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후라이드 치킨이 어떤 맛인지 아니?” “네” “어떻게 알아?” “먹어 봤으니까요.” 그렇다. 이 아이는 분명 후라이드 치킨 맛을 안다. 먹어 봤으니까. 굳이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아직 문명이 닿지 않은 아프리카 원주민에게 후라이드 치킨의 맛을 설명할 수 있을까? 물론, 불에 탄 동물의 맛이나 혹은 비슷한 냄새나 맛을 가진 어떤 먹거리를 비유하여 설명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설명을 한들 그가 후라이드 치킨의 맛을 알 수 있을까? 물론, 먹어보면 안다. 그러나, 그가 직접 먹어보기 전에는 결코 그 맛을 알지 못할 것이다.

공부도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제대로 하는 공부’를 해 보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아무리 ‘제대로 하는 공부’에 대해 설명을 해도 잘 알아 듣지 못한다. 내가 말하는 제대로 하는 공부는 ‘깊이 있는 공부’를 말함인데, 아무리 설명하고 이해 시키려 해도 그 깊이를 아이들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

공부하는 시간은 많은데 성적이 잘 안 나오는 아이들은 그냥 책을 볼 뿐이다. 마치 수동적으로 TV를 보듯이 말이다. 이런 아이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공부하게 하기 위해서는 수업을 통해 끊임 없는 질문을 해야만 한다. 스스로 생각하게 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게 해야 한다. 상호간에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게으른 뇌’를 깨어나게 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힘든 시간이 지나다 보면, 어느 순간 아이 스스로 깨닫는 순간이 온다. ‘아! 공부란 이런 것이었구나.’ ‘이 정도 깊이까지 파고 들어가야 제대로 공부하는 것이구나.’라는 감을 잡아가기 시작한다. 빙고! 바로 공부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이 때부터 이 아이는 공부에 대한 흥미가 붙기 시작한다. 그저 수동적으로 학원식 수업에 익숙해 있던 아이가, 문제집을 풀 때도 쉽사리 풀이를 보고 넘어 가던 아이가 변하기 시작한다. 스스로 문제를 풀어 냈을 때의 성취감과 더불어, ‘게으른 뇌’가 깨어날 때의 기본 좋은 느낌을 알아가기 시작한다. 원래 인간은 호기심이 왕성한 동물이라 새로운 것을 알아갈 때 즐거움을 느끼게 되어 있다. 그야말로 공자님 말씀대로, ‘學而時習之不亦說乎(학이시습지불역열호)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를 체험하는 것이다.

바로 이렇게 공부에 대한 깊이를 깨닫게 되고 공부에 대한 재미를 알게 되면 자기주도학습이 가속도를 붙이게 된다. 이런 상황을 연출하기에 가장 좋은 과목이 수학이다. 그 동안 감히 풀려고 엄두도 내지 못했던 고난도 4점짜리를 깊은 탐구 끝에 스스로 풀어 내면서 느끼게 되는 작은 성취감.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누군가 이러한 자신을 보아주며 칭찬과 격려를 해 주었을 때 확인 받는 존재감. 이러한 것들은 공부 자체를 즐기게 되는 커다란 동기가 된다.

수학을 통해 공부의 깊이와 즐거움을 인식하게 되면 다른 과목으로 확대해 나가기도 쉽다. 국어도 재미 있어지고, 영어도 재미 있어진다. 지구의 내부를 알아가는 것도 재미 있어지고, 우리 몸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도 알고 싶어진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고 싶어지고, 우주를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동경하게 된다.

물론, 이 과정상에는 누군가의 끊임없는 코칭과 멘토링이 있어야 한다. 적절한 싯점에 적절한 조언은 반드시 필요하다. 아이들은 아직 경험적으로 미완성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러한 과정들이 일어난다면 아이들은 지금까지는 몰랐던 자신의 능력과 잠재력을 알게 된다. 지금까지 자신을 제한해 왔던 경계선이 열리기 시작한다.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한다. ‘인서울’을 먼 나라 이야기로만 생각하던 아이가 어느덧 ‘SKY’를 목표로 삼게 된다.

공부란 원래 이런 것이다. 제대로 알고 보면 생각보다 재미 있고 제대로 알고 보면 생각보다 쉬운 것이다. 문제는 서두에서 언급했던 ‘공부의 후라이드 치킨’을 어떻게 맛보게 하느냐 하는 데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아이의 코치일수도 있고, 멘토일 수도 있고, 공부하는 당사자일 수도 있지만, 누구이던 간에, ‘후라이드 치킨’을 맛보기를 간절히 간절히 소망해 본다. [글/빈현우 PMC자기주도학습연구소 소장 binhw@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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