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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 천태만상 보인 새해 예산안 처리 유감국회의원 기득권 강화와 사회 약자 벼랑 끝 모는 야합예산이 ‘안철수 현상’ 구현인가
박한명  |  hanmy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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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1.05  18: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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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룩도 낯짝이 있다는 말이 있다. 새해 예산안을 놓고 국회가 벌인 온갖 구태를 보면 도대체 이 사람들이 불과 수일 전까지 국민이 지켜봤던 그 사람들이 맞는지 어안이 벙벙해진다. 안철수 현상을 통해 최후의 심판대에 올랐던 그 사람들이 과연 맞는지 다시 한 번 눈을 비비게 된다. 아무리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지만, 대선이 끝난 지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았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구태를 벗겠다는 약속 하나로 선택 받고, 심판 받았던 사람들이 벼룩의 양심정도만 있었더라도 이렇게 뻔뻔할 순 없는 노릇이다. 벼랑 끝에서 건져놓았더니 누구 말대로 국민 알기를 홍어 뭣같이 알지 않고서야 이럴 순 없다.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법을 어기고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 넘기기를 밥먹듯해오던 것도 이젠 우스웠던 모양이다. 구태의 전형인 예산안 늑장, 졸속처리 꼬락서니 행태는 아예 해를 넘기는 일이 됐다. 이 과정에서 온갖 편법과 기회주의가 동원돼 자신들의 지역구 예산을 조금이라도 많이 챙기겠다는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정쟁을 할 땐 멱살잡이는 물론 온갖 인신비방 고소고발을 남발하면서 상대방을 타도할 원수로 여기던 여야의 예산안 처리 주역들은 야합으로 탄생한 누더기 예산안을 처리하자마자 따뜻한 남미와 아프리카로 떠났다. 처리할 때도 고급 호텔 밀실에 모여 자기들끼리 쑥덕쑥덕 처리하더니 그것도 부족했던 모양이다. 국민세금 1억 5천을 들여 따뜻한 남미와 천연풍광의 그림 같은 아프리카로 ‘예산심사 시스템 연구’하겠다며 떠났다. 국민을 바보 취급한 것이다.

좋다. 그들은 원래 다 그런 사람들 아니겠냐고, 냉소적으로 세상이치가 그런 것 아니겠냐고 치자. 그럼에도 이 점만큼은 눈에 핏발이 서는 건 어쩔 수 없다. 복지가 시대적 요구이자 양극화 해소는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해 필수불가결하다고 그렇게 외쳤던 자신들의 얼굴에 오물을 끼얹는 행태 말이다. 이들은 빈곤에 시달리는 극빈층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의료비 보조 예산을 3천억원 가깝게 뭉텅이로 잘라버렸다. 자신들 지역구 생색내기용 예산은 1천억원 가까이 증액시키는 대신,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 받는 우리 사회 약자들이 병원 한 번 가는 것도 망설이게 만들었다. 극빈층에 대한 의료비 보조 예산 삭감은 이들에게 돈을 받을 수 없는 병원들의 보이지 않는 차별로 나타나게 된다. 양극화 해소는커녕, 삶의 한 줄기 끈이라도 잡아보려는 이들을 절망의 나락으로 몰아넣는 짓이다. 이러고도 복지국가를 꿈꾼다고 말할 수 있나. 그들에게 국가가 국민을 버리지 않는다는 희망을 줄 수 있나.

