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검찰청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13일 중요 사건 수사에 협의회를 도입하고 검찰 중간간부들에게 직접 중요 수사를 담당하게 하는 등 수사 방식과 체계를 개편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김진태(60·사법연수원 14기) 검찰총장이 “검찰의 역량을 국민이 필요로 하는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검찰 수사 방식의 새 청사진으로 보인다. 개선 방안은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에서 먼저 실시된 뒤 조만간 전국 검찰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이 이날 발표한 개선 방안에 따르면, 검찰이 폭넓은 의견 수렴과 검토가 필요한 중요 사건을 수사할 때에는 수사팀 외에 별도로 특수, 공안, 형사 등 개별 사건의 특성에 맞춰 수사 경험이 풍부한 5~7명의 부장검사가 참여하는 ‘수사협의회’를 구성하고, 협의회에서 법리와 증거 판단, 기소·불기소, 신병 처리 결정 등 주요 쟁점이나 사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검사장-차장검사-부장검사-주임검사’로 이어지는 기존 수직적 지휘·결재 라인 외에 다양한 경력을 가진 중간간부들의 의견을 수평적 관계에서 수렴하고 반영함으로써 더 신중하고 객관성 있는 결론을 도출하겠다는 취지다. 김 총장은 지난 2일 취임식에서 “수사는 결과뿐만 아니라 절차와 과정까지도 항상 정의로워야 한다.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일수록 구성원들의 중지를 모으고 국민의 뜻을 잘 살펴 결정하는 투명한 사건 처리 시스템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단독 판사보다는 세명의 판사가 모여 사건을 논의하는 합의부 재판이 오류 가능성이 적은 것처럼 이같은 제도의 틀을 짜놓으면 검사들이 부담 없이 테이블 위에 모든 안건을 올려 놓고 같이 머리를 맞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부장검사만 돼도 직접적인 수사 업무에서 손을 떼고 후배 검사들의 수사를 지도 및 결재만 하는 기존 업무 관행에서 벗어나 부장검사나 차장검사도 주임검사를 맡아 사건을 직접 처리하는 ‘중간간부 직접 수사’ 방안을 시행한다. 사회적 파급 효과가 큰 관심 사건이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 등은 원칙적으로 부장검사나 차장검사를 주임검사로 지정해 직접 책임을 지고 수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주요 사건이 아니더라도 검찰 중간간부들의 수사 감각을 유지시키기 위해 일반사건도 정기적으로 배당해 처리하게 할 방침이다. 경찰 송치사건과 고소·고발 사건 등을 처리하는 형사부는 ‘수사 종료 후 부장 결재’라는 기존 관행을 깨고 주요 사건에 대해서는 배당 전에 부장검사가 먼저 기록을 검토하는 등 수사 초기부터 실질적으로 지휘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국민참여재판 등 중요재판에는 공판부장검사가 공판에 직접 참여하는 등 중간간부들의 공판 활동도 강화할 예정이다. 김 총장은 취임사에서 “경륜과 실력을 갖춘 기관장과 중간간부들이 후배 지도와 감독에만 그치지 않고 솔선수범해 직접 사건 수사에 나설 때 검찰의 많은 난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체 검사 1909명 중 일선 검찰청에 근무하는 중간간부는 차장검사 32명과 부장검사 170명 등 모두 202명(10.5%)이다. 이밖에도 서울중앙지검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고품격 수사를 하기 위해 광범위한 압수수색과 ‘별건수사’, 피의사실 유출을 통한 당사자 압박, 합리적 이유 없는 장기간의 수사 등을 지양하고, 인권을 보장하는 ‘최소침습(minimum invasion) 외과수술식’의 인지 수사를 펼쳐나가기로 했다.

‘김진태식 개혁안’에 대한 검찰 안팎의 평가는 일단 합격점이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평검사는 “수사의 베테랑인 선배 검사들이 부장검사만 되면 일선 수사업무는 손을 놓아 버리기 때문에 검사들의 업무 부담이 과중해진 측면도 있는데 앞으로 부장검사들이 사건을 자세히 봐주고 직접 수사에 나서면 일선 검사들의 사건 부담이나 처리 시간이 훨씬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지역의 한 검사도 “주임검사나 지휘·결재 라인에 있는 사람들은 운명공동체와도 같아서 객관적인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기 어려운 점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해당 사건에서 떨어져 있는 다른 부장검사나 간부급 검사들이 모여 논의를 하고 조언을 해준다면 사건 처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에도 공소심의위원회 등 비슷한 제도가 운영됐지만 당시에는 ‘검사면 스스로 알아서 책임지고 결정해야 한다’는 내부 분위기로 실제 제도 이용률은 저조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그런 시대도 지났고 여러 의견을 모아서 듣는 시스템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선의 한 중견 검사는 “기본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긴 하지만 부장검사의 지휘·감독이 지나치게 강화되면 독립기관인 개별 검사들의 자율성과 재량이 줄어들고 자칫 부장검사의 의견대로만 사건이 진행되거나 반대로 검사들이 부장검사에게 의존하려는 경향이 생길 우려가 있다”며 “이런 부분만 조심한다면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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