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는 금세기 들어 두 가지 면에서 중요한 특징을 보였다. 하나는 연평균 가격수준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것이며 다른 하나는 변동 폭이 넓다는 점이다. 두바이유 기준으로 국제유가는 2001년 이래 연평균 배럴당 약 10달러 정도 상승하여 2008년 평균 유가는 94.29달러를 유지하였다. 그리고 연중 최고가격과 최저가격의 차이를 변동 폭으로 나타낼 때, 2008년의 배럴당 유가 변동 폭은 약 104달러이었으나 2001년의 그것은 약 12달러에 불과하였다. 평균 수준의 차이를 감안하여 변동 폭을 나타내는 지표, 즉 표준편차-평균 비율은 2001년 중 12.5%이었으나 2008년에는 29.8%로 높아졌다.

널뛰는 국제유가… 위협받는 국가경제

이처럼 높은 유가 수준과 변동 폭은 2009년 상반기 중 상당히 완화되었다. 두바이 유가의 평균 수준은 금년 상반기 중 51.44달러이며 그 변동 폭은 31달러로서 세계 석유시황은 2008년에 비해 크게 호전됐다. 그러나 세계 석유수급의 구조적 특징을 살펴볼 때 금년 상반기의 추세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세계 석유수요는 향후 글로벌 경기회복과 더불어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세계 석유공급 여건은 국제적 투자 부진 등으로 인해 단기간 내에 개선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세계 석유시장의 이와 같은 환경 하에서 세계은행(World Bank)은 작년에 161개국을 분석 대상으로 하여 「유가상승에 대한 취약성」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 보고서는 취약성 지표로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원유 및 석유제품 순수입액(純輸入額)의 비율, 즉 석유 순수입액-국내총생산 비율을 이용하였다. 이 비율은 아주 단순해 보이지만 국제유가의 경제파급 경로를 고려해 볼 때 유가상승에 대한 국가경제의 취약성을 잘 드러내 보이고 있다.

국제 석유가격의 상승은 일차적이자 직접적으로 석유 수입국으로부터 수출국으로 소득이전을 유발하며 연쇄적으로 석유수입국의 소비감소를 초래한다. 석유수요는 가격이 오르더라도 크게 줄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득이전과 그 연쇄파급 효과는 앞에서 살펴본 취약성이 높을수록 크게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유가 상승은 물가 상승을 초래하여 간접적으로 소비감소를 가져오며 연쇄적으로 투자 및 생산의 감소를 유발하게 되는데, 이 같은 부정적 간접효과도 취약성이 높을 때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한국 경제, 외국보다 유가 변동에 더욱 취약

세계은행 보고서에 의하면 유가상승에 대한 석유수입국의 2006년 취약성 지표 값은 1996년 대비 현저히 높아졌다. 우리나라의 취약성 지표 값은 동기간 중 2.8%에서 5.7%로 증가했다. 동기간 중 일본은 0.9%에서 2.7%로, 중국은 0.3%에서 3%로, 그리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은 1.2%에서 2.6%로 높아졌다. 이것은 유가 상승에 대응할 수 있는 석유수입국의 경제체질이 약화됐다는 의미이다.

석유 순수입액-국내총생산 비율이 낮은 순서, 즉 유가상승 대응 경제체질이 양호한 순서로 살펴볼 때 2006년의 경우 우리나라는 161개국 중 105위로서 일본의 57위, 중국의 62에 뒤져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2006년 경제체질 순위는 1996년 대비 12단계 개선된 반면, 일본은 10단계 떨어졌고 중국은 27단계 악화됐다. 경제체질 순위의 개선은 우리나라가 유가상승에 대비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그러나 경제체질의 낮은 순위는 우리나라가 유가상승에 대한 대응능력을 더욱 강화해야 함을 의미한다.

위에서 밝힌 세계은행 보고서는 유가상승에 대한 2006년 국가경제의 취약성이 1996년 대비 어떤 요인에 의해 변화되었는지를 분석 제시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7가지 요인을 추적하고 있으나 석유수입국의 입장에서 볼 때 중요한 요인은 석유가격 상승, 총에너지에 대한 석유소비 점유율, 그리고 국내총생산 1,000달러에 투입되는 총에너지량 즉 에너지원단위이다. 석유가격 상승은 직접적으로 석유수입국 경제의 취약성 지표 값을 높이는 요인이나, 석유소비 점유율 축소 및 에너지원단위 감소는 국가경제의 취약성 지표 값을 줄여 경제체질의 개선에 기여하는 요인이다.

지속적 탈석유 정책으로 고유가 대응해야

국가경제의 체질개선에 대한 석유소비 점유율 축소의 기여도 순위 면에서 우리나라는 161개 중 22위이며, 에너지원단위 감소의 기여도 순위는 우리나라가 63위로 나타났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탈석유 정책이 에너지원단위 감소 정책보다 유가상승 대응 능력의 제고에 상대적으로 높은 효과가 있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특징은 우리나라의 2006년 석유소비 비중은 1996년 대비 16.8% 감소하였으나, 에너지원단위는 동기간 중 7.3% 하락에 그쳤다는 통계로부터도 미루어 짐작할 수도 있다.

참고로, 일본의 석유소비 점유율 축소의 기여도 순위는 37위이며, 중국의 그것은 49위이다. 그리고 일본의 에너지원단위 감소의 기여도 순위는 76위이며, 중국은 47위로 나타났다. 일본의 요인별 개선 순위가 우리보다 낮다고 하여 우리나라의 탈석유 수준 및 에너지원단위가 일본보다 양호하다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경우 유가상승에 대한 경제적 대응 체질이 우리보다 월등히 좋은 여건 하에서 취약도의 추가적 개선이 용이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 보고서의 내용으로 판단해 볼 때, 고유가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나라의 경제체질은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으며, OECD의 평균보다 좋지 않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경제체질의 개선 속도가 주변국인 일본 및 중국 보다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탈석유 정책은 고유가를 극복하기 위한 경제체질 개선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에너지원단위는 개선되는 추세이나 에너지효율은 향후 보다 더 강화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탈석유와 에너지원단위 개선은 석유가격의 상승에 대비하여 우리의 경제체질을 튼튼히 하는 요인이며 결과적으로 유가 변동성의 위험을 감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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