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카이스트는 특정 대학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연이은 카이스트 학생들의 자살은 우리 교육이 학생들을 내몰아온 경쟁 광풍의 정점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를 여실하게 보여준다. 국가가 과학의 미래를 걸고 육성해 온 학생들을 죽음으로 내 몬 정책은 그 학생들이 책임져야 할 미래의 가능성마저 죽이는 무한 경쟁의 틀을 벗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카이스트 사태가 던져준 우리 교육 전체에 대한 경종을 유의미하게 들어야 한다. 비단 카이스트만이 아니라 온 나라를 죽음의 교육으로 뒤덮어 온 경쟁 만능 이명박 교육 정책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 자본의 논리에 포섭된 교육이 인간이 숨 쉴 여유조차 앗아간 자리에는 교육이 들어 설 틈이 없다.

게다가 자신의 언어적 정체성마저 부인하게 만드는 영어중심 교육은 학생들에게 자존감을 빼앗아 극단적으로는 스스로의 삶을 부정하게 만들어 왔다. 카이스트만이 아니라 우리 교육 전반이 앓고 있는 영어병을 치료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 정부는 인수위 시절 영어 과목을 수능 시험에서 제외하겠다고 검토한 바 있다. 사교육비를 반으로 줄이기 위한 대책 차원이었지만 이제는 학생들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조처로서 영어 위주 교육과정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초등학생부터 중고생까지 경쟁 구조에 치여 자신의 삶을 던지는 사태를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요구한다. 학교는 학생들이 경쟁하기에 앞서 서로 협력하는 사회 훈련 공간이 되어야 한다. 차별을 조장하고 경쟁만 부추겨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정책은 이미 국민들에게서 심판의 대상이 되었다.

국가가 책임지지 않고 소위 수익자 부담 논리로 교육비를 학부모에게 전가하는 정책도 ‘미친 등록금’이라는 지탄을 받고 있다. 이제 교육에 대해 어떤 책임을 지는 게 국가의 책무인가를 국민들은 묻고 있다. 그에 대한 답을 찾아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는 일이야말로 이번 카이스트 사태를 교육적 반성의 계기로 받아들이는 길이다.

우리는 일차적으로 카이스트 총장에게 책임을 묻는다. 하지만 그 모든 사태의 배후에 이런 교육을 조장해 온 언론과 교육 당국에게도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태를 야기한 총체적 모순 구조를 제대로 진단하고 교육 구조 전반에 대해 칼을 대려는 종합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온 나라를 슬픔에 빠뜨린 영재들을 잃고도 교훈을 얻지 못하는 더 큰 불행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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