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재단전입금 “0원”인 서울 충암학원이 수억 원대 회계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서울시 교육청 감사결과 드러났다. 10명의 이사와 감사 전원에 대해서 승인 취소 결정이 내려지고, 교장과 교감 등 6명은 파면 해임 등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난방비 등 수억 원대의 추가 횡령, 교원 채용 금품 수수 의혹, 이사회 회의록 위조 의혹 등 중요한 비리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이 빠진 것은 아쉽지만 비리 사학에 대한 철퇴라는 점에서 이번 서울시교육청(곽노현 교육감)의 처분은 국민에게 박수를 받을 일이다.

충암학원은 이번에 이사승인 취소 결정을 받은 이사장을 비롯해 부인과 아들·딸이 이사와 이사장을 돌아가며 지내고 며느리와 조카를 비롯한 친척들이 교사와 유치원 실장(법에 없는 직책)으로 근무하는 전형적인 족벌 사학이다. 더구나 이 이사장은 사학비리(횡령)와 병역비리로 물의를 일으켜 쫒겨 났다가 3년 전 다시 이사장으로 복귀한 후 또 다시 대형 사학비리를 일으킨 것이다.

교수학습활동비로 교사 수십 명을 이사장의 아버지(설립자) 묘소에 성묘 다니게 하는 봉건적인 행태를 반복하고, 하지도 않은 공사를 한 것처럼 하여 공금을 횡령하고, 교사 채용 관련 서류는 모두 폐기해 버렸고, 인사위원회 회의록도 거짓으로 작성하는 등 비리가 무려 32건이나 발견되었다.

최근 6개월 동안 서울시교육청관할 사학재단에서 비리 문제로 이사승인이 취소된 곳은 충암학원(충암초·중·고), 상록학원(양천고), 진명학원(진명여고), 숭실학원(숭실중·고), 청숙학원(서울외고)으로 5개 재단 8개교에 이른다. 상록학원은 아이들 급식비 사기 혐의 등으로, 청숙학원은 아버지, 어머니, 아들이 대를 이어 100억대 학교 공금 횡령으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숭실학원은 학생 장학금과 정부보조금을 횡령하여 고발되었으며, 진명학원은 학교 매매 의혹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사립 대학교의 경우는 상태가 더 심각하다. 지난 5월 명지학원 전 이사장(설립자의 아들)은 학교 공금 횡령과 배임의 액수가 무려 2,500억에 이르는 사상 최대의 사학비리 혐의로 구속되었다. 이에 앞선 4월에는 경남의 한국승강기대학의 비리가 밝혀져 한나라당 전 의원이자 최고의원이었던 이강두 이사장이 구속 되는 등 8명이 기소되었는데, 총장 선임과정에서 1억원, 시간 강사 채용과정에서 2천만원을 수수하고, 수익용 기본재산 30억원을 횡령하는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사학비리가 이렇게 판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도 한나라당은 여전히 사학법 개정 타령이다. 이미 조전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사립학교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고, 영세사학 정리를 명분으로 사학법을 중점 처리 법안으로 분류하여 이번 6월 국회에서 처리하려 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내세우는 명분은 언제나 사학의 자율성이다. 참여정부 시절 개정하고자 했던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핵심이 공공성과 투명성 확보라는 점에서 이를 극구 반대했던 한나라당은 사학비리의 공범 내지 동조자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2010년 기준 재단적립금이 무려 1,319억으로 전국 최고 수준인 영남대는 박근혜 의원이 역대 최연소 이사장을 지냈으며, 현재 그가 추천한 최측근 인사들이 이사장과 이사를 맡고 있다. 박근혜 의원은 2005년 사립학교법 개정 당시 선봉에서 촛불을 들고 이를 가장 극렬하게 반대하기도 했다. 그러하기에 현재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반값 등록금’ 요구에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대표, 정몽준 전대표, 나경원 최고의원 등 사립학교 이사장 또는 설립자 출신 의원들은 딴죽을 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대통령 경선에서 반값 등록금을 내세웠던 박근혜 의원은 현 사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공정택표 교육비리’에 실망한 시민들의 선택으로 서울교육 수장에 진보성향인 곽노현 교육감이 당선된 것은 교육비리 척결에 대한 역사적 요구라 할 것이다. 그만큼 우리 국민들의 교육비리에 대한 분노는 크고, 사학비리 척결에 대한 염원 또한 크다. 충암학원의 반복되는 사학비리는 공정택 교육감시절의 솜방망이 처분이 원인이라는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또한, 상록학원, 진명학원, 숭실학원, 청숙학원 등 사학비리에 대한 감사에서 이사승인 취소 결정이 내려진 학교들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후속조치가 이루어져야한다. 만약, 사학 관련 관료들의 반발로 이들 학교에 대한 처분이 늦어지는 것이라면, 이는 있을 수 없는 일로 국민적 분노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불어 호시탐탐 사립학교법의 폐지 또는 개악을 시도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사학비리와 반값등록금 문제에 답해야 한다. 사학법 개정의 진정한 방향은 비리사학에 대해 면죄부를 주고 족벌사학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비리를 척결하기 위한 공공성을 강화하고, 무분별한 적립금을 규제하여 등록금을 인하하고, 회계를 투명하게 하여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등 사학재단의 책무성을 강화하는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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