐는 의문에 대해 "PBR이 1에 미달한 것은 지난 수년간의 건설 경기 침체와 업황 회복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 따른 주가 하락에 원인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눠 주가와 주당 순자산(자본금과 자본잉여금·이익잉여금 합계)을 비교하는 지표다.

삼성물산에 따르면 2015년 1분기 기준 국내 대형건설사들의 PBR은 삼성물산이 0.67배이고 GS건설 0.61배, 현대건설 0.81배, 대림산업 0.50배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대형건설사 대다수가 PBR이 1에 미치지 못하는 극도의 업황 부진 상황에 빠져있다는 데이터다.

삼성물산은 "이같은 미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합병을 통해 사업 시너지를 내고 효율을 제고해 회사 가치를 높이는 것이 주주들을 위해 더 바람직한 것이라고 판단해 합병을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계사 지분을 많이 보유한 지주회사의 경우도 시장에서는 순자산가치를 평가할 때는 상당한 폭으로 할인된 가치를 적정주가로 판단한다. 이는 상대적으로 매매가 자유롭지 못한 관계사 지분의 특성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2015년 1분기 LG의 PBR은 0.85배, CJ는 0.56배 정도인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엘리엇은 전날 "합병안이 명백히 공정하지 않고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며 불법적이라고 믿는 데 변함이 없다"며 "합병안이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삼성물산과 이사진에 대한 주주총회결의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법적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