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영화들’로 늦가을의 부산을 다시금 영화의 물결로 가득 채울 ‘영화의전당 개관기념 영화제’가 관객을 위한 추천작을 선정했다.

11월 10일부터 12월 31일까지 52일에 걸쳐 총8개 섹션 222편이 상영되는 이번 영화제는 그 규모만큼이나 영화사(史)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걸작들로 가득 차, 관객으로 하여금 어떤 영화를 선택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이에, 영화의전당 측은 다양한 취향의 관객들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영화를 골라볼 수 있도록 일곱 분류의 추천작 가이드를 내놓았다.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가족 영화’

먼저, 부산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른 영화의전당을 가족과 함께 찾을 수 있는 ‘가족 영화’ 추천작이 있다. 무성 코미디영화의 거장 ‘찰리 채플린’의 단편 <모험>과 <방랑자>는 100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란 걸 믿을 수 없을 만큼 뛰어난 완성도와 함께 때 묻지 않은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어린 토토와 늙은 영사기사 알프레도의 평생에 걸친 사랑과 우정을 그린 <시네마 천국>은 가족 관객에게 진정한 ‘영화 천국’을 경험케 할 것이다.

늦가을의 감성을 적셔줄 ‘추억의 명화’

우리 가슴 한 켠에 남아 있을 그리운 옛 추억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아련한 감동의 영화도 모았다. ‘추억의 명화’ 추천작에는 △데이비드 린 감독이 유리 지바고의 삶과 사랑을 낭만적이면서도 비극적으로 그려낸 <닥터 지바고>, △말론 브란도와 알 파치노의 위대한 서사시 <대부 1, 2>, △더스틴 호프만과 스티브 맥퀸의 명연기를 통해 자유를 향한 갈망이 간절히 묻어나는 <빠삐용> 등 영화와 벗하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 불후의 명작 23편이 리스트에 올라 있다.

열광적 숭배자를 거느린 ‘우리 시대의 컬트영화’

독특한 감성의 소수가 열광하며 반복적으로 보는 영화가 컬트영화이다. 이번 영화제에는 우리 시대의 컬트영화라 불릴만한 영화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배우 이나영이 추천한 스웨덴 영화 <렛 미 인>은 잔혹한 뱀파이어 이야기에 브뤼겔의 회화와도 같은 간결하면서도 빼어난 영상미, 그리고 가슴 아픈 로맨스를 결합해 한국의 젊은 관객을 사로잡은 21세기의 컬트영화라 할 수 있다. 소년의 육체로 영면한 배우 리버 피닉스의 뼈저린 자화상과도 같은 <아이다호>도 열렬한 지지자를 거느린 또 다른 컬트영화. 외로운 젊음의 몽환적이며 시적 표현에 관한 한 경쟁자가 드문 <아비정전> <가위손> <천국보다 낯선> 역시 만들어진 지 20여 년이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많은 영화애호가들에 의해 ‘내 인생의 영화’로 꼽히고 있다. 이외에도 <바그다드 카페> <쳐다보지 마라> 등의 수작들이 그로테스크하거나 기이한 감수성으로 그 숭배자들을 스크린의 제단으로 이끌고 있다.

영화광에게 축복과 같은 선물 ‘국내 최초 상영’

이번 상영작 중 영화광들이 가장 주목하는 작품은 국내에서 최초로 상영되는 작품일 것이다. 영화의전당 개관기념 영화제에서는 프랑스 인상주의 영화를 대표하는 마르셀 레르비에 감독의 첫 영화 <프랑스의 장미>를 비롯해 △‘벅스 버니’와 ‘대피 덕’ 등의 캐릭터를 창조한 애니메이션의 선구자 텍스 에이버리의 단편 6편, △한스 위르겐 지버베르크 감독의 상영시간 7시간이 넘는 대작 <히틀러>, △서부극의 거장 존 포드의 숨겨진 걸작 <도망자> 등 25편이 국내 첫선을 보인다. 이러한 미지의 영화들은 영화광으로 하여금 새로운 발견의 기쁨을 안겨주는 도전적인 명단이 될 것이다.

