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링컨을 생각할 때

이제 대선열전은 끝났다. 이번 대선전은 참으로 예측불허였다. 승자인 새누리당도 토끼가 용궁 갔다온 격이다. 패자인 문재인 진영이 이른바 멘붕상태에 빠진 것도 이해할 만 하다. 그러나 분명히 말해서 대통령선거는 전쟁도 아니다. 이권을 둘러싼 쟁탈전도 아니다. 매스 미디어들이 선거전을 경마처럼 이끌었지만 승자라고 해서 그렇게 환호할 일도, 패자라고 해서 그렇게 절망할 일도 아니다. 승자는 승자대로, 패자는 패자대로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할 일은 성격상 똑같이 중요하다. 즉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을 위한 일이다.
승자인 박근혜당선자는 우선 패자를 위로하고 그의 공약을 이행할 준비를 해야 한다. 패자는 문재인후보와 민주당 그리고 그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이다. 문재인후보를 만나 협조를 구하고 대통합의 틀을 짜야 한다. 문후보를 열렬히 지지했던 2030세대를 위한 배려도 해야 한다.
정권은 전리품이 아니다. 이명박정권이 출발부터 잘못된 것은 정권을 전리품이나 승자의 소유물로 간주하여 그의 주변사람들에게 떡 주듯이 인심을 썼다는 것이다. 국민에게 봉사하고 나라를 지켜야 할 국가권력을 인심 쓰듯 나눠줘도 된다는 발상, 그것이 출발부터 임기가 끝날 때까지 대통령의 권위를 깍아 내리고 이 정권을 수렁에 빠뜨린 의심암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좋은 의도로 무슨 일을 해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기 때문에 국민들이 따르지 않는다. 이것은 애국심과 정치철학의 빈곤이 초래한 필연이요 자업자득이다.
물론 박근혜 당선자는 이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식의 천박한 인사가 정부와 민심에 얼마나 상처를 주는 지를 잘 알 것이기 때문이다. 인사는 그야말로 엄정을 생명으로 한다. 본인 스스로 탕평인사를 선언했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박당선자가 특히 신경써야 할 대목은 포용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내의 반대자도 끌어안아야 한다. 내편 네편을 가린다거나 대하기 편한 사람을 골라서 만나고 기용하게 하게 되면 스스로 고립되고 지도력 또한 힘을 잃는다. 이럴 때는 링컨대통령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는 어떻게 해야 위대한 대통령이 되는 가를 말해주는 역사의 스승이다. 그는 집권하자마자 제일 먼저 정적인 윌리엄 수어드를 국무장관에 임명했고 변호사 시절 자기를 '고릴라'라고 능멸했던 에드윈 스탠턴을 국방장관에 기용했다. 나중에는 남북전쟁 때 그에게 맞섰던 제퍼슨 데이비스 남부 대통령에게 관용을 베풀었고 남군의 총사령관을 비롯한 장성들도 처벌하지 않았다.
박당선자는 그의 측근들을 조심해야 한다. 정권을 잡을 때까지는 그들이 필요했을 지 몰라도 이제부터는 국가를 위한 인재를 써야 한다. 측근들의 역할은 최소한의 필요에 한정되어야 한다. 실세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은 멀리해야 한다. 쉽게 말해서 ‘깜’이 되는 사람, 국가적 인재라고 할 만한 사람, 덕망이 있는 사람, 기치관이 서 있는 사람, 애국심이 있는 사람을 써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믿고 따를 수 있다. 국민이 따르지 않는다면 국가를 위해서나, 대통령 자신을 위해서나 불행한 일이다.
통합과 탕평인사에 이어 박당선자가 할 일은 경제정의의 확립이다.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둘러싸고 말이 많았지만, 결국은 경제정의를 세우느냐 못 세우느냐의 문제다. 특히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아픈 것은 못참는 한국인의 체질도 감안해야 한다. 재벌의 독식, 골목상권 지배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빨리 해결해야 한다.
패자인 문재인후보와 민주당은 오직 국가적 견지에서, 반대할 것은 반대하고 찬성할 것은 찬성해야 한다. 승자가 선거에 이겼다고 해서 보복적 조치를 해서도 안되지만, 패자는 졌다고 해서 감정적으로 민심을 선동하고 국가의 진운을 가로 막아서는 안된다. 정략이나 책략, 또는 음모적 책동은 당장은 효과가 있고 통쾌할 지 모르나 이는 그 자체로서 부도덕한 것이며 언젠가는 되갚음으로 돌아올 것이다. 집권을 멀어져 갈 것이다. 따라서 야당도 이제 길게 보고 참고 기다릴 줄 아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대통령이나 여당에 협력하는 것을 마치 배신이나 하는 것처럼 취급하려는 것은 유치한 아동적 발상이며 이제는 졸업할 때가 왔다.
필자:순천향대교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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