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3월 11일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쓰나미를 동반한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에 원전사고까지 겹치며 2010년 4.4%를 기록했던 경제성장률이 2011년에는 다시 마이너스(-0.9%)를 기록했고, 무역수지도 31년 만에 적자로 전환되었다. 일본경제가 인구 감소와 고령화, 디플레이션과 내수시장 축소, 정부재정 악화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대지진이 발생하여 일본경제 향방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일본경제의 구조변화

대지진 이후 일본기업은 이른바 ‘6重苦’의 어려움에 처해 있다. 지진 발생 이전부터 계속되어온 기업의 과중한 세부담, 무역자유화 지연, 노동 및 환경 규제, 엔高에 지진 이후 생겨난 전력난까지 가세해 기업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향후 일본경제는 무역적자 고착화, 전력난에 따른 성장기반 훼손이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 차원에서는 서플라이체인 복선화, 해외진출 확대 등 경쟁력 강화 노력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① 무역수지 적자 고착화: 중장기적으로는 생산기반의 해외이전 확대에 따른 수출 증가세 둔화와 해외 생산품 및 에너지 수입 확대 등으로 인해 무역수지 적자기조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막대한 해외자산 보유에 따른 소득수지 흑자로 경상수지 흑자 기조는 유지되겠으나, 무역수지의 지속적인 적자로 경상수지 흑자 기반이 축소될 것이다. 이로 인해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등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감마저 제기될 것이다.

② 전력난에 따른 성장기반 훼손: 일본은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여파로 전력 공급능력이 크게 하락했다. 특히, 2012년에는 시설점검으로 모든 원전이 가동을 일시 중지할 것으로 예상되어 전력부족 현상이 심화될 전망이다. 전력 부족으로 인한 생산차질 효과(-0.4%p), 화석연료 수입 증가 효과(-0.4%p),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소비감소 효과(-0.2%p) 등은 2012년 일본경제 성장률을 1.0%p 하락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③ 서플라이체인 복선화: 일본은 핵심부품소재를 특정 업체에 집중해서 조달받아왔다. 그러나 핵심 부품소재를 공급하는 업체가 지진으로 가동을 중단함에 따라 완성품 업체도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에 일본기업은 2개 이상의 하위 협력업체로부터 부품소재를 공급받을 수 있는 복선화 체제를 구축하고 특정 지역의 생산이 중단되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대체 생산할 수 있는 생산거점의 분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④ 일본기업의 해외진출 확대: 지진으로 인해 전력난, 서플라이체인 단절 문제 등이 발생함에 따라 일본기업의 해외진출이 다시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성장성 높은 신흥국 기업이 인수의 주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는데, 2011년 일본의 해외기업 M&A 대상 건수 중 아시아 지역 비중은 43%로 2001년 28%에 비해 15%p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북미지역 비중은 47%에서 24%로 23%p 감소했다.

주요 산업의 대응 전략

주요 산업의 구조 및 전략 변화를 살펴보면 자동차 산업에서는 글로벌 분산형 생산시스템 구축과 신흥국 공략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생산거점과 부품·소재 조달망을 세계 각지로 분산함으로써 공급 차질 발생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며, 현지에서 개발한 중저가의 신흥국 전용 모델을 대거 투입하는 등 현지화된 개발·생산 체제를 구축하려 노력하고 있다.

 전기·전자 산업에서는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미래 유망산업 분야로의 진출이 확대될 전망이다. 소니가 영상 솔루션을 통해 의료와 보안 분야를 확대하고, 파나소닉이 에너지 사업을 강화하는 등 미래 유망산업 분야로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기업은 일본기업과 경쟁 및 협력 관계를 재정립

신재생에너지와 해외자원, 인프라 등으로 산업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합종연횡에 의한 체질 개선과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는 일본 기업과 산업계의 노력에 주목해야 한다. 앞으로 신흥국 시장 진출이나, 신흥국 기업 M&A에서 한국과 일본 기업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따라서 일본의 시장 및 기술선점에 대응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이들 분야에서 양국 기업의 장점을 살린 협력 기회도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노력도 경주해야 할 것이다.[삼성경제연구소 구본관 수석연구원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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