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소도 벌떡! 전남 영암의 '갈낙탕'

쓰러진 소도 벌떡! 영암 갈낙탕
 
갈낙탕, 갈비와 낙지를 동시에 머리 속에 떠올리자, 도통 그 맛을 가늠할 수가 없다. 대체 어떠한 맛일까. 바다 갯벌에서 나는 낙지와 육지에서 나는 소갈비. 공통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낙지와 갈비탕. 그 둘의 맛이 섞이면 입 안에서는 어떠한 맛을 음미하게 될지 너무도 궁금해 전남 영암군 학암면 독천리로 향했다. 독천리의 뜻을 가만히 살펴보니, 독천리의 독은 송아지 독자이다. 그만큼 좋은 소를 많이 키우기로 유명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리라. 원재료가 좋은 영암에서 갈낙탕의 고소하고 개운한 맛도 느끼고, 몸에 좋은 갈비와 낙지 그 영양가 많은 두 마리 토끼도 잡아 봄은 어떠할지.
 
원기회복의 최강자, 낙지
 
“소가 시름시름 앓고 누웠을 때 여그 낙지를 풀에 돌돌 말아서 먹이믄요, 소가 벌떡 일어나서 기운을 차리지요잉.” 전남 영암군 학암면 독천리 독천갈낙탕 조정기(51) 사장은 낙지가 쓰러진 소도 일으킬만큼 원기회복에 좋은 음식라고 설명한다. 이는 정약용의 형인 정약전이 지은 자산어보에도 기록된 것으로서 영양 부족으로 일어나지 못하는 소에게 낙지 서너마리만 먹이면 거뜬히 일어난다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낙지는 빈혈예방 효과가 있고 강장제인 타우린 성분, 단백질, 비타민, 철 등 무기질 성분이 있어 몸의 원기를 회복하는 데에는 다른 보양식 못지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산어보에 따르면 낙지는 쓰러진 소도 일으킬 만큼 원기회복에 좋은 해산물이다.
 
조 사장은 조상대대로 영암에서 터를 잡고 살아온 영암 토박이로, 영암 주변의 낙지가 다른 곳과는 그 맛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영산호가 생기기 전에는 미암면, 서호면 일대가 바다였는데, 갯벌이 좋아서 질 좋은 낙지가 많이 잡혀 전국에서 제일 유명했다고. 낙지뿐만 아니라, 좋은 소를 많이 길러내는 곳이기도 해서 함평, 장흥과 함께 영암군 독천 우시장이 컸다고 한다. 예전에는 이 곳 주민들은 대부분 각 가정에 한 마리씩의 소를 기르고 있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가정에서보다는 소축사에서 판매 목적으로 많이 기르고 있다고. 낙지마을 뒤편으로 난 도로를 따라 가다보니, 드문드문 소축사들이 보인다. 소축사에서 누렁이 황소들에게 먹이를 나눠주는 축사 주인의 모습이 평화로워보인다.
 
 
영암 자연환경이 만들어 낸 갈낙탕
 
낙지를 갈비탕에 넣어 먹을 생각을 누가 감히 했을까. 물론 음식이야 사람이 만든 것이지만 갈낙탕이 탄생된 배경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이 기발한 발상의 근원지는 영암의 독특한 자연환경으로부터 시작된다. 영암 독천리 주변은 지금은 방조제로 막혀 있지만, 독천리 앞바다에는 미암갯벌이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그 곳에서 질 좋은 낙지들을 캐는 아낙네들의 손길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고 한다. 원래 무안, 신안 일대의 갯벌은 예로부터 질 좋은 뻘낙지가 잘 잡히는 곳으로 유명하였다. 미암갯벌 또한 좋은 낙지가 잡히는 곳으로서 손색이 없는 곳이었다. 영암이 낙지만 유명했느냐. 그렇지 않다.
 
영암은 예부터 질 좋은 낙지와 소가 많기로 유명하다.
 
영암 독천리는 그 마을이름의 첫자인 독(犢)이 송아지라는 뜻이다. 그만큼 좋은 소를 많이 키워온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영암 독천리에서는 소축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렇듯, 영암의 자연환경은 낙지와 갈비탕이 유명하게 된 데에 일등공신이다. 그러나 예전에는 낙지도 유명하고, 갈비탕도 유명했지만, 지금처럼 ○○ 전문점이라는 간판대신 식당에서 갈비와 낙지 요리를 함께 팔았다고 한다. 그런데 1970년대에 소 값이 갑자기 폭락하면서 독천리 식당가에는 한파가 몰아쳤다. 장사도 잘 안되고 하던 차에 한 식당 주인이 이 불황을 극복하려고 새로운 요리를 선보인 것. 한 곳에서 따로따로 팔던 낙지와 갈비탕 요리를 하나로 합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온 것이다.
 
