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부경대학교 국어국문학 강사 방정민(40)시인이 세 번째 시집 ‘인생. 그리고 나의 시’(그림과책)을 출간하였다. 방정민 시인은 같은 대학교 부경대에서 동대학교 동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을 마치고 현재 강사생활과 시인의 길을 걷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이 많은 인문학(국문학)강사라는 현실적인 역경에서도 그는 희망을 꿈꾸고 그 희망만큼 계단을 오르려 인내하고 인내한다. 그리고 언젠간 그 인내라는 봉오리가 아름다운 꽃으로 피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이번 시집을 엮었다고 하였다.

이번 시집에 작품해설은 조동구 교수(부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썼다. 작품해설을 읽자면 [시인은 이번 시집에 희망의 세레나데를 그려내고 있다. ‘나를 키운 건 8할이 좌절이었다/ 나를 버린 건 8할이 사회였다/ 나를 나이게끔 한 것은 2할이 인내였다/ 나는 나이 마흔에 기초생활비도 못 버는 인문학 시간강사/ ……… (중략) ……

/ 그 누구도 나에게 밥벌이를 주지 않았고/ 그 누구도 나에게 미래를 주지 않았다/ 언제 국수를 먹여 줄 거냐고 말하지 마라/ 요즘 젊은 사람들 이기심으로 애 놓지 않는다고 지껄이지 마라/ 난들 여우 같은 마누라 얻어 결혼하고 싶지 않겠느냐/ 난들 결혼하여 토끼 같은 자식 얻고 싶지 않겠느냐/ 무던히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았건만/ 나는 마흔에 과외 전단지 붙이러 다니는/ 폼 나는 천민, 대학 시간 강사 -‘우리 시대 나의 자화상’에서

마흔에 기초생활비도 못 버는 대학 시간 강사, 하지만 인내와 최선을 다해 살아왔던 시인은 당당하게 가슴을 내밀고 ‘그래서 왜?’라고 외친다. 우리시대의 실업과 가난을 풍자적으로 고발하는 용기는 스스로도 나 또한 그러한 우리 시대의 한 증인으로 나설 수 있었던 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겠다.

이전 시들이 보여주는 관념적 수사와 사유로서는 도저히 흉내 내기 어려운 세계 인식의 새로운 면모이다. 물론 ‘비워야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지 않아 비우는 것/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것이 아니라/ 헤어짐이 없어져 만남이 불결해진/ 세상’과 같은 구절처럼 경구나 관념적 몸짓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마음 하나 어디에 붙여 볼까나/ 이 작은 가슴으로 무엇을 품어 볼까나’(‘그대의 말’)하면서 시인은 오히려 순진할 정도로 당당한 포즈를 잡는다.

그런 점에서 시집 마지막 작품 ‘세상이 왜 이런 건지’는 시인의 ‘세상’에 대한 이러한 태도 변화와 함께 앞에서 언급한 그의 <시쓰기>의 방식을 역설적으로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된다.

이번 시집에는 마흔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의 방정민 시인이 생활하면서 느끼고 고민하는 감정을 비교적 그대로 옮겨놓았다. 세상 참 힘들지만 그는 영락없는 시인이다. 천생 시인인 것이다. 방정민 시인은 이렇게 전한다. ‘고치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기로 마음먹었다. 최대한 나를, 이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가식 없고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슬프고 외롭고 힘겨울 때 시를 한 수 쓰면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는 쾌감을 느끼고 인생에 의미를 조금이나마 찾을 수 있다. 이처럼 시는 나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어머니 같은 것이다. 인생을 조금은 넉넉하게 살 수 있게 해주고 이 팍팍한 세상에 나를 발 디딜 수 있게 해준다. 내 편이 아닌 세상을 내 품으로 품어볼 수 있게 해주는 존재다. 결국 내가 나를 살리기 위해 나는 시를 쓰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시를 쓰는 이유다.’ 이 말대로 시가 방정민 시인을 살리듯 힘든 세상 누구나 자신을 살리는 존재 하나 가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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