더욱 생생한 화질로 만나는 고전들의 ‘완전판 / 복원판’

오래된 걸작을 새로 복원된 버전으로 만나는 설렘 역시 이번 영화제가 주는 선물 중의 하나이다. 먼저, 영화 교과서에 중요하게 언급되는 조르주 멜리에스의 1902년 작 <달세계 여행>은 110년의 세월을 넘어 2011년 복원판으로 상영된다. 올해 칸 영화제 개막식의 오프닝 영화로 처음 상영된 버전이다. ‘키노-아이’ 이론을 탄생시킨 지가 베르토프의 <카메라를 든 사나이> 역시 올해 네덜란드에서 복원한 것이며,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케스> <연연풍진> 등도 더욱 깨끗한 화질과 음향으로 만날 수 있는 디지털 복원판이다.

마음을 울리는 선율로 기억되는 ‘영화 음악의 명작’

(1) 영화음악의 신, 엔니오 모리코네의 작품들
영화가 음악으로 기억된다면 그 중 태반은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일 것이다. <시네마천국>의 ‘Love Theme’과 ‘Cinema Paradiso’는 설사 그 영화를 보지 못한 관객이라도 익숙할 영화음악의 영원한 명곡이다. 예능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서 합창 미션곡으로 등장해 전국민을 사로잡은 ‘넬라 판타지아’는 <미션>의 주제음악 ‘Gabriel’s Oboe’이며 모리코네의 걸작 가운데 하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Debra’s Theme’은 그 선율을 듣는 순간 어린 시절을 영원히 잃어버린 남자들의 비애가 사무쳐오는 걸출한 작품이다. <옛날 옛적 서부에서>를 본 사람이라면 영화 초반부에 흘러나오는 저 쓸쓸하고 애절한 선율의 ‘Man with a Harmonica’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흘러나오는 <1900년>의 ‘Romanzo’, 우수와 서정의 명곡인 <천국의 나날들>의 주제음악도 아름다운 영상미와 함께 우리의 귓가를 맴도는 천상의 멜로디들이다.

(2) 또 다른 걸작 영화음악들
영화음악의 명곡들은 눈은 잊어도 귀는 그 영화를 기억하도록 해준다. <빠삐용>이 영원한 추억의 명화라면 한국에서 번안가요로까지 소개된 제리 골드스미스의 너무나 유명한 주제곡 ‘Free as the Wind’ 덕일 가능성이 크다. <피아노>에서 홀리 헌터가 해변에 홀로 버려진 피아노를 젖은 눈으로 바라보며 언덕을 넘을 때 울려나오는 마이클 니만의 그 격정적이고도 처연한 피아노 선율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가 그토록 사랑을 받았을까. 니노 로타의 의심할 수 없는 최고작인 <대부>의 주제곡, <닥터 지바고>의 ‘라라의 테마’(모리스 자르 작곡)도 영화음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걸작들이다. 밥 딜런의 ‘Knocking on Heaven’s Door’가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관계의 종말>, 마마스 앤 파파스의 ‘California Dreaming’이 강렬하게 감싸는 <중경삼림> 역시 음악으로 더욱 오래 기억되는 명작들이다. 베토벤의 ‘전원교향곡’을 비롯한 절정의 클래식과 아름다운 영상이 한 몸이 된 전설의 애니메이션 <판타지아>, 프랑스의 테크노그룹 ‘다프트 펑크’의 앨범 하나가 통째로 담긴 애니메이션 <인터스텔라 5555> 역시 음악과 도저히 떼놓고 말할 수 없는 화제작이다.

긴 상영시간 만큼 커지는 감흥 ‘초장편 영화’ 추천작

일반 극장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초 장편 영화 상영에 대한 요청은 시네마테크를 향한 많은 관객의 바람이었다. 그런 관객의 요청에 보답하고자 어느 영화제에서도 볼 수 없었던 초 장편 영화를 대거 편성했다. 상영시간 200분이 넘는 영화가 총 13편이다. 8시간(480분)의 상영시간을 가진 필리핀 영화 <멜랑콜리아>, 7시간 30분(450분)으로 많은 평단의 극찬을 받은 <사탄 탱고>와 더불어 고바야시 마사키 감독의 6부작 <인간의 조건>은 총 상영시간 579분(9시간 39분)에 이른다. 한편,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1900년 312분 완전판>과 예전 ‘시네마테크 부산’ 시절 연속 매진을 기록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229분) 등 긴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한순간도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는 작품들도 가득하다.

이밖에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감독상, 심사위원대상 등을 받은 역대 수상작들도 관심을 끌고 있다. 한편, 영화제 상영작과 공연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영화의전당 홈페이지(www.dureraum.org)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예매 역시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문의 ☎ 051-780-6000, 6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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