 
담백, 개운한 국물과 부들부들한 육질
 
갈낙탕이 나오기 전, 전라도의 음식점답게 밑반찬이 화려하게 등장했다. 아가미젓, 전어젓, 창젓, 세화젓 등 젓갈 종류만 10여가지에 달한다. 그 외 다른 나물 종류를 다 합치면 모두 20여가지 정도의 밑반찬이 나온다. 조 사장은 지금 이 밑반찬수는 예전에 비해 줄인 것이라고 말해 기자를 당혹케 했다. 어느 반찬에 먼저 손을 대야 할지, 젓가락이 그 향방을 결정하느라 고민하는 차에 오늘의 주인공, 갈낙탕이 나왔다. 갈낙탕의 국물은 갈비탕 육수로 그 색깔이 우윳빛이 나면서도 살짝 검은빛도 난다. 그 속에 갈비와 낚지가 섞여있다. 독천갈낙탕 주방장 아주머니가 쫓아나오더니, 갈낙탕은 낙지부터 먹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갈낙탕을 만들 때 갈비탕을 푹 고아서 갈비의 육질을 연하게 만들고, 갈비탕이 거의 완성되면 마지막에 산낙지를 넣어 살짝 데치듯이 넣는다고 한다. 낙지는 오래 익히면 질기기 때문이다.
 
갈낙탕은 갈비탕에 낙지를 썩어 끊인 것을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이 특징이다.
 
낙지가 통째로 갈비탕에 들어가 있어 미각을 자극한다. 가위로 대충 자르고 한 저름 입에 넣으니, 입 안에서의 촉감이 부드럽고 질기지 않다. 국물의 첫 맛은 갈비탕 맛이긴한데 끝맛이 느끼하지 않고 담백해 국물이 목 뒤로 넘어간 뒤에 개운함을 느낄 수 있다. 낙지와 갈비를 함께 먹어도 그 맛이 독특하다. 육고기의 질감과 낙지의 부드러움 그리고 국물까지 곁들여 한 입에 넣고 씹으면 색다른 맛이다. 무엇보다 개운하고 시원한 국물이 갈낙탕 맛을 좌지우지 한다고 할 수 있다. 다른 갈비탕과는 달리 시원한 끝맛과 낙지탕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갈비탕의 고소한 육수맛. 갈낙탕은 갈비만으로도, 낙지만으로도 낼 수 없는 독특한 맛을 낙지와 갈비가 만나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다. 전남 영암까지 와서 갈낙탕만 먹고 가기에는 좀 아쉽다싶으면 다른 낙지 요리들도 맛 볼 것을 권한다. 메뉴판에 낙지탕탕 비빔밥이라 적혀 있는 것을 보고, 낙지탕탕? 하고 물음표가 생겼다. 낙지탕에 탕자 한 개를 더 붙여 오타가 생긴 것이 아닌가 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낙지탕탕 비빔밥은 낙지를 잘개 썰어서 갖은 양념장과 함께 비벼 먹는 비빔밥의 종류였던 것. 그런데 그 이름이 낙지탕탕으로 지어진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은 낙지를 잘개 썰 때 나는 의성어 “탕탕”을 이름에 붙여넣은 것이다. 낙지를 탕탕 잘개 썰어서 비벼먹는 밥. 그것이 바로 낙지탕탕비빔밥이다. 이밖에도 세발낙지는 낙지가 유명한 곳에서는 먹어볼만한 것으로 나무젓가락에 돌돌 말아서 된장을 찍어 한 입에 쏙 넣어 먹는 게 관건이다. 독천갈낙탕 주방장 아주머니의 말로는, 세발낙지는 입에 넣고 너무 오래 씹는 것보다는 적당히 씹어서 먹는 것이 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독천리 낙지거리
 
독천리 마을에는 영암군에서 인정한 낙지거리가 존재한다. 낙지로 유명한 거리이다보니, 관광객들도 다른 곳을 둘러보다가 출출해지면 낙지거리에 와서 갈낙탕을 찾는다고한다. 특히 영암군의 명산, 월출산은 기암절벽으로 되어있고, 산세가 험해 기가 센 산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영암 독천리에 자리한 낙지거리에는 낙지요리 전문점이 즐비하다.
 