국회의원 연금 예산안 통과는 국민에 대한 전면적 배신의 전주곡

반면 우리 사회 대표적 기득권자의 현실은 어떤가. 단 하루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도 65세 이상이 되면 월 120만원씩 지급받게 되는 의원연금 예산안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의원연금 문제는 자신들이 특권을 내려놓겠다며 작년 내내 국민에게 약속하고 스스로 내세웠던 개혁대상 1호였다. 다른 건 못 지켜도 최소한 저 약속만은 지키겠지 했던 국민의 예상을 여지없이 간단히 깨버린 셈이다. 알다시피 일반 국민이 월 120만원의 연금을 받기 위해선 월 30만원씩 30년을 꼬박 부어야 겨우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그 돈을 붓기 위해선 누군가는 허리가 휘도록 노동을 하고 누군가는 밤을 세며 서류를 뒤적여야 하며 또 누군가는 목숨까지 걸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그렇게 해서 미래를 대비한다. 그런데 대한민국 1% 특권층인 국회의원들은 기득권의 줄을 타고 올라가 단 하루만 앉았어도 이 돈을 쉽게 받는 것이다. 수조원대의 자산가인 의원이나 마이너스 재산의 의원이나 똑같이 받는다. 보편적 복지가 뭔지 특권층이 먼저 국민에게 보여주기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복지 포퓰리즘이란 게 딴 게 아니다. 복지란 이름과 명분을 뒤집어 쓴 정책들이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구제하지 못한 채 이들을 더 절망에 빠뜨리면서 사회 양극화 현상을 전혀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서도 복지만능주의의 위선적 행태로 사회가 점점 더 왜곡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런 사회가 우리 국민이 바라는 사회가 아님은 너무나 분명하다. 이런 사회를 바라고 경제민주화를 지지하는 것이 아님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박근혜 당선인이 대선 막판 무분별하게 달려가던 경제민주화를 수정한 것이나, 사회의 안정적 개혁을 바라는 50대 다수가 브레이크 없이 달려가던 경제민주화, 복지경쟁에 현실적 브레이크를 건 박 후보를 선택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국회는 앞으로 노인들의 지하철 무료 승차제를 폐지한다거나 연령을 높이겠다는 주장, 기초노령연금제의 타당성 문제를 검토하겠다는 등의 주장을 하기 전에, 먼저 자신들의 의원연금제부터 폐지하거나 손 본 뒤 꺼내들어야 한다. 안 그래도 오만가지 특권을 누리는 이들에게 또 다른 특권을 주는 비정상적이고 오만한 행태를 고치지 않고서 국민에게 고통과 인내를 먼저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게 뻔뻔한 것이다. 국방예산을 삭감하면서 안보를 강조하는 위선, 복지를 떠들면서 복지가 가장 필요한 사회 극빈층을 절망의 늪으로 떠미는 행태, 특권층의 기득권에 철갑의 테두리를 치며 보호하는 극단적 이기심, 반값등록금, 무상보육과 같이 선거 때 이슈가 됐던 부분들만 겨우겨우 챙기는 얄팍한 행태 이 모든 것들은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하는 진짜 복지 사회와 거리가 먼 것이다. 복지 포퓰리즘으로 망해 가는 다른 국가들의 전철을 밟는 길이다.

제구포신 무색한 국회의 구태, 박근혜 당선인은 국민에게 한 약속 의지 다잡아야

새해 예산안 처리에서 보여준 국회와 정치권의 모습은 실망 그 자체다. 묵은 것을 제거하고 새로운 것을 펼쳐내야 할 '제구포신(除舊布新)'이란 사자성어가 무색할 정도다. 특히 새누리당 박근혜 당선인은 기득권 포기와 정치쇄신으로 상징되는 안철수 현상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요구를 겸허히 수용할 것을 밝힘으로써 국민에게 선택받았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야당과 함께 국민이 그토록 혐오했던 악성 구태를 되풀이한다면 도대체 무슨 면목이 설 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원칙과 신뢰의 정치를 해왔다는 박근혜란 정치인이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모든 약속이 허물어지듯 국민의 기대와 요구를 배반하는 일들이 벌어지는 현상에 대해 깊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새해 예산안을 야당과 함께 그 따위로 처리해놓고 다음 날 이한구 원내대표는 “안철수 현상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라고 했다. 기가 찰 노릇이다.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현상으로 대변되는 정치쇄신, 기득권 내려놓기에 정신이 없던 사람들이 대선이 끝나자마자 새해 예산안 처리부터 국민을 실망시키는 모습은 올 한 해, 나아가 박근혜 정부의 앞날을 걱정하게 만든다. 국민에 대한 약속을 불과 며칠 새 헌신짝 버리듯 아무렇지도 않게 폐기처분하고 자신들 기득권 강화와 구태를 되풀이하는 장면은 벌써부터 정치혐오와 냉소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말하는 민생국회, 100%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선 야당보다 여당의 각고의 노력이 뒷받침이 돼야 한다. 국민에게 그런 노력을 약속하고 선택받은 책임을 져야 한다. 박 당선인은 지금 여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태를 그저 지켜만 볼 것인가. 박 당선인이 지금 기억해야 할 것은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몸부림쳤던 그 때의 개혁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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