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기쁨은 국민의 슬픔

그는 결국 문재인의 불쏘시개가 되어 권력나눠먹기 속으로 쏘~옥 들어갔다. 그는 문재인과 손을 잡고 나오면서 국민의 여망이라는 표현을 썼다. 어떤 후보의 불쏘시개, 권력나눠먹기는 결코 대한민국 국민의 여망이 아니다. 이것은 국민모독이다.
안철수, 그는 한동안 운이 좋았다. 국민들의 정치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을 때, 이 솟구치는 기류를 타고 독수리처럼 비상하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무소속 후보로서는 사상 초유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노회한 정치책략가들이 모인 민주당의 벽을 넘을 수 없었다. 지난 달 23일 그가 분루를 삼키며 하차했을 때 많은 국민들이 그를 동정하고 민주당을 원망했다. 문재인캠프의 행위가 페어플레이라고 보기 어려웠던 것이다. 따라서 그의 분노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안철수가 어디론가 사라져 칩거하는 동안 우리는 그가 이제야 말로 새로운 정치, 즉 민주당이 그에게 했던 것 같은 낡은 행태의 정치를 타파하겠다는 결심을 다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래서, 지난 3일 사퇴잠적 10일 만에 그가 나타났을 때 모두들 그의 입을 주시했다. 예상했던 대로 그는 문재인에 대해 차가운 반응을 보였고 국민의 편에 서겠다는 뜻을 거듭 다짐했다.
이러고 나서 불과 사흘 만에 그는 표변했다. 이 무슨 대낮의 도깨비 같은 소동인가. 무슨 꿍꿍이 속인지 도무지 알수가 없다. 보도에 따르면 그가 제시한 국회의원 숫자 축소 조정을 민주당이 받아들였다고 해서 마음을 바꿨다고도 하는데 이는 말도 안되는 궤변이다. 국회의원 숫자는 정치개혁과 관련이 없는 문제다. 국회의원 숫자를 줄인다고 정치개혁이 이뤄지나. 어떻게 정치부패와 정쟁이 사라지나. 이런 발상이라면 아예 국회를 없애자고 주장해야 할 것이다.
그는 조건없이 문재인후보를 돕겠다고 했다. 그러나 조건이 없다는 말을 믿을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조건없다는 말은 권력 나눠먹기를 가리기 위한 포장이고 위장이다. 그동안 그의 측근 참모들이 문재인 캠프로 달려가고 싶어서 안달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들은 안철수의 분패에 동참하는 대신, 빨리 가서 한자락 거들어 줌으로써 문재인 후보가 잘 되었을 경우 두툼한 보상을 받고 싶었을 것이다.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게 밀리고 있고 대선투표일은 코앞으로 다가오고....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안철수가 여기에 무릎을 꿇었다면 그의 시절은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별없는 선택은 분명 독배가 될 것이다. 언젠가 훗날 그는 "제가 잘못 판단했었습니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며 눈물을 흘리는 날이 올 것이다. 후회막급이지만 자화자초인데 어찌하랴! 그는 물러가면 그만이다. 대학교수나 안랩의 경영자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그런데 우리 국민과 이 나라는 뭐가 되는가. 그들은 잘 놀다 가겠지만 보리밭은 망가진다.
흔히들 정의보다는 이익을 좇는다고 하지만, 안철수만은 그래서 안된다. 왜? 그는 국민들로부터 너무나 과분한 대접을 받았다. 설사 지금 정치를 멈춘다 해도 그는 여한이 없을 것이다. 김대중, 김영삼...이런 정치인들은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어서, 수십년간 벼라별 고생을 다하면서 그런 고지에 올라섰다. 그러나 안철수는 불과 몇 달만에 그렇게 됐다. 그가 신동이라서 그렇게 됐나? 그가 잘나서 인가? 정치로또를 잘 산 것인가?
어쨌든 한국정치사상 이런 행운, 이런 무임승차는 없었다. 그가 누린 자리는 순전히 국민들이 깔아준 것이다. 그런 사람이 하루 아침에 국민을 버리고 권력 나눠먹기라는, 가장 표본적인 구태 정치 속으로 빠져버렸다. 자진해서 걸어 들어간 것이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한동안 새정치와 국민여망이라는 말을 곧이듣고 싶지 않을 것이다.
우리 정치사에서 많이 보아 왔듯이 이번 정치마술을 통해 그의 주변 사람들이 권력의 재미를 얼마나 볼지는 모르겠지만 선량한 국민들이 입은 상처는 그 어느 때보다 크고 깊게 각인될 것이다. 쥐도 두 번은 속지 않는다고 했다. 국민들은 현명하다. 이 속담을 증명하는 날이 올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개혁을 기다렸지 불쏘시개를 기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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