그래서 등산객들은 월출산을 등반하고 내려오면 등산으로 인해 허기지고, 지친 몸을 이 낙지거리에서 갈낙탕으로 원기회복을 한다고 조 사장은 귀띔한다. 또한 이 낙지거리에는 주로 낙지요리와 갈낙탕을 판매하는 식당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서로 질 좋은 낙지를 고르고, 가져오기 위해 선의의 경쟁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그래서 낙지거리는 영암군의 또 다른 관광명소에 가까울 만큼 관광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 있다.
 
 
물천년고찰 도갑사와 5미터 석조에 담긴 물
 
영암에 갔다면 도갑사를 들러보자. 도갑사는 그 역사가 길고 깊은 천년고찰이다. 임진왜란과 한국전쟁 이전에는 그 승려의 수가 700여명이 넘을 정도로 사찰의 규모가 어마어마했지만, 지금은 예전에 비해 그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아직도 도갑사 안에는 절 터가 남아 있어 예전의 위상을 흔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5미터 정도 되는 석조는 사찰의 승려들이 물을 마시던 식수용 석조로서 그 크기가 예전에 많은 승려들이 이 곳에 기거했음을 짐작케 한다.
 
도갑사 석조는 길이 5미터로 옛날 700여명의 승려들이 물을 마시던 곳이다.
 
도갑사를 찾은 관광객과 신도들은 수령을 짐작하기도 어려운 거대한 나무 아래 놓여진 석조의 물을 떠 마시며 목을 축인다. 도갑사로 올라가는 길은 도로 양옆으로 나무들이 줄 지어있어서 꽤 운치가 있다. 차량으로 간다면 짧지만 좋은 드라이브 코스이고, 걸어간다면 구림천의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산책할 수 있는 산책로가 되기도 한다. 도갑사 뒤편으로는 달이 아름답게 떠서 이름 붙여진 월출산이 보인다. 기암괴석들이 산을 뒤덮고 있는 월출산은 그 기세가 웅장하고 위엄 있어 수묵화의 힘 있는 화법으로 그려놓은 듯한 한 폭의 그림과 같다.
 
 
용추폭포 자연수로 물놀이, 기차랜드
 
기찬랜드는 영암군이 천황봉 아래에 조성한 테마파크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기찬랜드라는 이름은 월출산의 기(氣)를 내려 받은 곳이라 하여 기찬랜드라 이름 붙여졌는데 랜드 상부에 사방댐을 지어서 용추골에서 흘러내려오는 자연수를 확보해 물놀이를 할 수 있도록 흘려보내 자연형 풀장을 만들었다.
 
기차랜드는 영암군이 조성한 테마파크로 용추골 자연수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또 민족문화를 체함할 수 있는 가야금테마공원과 산림욕장, 웰빙 기(氣)도로 등이 있다. 웰빙 기도로는 지상의 기(氣)를 모아 하늘로 솟구치는 형국의 월출산 기슭을 따라 조성된 웰빙도로이다. 이 도로는 월출산의 물(水), 숲(林), 바위(巖), 길(路)을 체험하며 심신을 단련하는 건강도로이다. 웰빙 기도로는 월출산의 정기를 느끼고 도보 등으로 건강한 신체단련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기찬랜드 문의: 061-470-2285
 
 
한옥의 정취, 구림전통마을
 
도갑사에서 서구림 방면으로 가다보면 황토빛 흙담이 죽 늘어서 있는 마을을 발견하게 된다. 이 곳은 남한의 금강 국립공원 월출산 자락에 위치한 영암구림마을로 2200년의 역사를 가진 한옥마을이다. 한옥마을을 끼고 조금 더 가다보면 영암도기문화센터에 닿을 수 있다. 이 곳에서는 다양한 도기 전시품을 관람하고 체험공방도 있어 직접 도기 체험도 할 수 있다.
 

구림한옥마을에서는 황토빛 정겨운 흑담과 한옥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상대포는 왕인박사가 일분에 문화를 전파할 때 배를 타고 떠났던 곳이다.

 
도기무화센터를 지나가면 작은 연못에 고즈넉하게 자리를 잡고 앉은 정자를 만날 수 있는데 이 곳은 상대포이다. 지금은 막혀 있는 연못같지만, 예전에는 바다로 향할 수 있는 포구였다고 한다. 이 곳 백제의 훌륭한 학자인 왕인박사가 일본 응신천왕의 초청을 받아 상대포에서 배를 타고 일본으로 간 장소이기 때문이다. 왕인박사는 논어 10권과 천자문 1권을 가지고 도공 등 많은 기술자들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인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등 일본에 문화를 전파한 인물이다.
 
여행팁
조금더 둘러 본다면
 
 
 
 
 
 
 
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 바로가기
 
지왕인박사 유적 자세히보기월출산 국립공원 자세히보기
  등록일 : 2009.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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