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전사라면 현장에 있었던 얘기를 적나라하게 기술하고픈 욕구가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이전에 소설화한 여러 권의 책이 나왔지만, 사실 그대로 정글을 누비면서 남다르게 느꼈던 것들과 이국에서 외롭고 긴박하게 삶을 향해 전진해야만 했던 그 날들을 피부로 느낀 그대로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있었을 것이다.

한국군 최대작전으로 주월사 주관 하에 펼친 두 작전 중 하나인 홍길동 작전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최희남 대령(당시 소대장)이 당시 현장에서 펼친 베트남 정글 바닥에 써놨던 비사를 원고지에 옮겨놓은 것은 대단한 일이다.

최희남 소대장이 소대원을 이끌고 정글로 들어간 하루는, 세계 전사에 유례가 없던, 소대 병력으로 적 연대본부(월맹군 18B 연대)를 습격해 격파했으니 그 공은 길이 빛날 것이다.

더군다나 월맹군은 프랑스 식민치하 때부터 전쟁으로 인생을 살아온 닳고 닳은 전쟁귀신들이지 않았던가. 게다가 우리 한국군 3중대 1소대원은 한 명도 부상당하지 않았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손이 함께 도왔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한 개인도 가장 밑바닥에 다다랐을 때 하나님께서 역사하신다는 얘기는 누누이 들어왔을 것이다. 하물며 생명을 코앞에 올려놓고 정글을 누벼야 하는 전쟁터에서 하나님에 대한 갈구는 파월병사 누구나 똑같았을 것이다.

최희남 대령은 베트남 전쟁터 현장에서 보고 들었던 불가사의한 사건들을 당시 참전했던 회고록 <나의 푸른 날 베트남 전쟁터에서> 담담하게 기술해나가고 있다.

물론, 파월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첫 작전에 나갔을 때는 전쟁과 삶이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른지 얼른 구분하지 못해 주춤했다.

그러다 점차 군인으로 살아가는 과정을 정글에 서 있는 나무 하나하나에 새기듯이 전진했다. 그러한 과정 중에 파월 동기이면서 기수 선배인 화기소대장이 하루아침에 소대원 절반을 잃어버리는 아픔을 지척에서 보며 가슴 아파했고, 푸틴 마을 작전 때는 2소대장이 현장에서 전사하는 비통함에 가슴을 뜯었다.

전쟁터란 모든 인간들의 군상이 응축되어 나타나는 현장이다.

더군다나 전사로 분장한 개개인은 한 치의 실수만 저질러도 가차 없이 무대에서 사라지는 신들의 놀음이다. 따라서 전쟁터에 발을 넣는 그 순간부터 온몸의 세포는 일어선다.

월맹군이 닌호아 시내에 들어와 해방구를 만들어버렸을 땐 백마부대 연대장 한 분을 잃는 아픔과 엄청난 손실을 보았다.

그리고 이어서 최희남 대령이 사단 수색중대로 전출 간 직후, 함께 정글을 헤치고 다녔던 병사 4명이 혼바산 같은 자리에서 전사하고 1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 소식을 접하고 울었다. 몇 개월 후엔 도깨비 6호 작전 때 월맹군 정규군(월맹군 95연대)을 소탕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기개를 폈다.

‘전쟁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누가 각본을 짤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오직 전쟁터 현장 땅바닥에 새겨진 그대로를 옮겨놓는 것이 후세들에게 가장 큰 메시지를 전해줄 것이다.

따라서 <나의 푸른 날 베트남 전쟁터에서/ 다빛출판사 02-3423-1203>는 폭탄을 뚫고 전진해야만 했던 피로 맺은 전우들이 어떻게 그 전쟁 아귀를 뚫고 나왔으며, 삶에 대한 간절함과 더불어 죽음과 맞닿은 매 순간 어떻게 하나님께서 역사하셨는지를 번뜩번뜩 깨닫는 감동을 담고 있다.

최희남 지음 / 472P(양장본) / 17,000

다빛출판사(02-3423-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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