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가을, 평소 헌혈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한 대학생이 하교길에 발견한 헌혈 차에 처음 올랐다. 이것이 두 번의 골수이식과 50여회가 넘게 헌혈해온 부천시 홍보기획관실에 근무하는 김태웅씨가 생명나눔을 실천한 첫 걸음이었다.

그 이후 김씨는 꾸준히 헌혈을 하기 시작했고 주변에서 수혈이 필요하다면 모아온 헌혈증서를 아낌없이 내어주었다.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99년 3월 ‘재난법인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에 골수 기증희망을 등록했다. 이듬해인 2000년 7월, 김씨와 조직적 합성항원(HLA)가 일치하는 백혈병 환자가 있다며 골수기증 의사를 묻는 연락을 받았다.

등록은 해놨지만 막상 바쁜 직장생활 속에 3일이나 입원해야 하고 무엇보다 부모님의 반대가 생각보다 강해 김씨에겐 부담이 컸다. 그러나 결국 김씨는 10월 26일 서울 강남 삼성의료원에 입원했다. 생명을 간절히 원하는 누군가의 바램을 알기에 시간을 더 지체할 수 없었던 것이다.

3개월 후, 병원에서 또 연락이 왔다. 김씨에게 골수이식 받은 환자에게 안착이 안돼 백혈병이 재발하여 이식을 한번 더 해달라는 주문이었다. 김씨는 망설임 없이 다시 수술대에 누웠고 그 이후 김씨에게 골수이식 받은 환자는 완쾌되었다.

김씨는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걸 내어 주신 분들이 많다. 난 겨우 두 번 골수이식, 헌혈도 56회 밖에 하지 못했다”며 주변 칭찬에 멋쩍어 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가진 것은 많지 않지만 나로 인해 생명을 살린다는 사실에 오히려 내가 더 큰 선물을 받은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씨는 이러한 선행을 같은 부서 동료들도 모르고 있을 정도로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아 이번 취재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한편, 지난해 결혼해 첫 아이를 얻은 김씨는 사후 각막과 장기도 기증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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