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일리]프랑스 절대왕정 시대에서 왕과 왕비들은 자신만의 굽 높은 구두를 만들어 신고 귀족들 앞에서 뽐내길 즐겨 했다. 특히 루이 14세는 자신의 다리에 푹 빠져 수백, 수천 켤레의 구두를 구입해 신고 베르사이유 궁전 안의 귀족들을 압도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신었던 왕족들의 구두는 점차 높아지고 화려해져 오늘날 하이힐의 원조가 되었다.

하이힐은 다리의 각선미를 살려주기 때문에 여자들의 자존심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보도블럭에 굽이 콕콕 박히면서도 가냘픈 구두에 두 다리를 위태롭게 지탱하고 있는 여성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굽 높이가 10cm이상의 넘나드는 킬 힐이 다리 건강에 가져다 주는 위험을 간과하고 무리하게 착용하다간 그야 말로 아찔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 킬 힐, 그 매력만큼 똑똑하고 건강하게 신는 법을 알아보자.
 

하루 종일 발을 죄이는 구두가 하지정맥류 등 다리 혈액순환 장애 불러와

하이힐을 하루 종일 신고 있으면 저녁에 다리가 퉁퉁 붓는 증상을 경험할 수 있다. 이는 하지정맥류의 초기 신호로, 장시간 하이힐을 착용할 경우 다리 정맥 속 혈압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혈관이 강한 압박을 받아 혈액순환의 장애를 가져와 하지정맥류가 발생하게 된다. 하지정맥류는 초기에는 붓거나 쥐가 나는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다가 피부 표면 아래로 울퉁불퉁 혈관이 튀어나오고 심해지면 피부색이 검게 변해 미관상으로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

하이힐을 자주 신는 여성뿐만 아니라 많은 여성들이 착용하고 있는 보정속옷, 스키니진, 부츠도 2030대 여성의 하지정맥류 증가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다. 따라서 하복부를 조이는 역할을 하는 신발이나 의상의 반복적인 착용을 피하고 규칙적으로 가벼운 운동과 식이조절을 병행해 원활한 혈액순환을 도와야 한다. 

특히 하지정맥류는 한번 발생하면 자연적인 방법으로 치유되지 않으므로 초기에 검사를 받고 미리 관리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무릎이 아프고 다리와 허벅지에 혈관이 푸르게 비치기 시작해 하지정맥류가 의심되는 경우 하지정맥류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강남연세흉부외과 김재영 원장은 “여성들은 하얀 피부에 혈관이 비치는 것으로 오해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고 남성들은 운동으로 생긴 힘줄이라고 오인하기 쉽다”며 “무조건 방치하면 피부염이나 궤양을 유발하고, 심하면 심장과 폐의 주요 혈관을 막을 수도 있으니 빠른 치료가 우선이다.”고 조언했다.

하지정맥류 치료는 비교적 간단해 환자의 부담이 적다. 하지정맥류 증상 초기에는 주사를 놓는 방법인 혈관경화요법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혈관을 굳게 만드는 주사 요법으로 혈관을 보면서 정확하게 주사할 수 있어 재발의 우려가 없다. 증상이 심해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에도 레이저 수술이 가능해 흉터가 남지 않고 통증이 적어 당일 퇴원이 가능하다.

김재영 원장은 “하지정맥류 예방을 위해선 걷기, 수영, 요가, 스트레칭 등 혈액순환에 좋은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전하며 “비만은 혈관에 압박을 주기 때문에 적정 체중을 유지하도록 하고, 염분이 많은 음식은 혈관을 약하게 하므로 싱겁게 조리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통풍 안 되는 습기 찬 구두는 무좀균의 온상

킬 힐은 발을 조이는 데다 굽이 높아 하중이 앞쪽으로 쏠리면서 통풍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무좀균이 번식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한다. 구두를 번갈아 신지 않으면 무좀균은 더욱 활발히 각질을 분해하면서 이소발레릭산이라는 악취성 화학물질을 분비해 발 냄새까지 유발한다. 무좀균은 한번 시작되면 완치가 어려우므로 신문지나 커피가루를 이용해 구두 속 냄새와 습기를 제거하는 방법이 좋다. 또한 발이 젖은 상태에서 구두를 착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좀뿐만 아니라 굽이 높고 앞 코가 좁은 신발을 자주 신게 되면 발 모양을 변형시키는 무지외반증으로 고생할 수 있다.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의 부인인 빅토리아 베컴 또한 하이힐을 고집하다가 무지외반증 판정을 받았다. 무지외반증이랑 엄지발가락의 관절이 밖으로 휘는 질환으로, 체중이 무겁거나 관절염이 있는 사람은 더욱 쉽게 질환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앞 코가 약간 여유 있는 구두를 신어야 한다.

굽 높이가 높아질수록 고통 호소하는 척추와 관절

무리하게 높은 킬 힐을 신으면 높은 굽으로 인해 몸의 중심을 잡기 위해서 상체가 평소보다 뒤로 과도하게 젖혀진다. 허리는 들어가고 엉덩이는 뒤로 빠지는 모습을 보여 S라인을 돋보이게 해줄 수 있지만 배를 앞으로 내밀기 쉬운 자세가 계속 유지되어 척추의 곡선이 점점 앞쪽으로 휘어지게 한다. 척추가 휘어지면 허리나 엉덩이 등이 긴장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통증이 유발되고 다리와 발목에 반복적으로 부담을 가해 무릎관절의 연골이 약해질 수 있다.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의 경우 사무실에서는 낮은 굽의 구두를 신어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과 긴장을 덜어주는 방법이 좋다.

발과 다리 건강을 위해 생활 속에서 예방하는 습관이 최고

강남연세흉부외과의 김재영 원장은 “되도록 하이힐을 무리해서 오래 신지 않도록 하고 일정 시간에 한번씩 발가락 스트레칭을 해주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하며 “특히 요즘은 4계절 내내 부츠를 신고 다니는 여성들이 많은데, 높은 굽의 꽉 끼는 부츠는 다리 전체의 혈액순환을 방해하므로 종아리 둘레가 1~3cm 정도 여유가 있고 발목이 편하게 움직이는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구두의 밑창을 푹신하게 해주거나 굽을 자주 갈아서 양 쪽 굽의 높이를 최대한 맞춰주는 방법으로 손쉽게 신체의 불균형이 초래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올려 쉬거나 다리 마사지 등으로 발과 다리의 피로를 풀어주는 방법도 다리의 부종을 예방할 수 있어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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