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은 리비아에서 돈만 벌려고 하지, 우리(리비아)한테 기여하려고 하지 않는다.” 리비아 민주화사태 이전부터 리비아 정부 및 국민들이 현지 한국 주재원 등에게 자주 말하던 이야기다.

리비아는 한국 건설업체의 주요 타겟 시장이며, 한국 업체들은 리비아 건설·플랜트 시장의 약 3분의1, 38조원 규모의 시장을 차지할 만큼 승승장구 해 왔다. 하지만, 소요사태 이후 막대한 규모의 건설시장이 펼쳐지는 시점에서 우리기업들이 지금까지와 같이 원할한 수주활동을 재개하기 위하여는, 이윤추구에 초점을 두어온 우리기업들의 사업방향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리비아 국가과도위원회(이하 NTC)는 지난 26일 공식적으로 신정권 수립 작업을 시작하였다. NTC는 가장 먼저 치안, 서민생활 안정, 부상자 치료 문제 해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이를 위해 세계 각국의 지원을 공식 요청하였다.

서방국들은 NTC측의 요청에 대응한 지원단을 리비아에 급파, 발 빠른 조치를 취하고 있다. EU는 긴급 인도적 지원 사무소를 개설했고, 영국 등 서방국들은 의료용품을 지원하고 의료장비를 갖춘 외과 수술팀을 파견을 뿐더러, 리비아 안정화 지원팀 파견을 준비 중이다.

우리와 비슷하게 리비아 건설·플랜트 수주 시장을 3분의 1가량 차지하고 있던 터키의 경우 2억불(한화 2천3백억 원 규모)을 지원하기로 하고, 이미 현금 1억불은 비행기로 운송 및 전달을 마친 상황이다. 현재까지 1백 40만불(한화 15억원)을 지원키로 한 우리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 향후 리비아 시장에서 경쟁하게 될 서방국들은 초기부터 NTC에 대한 지원에 적극적이었으며, 정치적인 유대가 더 강하다. NTC는 향후에도 한국 기업과의 기존계약을 준수한다고 천명하고 있기는 하나,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이와 관련, KOTRA는 지금 계획된 지원금액을 산술적으로 늘리는 것이 해답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리비아는 아프리카의 산유부국으로, 해외에 동결된 자금 약 1,600억불이 점진적으로 해제되면 자금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리비아에게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진정성을 갖고 도움을 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NTC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다양한 부족들을 통합, 민심을 수습하고 국민들의 신망을 얻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민생안정이 최우선 과제이며, 이것을 집중 지원한다면 차기 리비아정부에게 한국기업의 의리를 보일 수 있다. KOTRA는 이와 관련, 우리기업들이 유효하게 제공 가능한 네가지 유형을 제시하였다.

첫째, 의료진 파견과 의약품, 관련 장비 공급이 제일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 가족들의 생명을 구해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은 누구도 쉽게 잊을 수 없다.

둘째, 6개월간의 내전으로 파괴된 일반가옥 복구지원도 리비아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이다.

셋째, 내전에 사용되면서 손상된 자동차 수리, 부품교체 지원도 좋은 방안이다. 우리가 리비아에 수출하는 품목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다. 지금까지 리비아에 수출한 금액의 약 35%에 이른다.

넷째, 생수 등 생필품 공장이 재가동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직접 물자를 공수하는 것보다 현지에서 활용 가능한 시설을 이용하게 해주는 것도 방법이다.

장기적으로는 리비아의 부족한 인재 훈련 및 양성 기관 설립을 강구해 볼 만하다. 이미 우리 건설기업들은 현지에서 프로젝트 진행 시 채용인력의 20%에 대한 교육훈련을 리비아 정부에 의뢰한다는 명목으로 일정금액을 납부해 왔다. 이렇게 부담할 돈을 우리에게 필요한 인력도 양성하고 리비아 국민들의 노동력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는 훈련기관은 리비아 정부에서도 대환영일 것이다. 정부 명의로도 좋고 현지 진출 한국기업 공동명의로도 좋다.

KOTRA 정보컨설팅본부 박진형 본부장은, “리비아인들은 한국에게 많은 혜택을 줬다고 말해왔으며, 실제로 우리는 리비아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 라며 “진정한 지원에 대해 상대가 진정한 고마움을 느끼는 시점은 분명히 존재하며, 이를 놓친다면, 우리기업이 얻을 수 있는 지원효과는 반감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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