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후보등록 이틀을 남기고 대권후보에서 자진 사퇴했다. 대한민국의 행복지수가 높아지기를 희망하는 필자는 참으로 다행(多幸)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국민 모두와 무엇보다도 안철수 개인과 그 가족의 행복(幸福)을 위해서도 그렇다. 필자는 한국의 유력 대권 후보 3 명 중 대통령에 당선되어 행복할 사람은 박근혜 밖에 없다고 말해 왔다. 8월 25일의 필자 칼럼 <안철수가 디스한 도올 김용옥>에서 필자는 ‘문재인은 그의 행복을 위해서 들어오지 말아야 할 정치의 영역에 왔고 안철수는 대한민국을 이끌기에는 아직 덜 여물은 열매에 불과하다’고 단언한 바 있다. 결국 예상대로 안철수가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했다. 백의종군한다는 안철수의 표현으로 빌면 '아름다운 양보'는 결코 아니다. 여러 전문가의 진단처럼 '좌절'이라는 표현이 가장 정확하다.

안철수는 패배했는가? : 아니다!

그러면 안철수는 패배했는가? 필자는 그건 절대 아니라고 본다. 실패와 패배가 다르듯 좌절과 패배도 다르다. 안철수는 단기적으로는 좌절로 보일지라도 장기적으로는 적어도 실패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안철수는 현재도 성공한 사람이지만 그의 인생에 지금보다 압도적으로 더 성공할 기회는 두 세 번 더 올 것이다. 필자는 안철수를 싫어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호감을 갖고 있었고 아직도 갖고 있다. 하지만 안철수가 정치에 뛰어들 때, ‘참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 또 아까운 사람 하나 망가지는구나’라고 우려했고 이를 무척 아쉬워 했다. 이는 안철수 주변에 포진한 사람들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 너무 안 좋기 때문임은 위 칼럼에서도 간접적으로 표현해 놓았다.

노무현을 누가 죽였던가?

필자가 말한 ‘주위 정치역학관계가 안철수를 불행하게 할 것’이란 말은 무엇인가? 그건 '노무현 전(前)대통령을 누가 죽였는가?' 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안다. 세상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을 죽였다고 탓하겠지만 그건 천부당만부당한 말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노무현은 부엉이 바위로 올라가 투신자살했다. 과연 누가 그를 부엉이 바위로 올라가게 했을까? 필자는 다름 아닌 노무현의 열렬 지지자들이라고 생각한다. 노무현의 열렬 지지자들의 그 무엇이 노무현을 사지(死地)로 내몰았을까? 증오심이다. 증오심은 사태가 잘 안 풀리면 으레 희생양을 찾는다. 이건 인류 역사가 증명한다.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면 결국 안철수 지지자들이 그를 노무현이 올라갔던 부엉이 바위로 이끌지도 모른다는 강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에 한 말이다. 하지만 필자의 불길한 예감은 어제 안철수가 대권 후보에서 사퇴함으로써 중도에서 연기처럼 흩어졌다. 그래서 안철수 개인에게 너무나 다행스럽고 안철수 가족에게도 좋고 또 국민 전체의 행복지수 상승에도 이로울 것으로 생각한다. 이 점에서 안철수는 정말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선택을 했다. 그래서 필자는 정말 감사드린다.

무엇이 안철수를 사퇴하게 했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안철수의 사퇴배경으로 단일화 과정에서의 난맥상이 준 실망과 지지도의 하락 등을 꼽는다. 하지만 이는 끝까지 종주하겠다고 몇 번이나 천명해 왔던 안철수의 그간 행적을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다. 안철수 부인도 자기 남편 안철수 후보가 완주할 것이라고 몇 번이나 도처에서 표명했다. 이는 완전히 퇴장한다는 게 아니라 ‘백의종군하겠다’고 안철수가 직접 밝힌 사퇴의 변에서도 나온다. 그럼 사퇴의 결정적인 모멘텀이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단일화 회담 직후에 전북 완주에서의 한 분의 아파트 투신자살이었을 것으로 판단한다. 이 분은 단일화 요구를 플랭카드로 내걸고 유서에 밝힌 후 13층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권력에 미쳐 이성이 상실한 사람이 아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모골이 송연할 정도의 정치과잉의식이다. 이걸 남녀간의 사랑으로 치면 애정이 지나쳐 집착이 되고 스토킹까지 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스토킹에 대처하는 최고의 방법은 잠적이라고 한다. 필자가 이런 사람의 사랑을 받는 상황이라면 잠적을 택할 것이다. 나와 그 사람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서!

안철수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기 위한 정치인 변신이 한 서민의 목숨을 앗아가게 했다는 자책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행복을 개인의 정신적 만족감으로 볼 때, 그만큼 안철수는 불행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단일화요구 투신자살에 대한 자책감은 안철수가 밝힌 사퇴의 변(辯)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아래를 비교하면 '내려놓다'는 동일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두 분도 야망 "내려놓으시고"-- 50대 단일화 요구 투신자살자의 플랭카드
제가 후보직을 "내려놓겠습니다" -- 안철수 사퇴 기자회견의 변

증오와 희생양

이 즈음이면 왜 안철수가 정치권에 뛰어들면 불행해질 것이라고 예언했는지 이해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노무현이 퇴임시 30억 이상 들고 나가면 불행해지리라고 필자가 확언했던 까닭도 여기에 있었다. 왜냐하면 노무현 또한 그 권력의 원천이 '증오'에 기반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슬픔은 자신을 파괴하지만 증오는 주변을 파괴한다. 그리고 상황이 악화되면 희생양을 찾는 속성이 강하다. 사실 노무현의 투신자살도 증오의 희생양이라 필자는 판단한다. 대한민국은 정치에 과도한 기대를 하는 사람이 많아 불행한 나라다. 그들은 정치가 자신의 증오심까지 해결해 주리라고 믿고 있다. 그들은 공동체의 행복이 그 구성원들의 민주적 소양과 문화 수준에 달려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문재인과 안철수 둘 다 권력의 기반이 화합과 상생보다는 증오에 기반을 두고 있다. 과거 3년 이상 좌파인사들과 좌파 미디어들은 이구동성으로 ‘분노하라!’고 노골적으로 부추겨 왔다. 증오는 파괴의 에너지가 될 지언정 건설의 에너지가 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증오의 나무에 행복의 열매를 거둘 수도 없다. 이제 증오심을 부추기면서 자신의 야욕을 달성하려는 정치모리배들을 솎아내야 한다. 한국 사회의 행복을 위하여!

사실 안철수가 정치에 뛰어들면서 ‘국민의 반을 적으로 돌리는 정치‘ 운운했을 때, 필자는 섬찟했다. ’정치가 한 사람 망가뜨리는 건 정말 순식간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비록 때늦은 감이 있지만 안철수가 정말 잘 사퇴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안철수와 문재인이 서로 치킨 게임을 해야 하던 중에, 전북 완주 지역에서 한 50대 남성의 투신 자살이 일어났고, 시간을 더 지체하다가는 이 비극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 와중에 그나마 안철수가 '희생양의 제단'으로 끌려 올라가고 있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건, 안철수와 안철수 가족, 그리고 국민 전체에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 우리 한국인은 더 이상 불행해지는 대통령을 원치 않는다/ 김휘영 행복문화발전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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