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6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전국 12,000여 개 초·중·고를 대상으로 ‘요보호 학생’의 질병 등 신체 특이사항, 부모의 직업 등 가족관계 세부사항, 교우관계 등을 누적 관리하기 위한 ‘생활지도 도움카드제’ 시행 계획을 시도교육청에 하달했다.

민간인 불법사찰로 온 나라가 충격과 분노에 휩싸이고 있는 이때, 교사들에게 학생 블랙리스트와 사찰카드를 만들어 민감한 정보들을 적극 활용하라고 하니 분노를 넘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교과부 공문에 의하면 “▲학교폭력 가·피해 학생의 학교폭력 관련 사실, 부적응 학생, 인터넷 및 게임 중독 학생 등의 상담, 치료 등에 관한 사항을 개인별로 누적 기록·관리 ▲학생생활지도 기록·관리는 다음 학년 담임교사, 생활지도부장에게 인계하여 누적적으로 기록 관리하며 생활지도에 활용 ▲필요시 반성문, 진술서 등 참고자료도 첨부하여 보관”하라고 한다.

또한 교과부는 ‘생활카드는 진급 시 새로운 담임에게 제공되어야 하며 전출시 원적교에서 전출교로 송부한다.’라고 명시하였는데, 질병상의 문제가 아닌, 선도가 필요한 학생의 경우 이것은 일종의 블랙리스트 역할을 할 우려가 있다. 학년 진급 시 그리고 다른 학교로 전출을 가는 경우에 담임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존중과 배려를 기본으로 새롭게 형성 되어야 한다. 그런데 교사가 일종의 전과가 기록된 생활카드에 의해 선입견을 갖게 되면 교육 환경을 바꾸어주기 위해 시행하는 학교 전출 조치의 교육적 의미도 살릴 수 없다.

교사들에게 가르치는 학생에 대한 사찰카드를 만들어 졸업 시까지 지속적으로 관리하라는 교과부의 이번 조치는 독재 정권 시절 권력에 비판적인 국민에게 재갈을 물리기 위해 정보기관이 활용했던 요시찰 명단 관리와 흡사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교과부의 ‘생활지도 도움카드’는 20년 전 사라진 학생선도카드의 부활이며, 학생선도카드는 80년 삼청교육대 입소대상을 뽑는데 악용되었던 학교 교육현장에는 있어서는 안 될 반인권적인 폭력행위의 상징으로 이미 20년 전에 폐기된 제도이다.

선도학생 관리라는 항목에 대해 세계 각국의 프라이버시 관련법은 형벌 등의 기록을 건강과 관련된 기록과 함께 회복하기 어려운 인권침해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가장 민감한 정보로 취급하고 있다.

2005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과 관련하여 국가인권위원회는 “개인의 정보의 수집과 기록을 함에 있어서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만 법률로써 최소한에 한하여 제한할 수 있으며, 그 목적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만 개인정보가 수집되어야하고, 수집된 자료가 다른 목적에 유용될 가능성이 봉쇄되어 있어야 할 것”이라 밝히고 부모의 직업 등 가족관계 세부사항을 조사하지 말 것을 권고하였으며, 교과부도 국가인권위 권고문을 바탕으로 학부모의 주민등록번호나 직위, 수입 등 개인정보나 인권침해 요소가 있는 내용을 조사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

개인의 신상에 대한 집적된 정보는 안정적 관리가 아무리 철저하다 한들 유출될 경우 학생의 장래에 회복 불가능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너무도 위험천만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교과부가 학교폭력대책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학생카드 작성을 강요하는 행위는 학생과 교사에 대한 폭력이며 위법하기도 한 것이다.

교과부는 반교육적이고 불법적인 학생 블랙리스트·사찰카드 활용 지침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학교폭력의 문제를 불법적인 학생 사찰로 해결 해 보겠다는 교과부의 어리석음은 오히려 학교의 교육적 활동마저 봉쇄하게 될 것이다. 학교 폭력의 문제는 ‘학생에 대한 더 철저한 상담’과 ‘공동체 교육활동’ 및 ‘문·예·체 활동 활성화’ 등에 대한 교육과정 강화를 통해 이루어 져야하는 것이다.

전교조는 교과부의 시대착오적인 작태를 강력히 규탄하며 오는 6일(금), ‘학교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사항을 기록·유지하라는 교과부 훈령과 학생생활지도 카드작성 지침’ 폐기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할 것이다. 더불어 국민과 함께 반인권적이고 반교육적인 교과부 지침 폐기 운동을 전개할 것이며, 학생들을 사찰하고 제자들을 범죄자 취급하라고 강요하는 교과부 지침에 대하여 교사의 양심으로 불복종할 것을 천명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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