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7일 한국원자력기술원(KINS)을 방문한 자리에서 일본원전사고에도 불구하고 원전건설 정책을 고수해나갈 것임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비행기가 사고율이 낮지만 치사율은 높다. 그렇다고 비행기를 타지 말아야겠다고 하는가”라며 원전반대 여론을 비판했다. 그러면, 되묻고 싶다. “원전사고가 날 것을 알면서도 계속 고집할 것인가?”

전 세계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전혀 예상치 못하는 원전사고의 폐해가 얼마나 큰 것인지 새삼 깨닫고 핵발전을 대체해 나갈 방안마련에 애쓰고 있다. 그에 비하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안일하고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체르노빌과 달리 격납용기를 쓰고, 흑연 대신 물을 냉각재로 쓰기 때문에 체르노빌과 같은 사고는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던 세계 핵산업계, 그 중 원자로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일본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졌는데, 바로 옆나라 한국의 대통령은 비행기 사고와 원전사고를 비교하며 안전성을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핵발전소 사고는 아무리 낮은 확률이라도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자동차나 비행기 사고와 비교도 할 수 없는 재앙을 현재 인류는 물론 후세대에게 남긴다. 현재 일본인들을 불안과 공포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쓰나미로 인해 발생한 수만 명의 희생이 아니라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공포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의 말과는 다르게 핵발전소는 사고가 날 확률도 낮지 않다.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인 핵발전소 444기 중 6기(스리마일 1기, 체르노빌 1기, 후쿠시마 4기)에서 그것도 5등급 이상의 사고가 일어났다. 이를 확률로 따지면 1.35%나 된다. 100개 중에 1개에서는 인간 기술로 통제할 수 없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확률을 21기가 가동 중인 우리나라에 적용해보면, 수학적으로 우리나라에서 5등급 이상 사고가 날 확률은 20%나 된다. 통계마다 차이가 있지만 비행기사고로 사망할 확률이 0.0002%(국제민간항공기구 ICAO, 2008)인데 비하면 결코 작지 않다.

그동안 4대강 사업 등에서도 드러났듯이 녹색이 아닌 것을 녹색으로 치장해온 이명박 정부다. 후쿠시마 사고 같은 끔찍한 사고를 보고도 핵발전을 청정, 녹색 정책으로 여전히 덧 씌우려하는 이명박 정부에게 또 무엇을 바라겠는가.

세계 원전시장은 싸늘하게 식었는데도 이 대통령은 핵발전소 건설공사에 참여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말하며, 무너져가는 핵산업계를 살리기 위한 구원투수로 나섰다.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무모한 도박이자, 아집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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