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발표한 ‘중학교 체육수업시수 확대 세부 추진계획’이 전국의 중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교과부가 3월부터 모든 중학생들에게 매주 4시간의 체육활동(체육수업+학교스포츠클럽)을 시키라고 공문을 내리고 시도교육청을 방문하여 체육수업시수 편성 현황을 점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학교는 교원의 인사이동, 업무분장과 수업분장이 모두 끝나고 새학기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교과부가 느닷없이 학교 교육과정을 변경하라고 하니 학교별로 파행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동아리활동을 폐지하고, 창의적 특색활동의 일환이었던 독서토론논술이 없어지고, 갑자기 체육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체육 시간강사가 2명은 있어야 시수를 맞출 수 있는데 교육청에서는 1명만 지원해주겠다고 하니, 결국 독서토론논술을 맡았던 지리교사인 내가 체육을 1시간씩 진행하라고 강요받고 있다. 체육에는 문외한인 나는 체육 지도에는 무자격자를 넘어서 부적격자이다. 그런데 방법이 없으니 그냥 하라고 한다.”는 교사들의 탄식을 이주호 교과부장관은 들어야 한다.

대부분의 학교 현장에서는 늘어난 영·수 수업시수는 그대로 둔 채로 소위 비입시과목의 시수를 줄여서 체육시간을 늘리거나, 평일 수업시간을 늘려서 체육시수를 늘리거나, 창의적 체험활동 영역의 진로, 동아리, 자율, 봉사활동을 줄여서 체육수업시간을 늘리고 있다. 학생들의 수업부담만 늘어나고 있을 뿐 어느 것 하나 교육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학교폭력 대책의 일환으로 스포츠클럽 활성화를 통해 학생들이 게임 중독, 학업 스트레스 등에서 벗어나 ‘바른 인성’을 함양하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의미 있는 일이나 개학을 코앞에 두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교과부가 체육수업 확대를 강행하면서 학교 교육의 심각한 파행과 혼란만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교과부가 진정으로,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학교폭력의 기승을 막고, 바른 인성을 함양하여 학교폭력을 없애고자 한다면, 학교 현장을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가고 있는 중학교 체육수업 확대 강제시행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체육시간을 늘려야 한다면 올해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서 내년부터 정상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맞다. 준비 없이 강행되는 교육과정의 변경은 교육의 질만 떨어지게 할뿐이다.

교과부의 무리한 정책 시행에 대해 서울, 경기, 강원, 전북교육청에서는 일시 중단, 유보, 교직원협의회 논의를 통한 민주적 결정 등의 입장을 밝히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설익은 정부 정책으로 인해 학생들이 받게 될 피해를 생각한다면 시도교육감의 소신있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며 현명한 결단인 것이다.

전교조는 아침부터 밤까지 아이들을 학교에 가두어놓는 경쟁교육정책을 협력과 배움의 교육으로 혁신하여 학생들이 내내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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