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일리]검찰이 문재인 정부 국가통계 조작 사건 수사와 관련하여 14일 김상조·김수현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황덕순 전 대통령비서실 일자리 수석, 홍장표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 핵심 관련자들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수사 결과 이들은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던 '집값 안정', '비정규직 감축', '소득주도성장' 등을 위한 부동산·고용·소득 정책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실패한 사실을 감추기 위해 한국부동산원과 통계청 직원들을 지속적으로 압박해 통계를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부동산 통계의 경우 문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7월부터 임기 말인 2011년 11월까지 무려 4년 6개월 동안 모두 125차례에 걸쳐 '주간 주택가격 변동률'을 조작했고, 문 전 대통령 취임 2주년을 앞둔 시점과 제21대 총선 직전,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에 집중적으로 통계를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지검(검사장 박재억)은 이날 오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문재인 정부 '국가통계 조작'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전지검은 이날 '주택통계' 조작과 관련해 김상조 전 실장과 김수현 전 실장, 김현미 전 장관, 윤성원 전 국토부 1차관, 하동수 전 대통령비서실 국토교통비서관, 전 국토부 주택실장 2명 등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김상조·김수현 전 실장과 김현미 전 장관, 윤성원 전 차관은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각 재직기간 중 한국부동산원이 산정하는 '주간 주택가격 변동률'의 주중 조사 실시 및 변동률 사전 제공, 변동률 재검토 등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및 통계법 위반)를 받는다.

하동수 전 비서관과 두 명의 전 국토부 주택실장에게는 2018년 7월부터 2021년 7월까지 각 재직기간 중 변동률 재검토 등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및 통계법 위반)가 적용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관련 법령에 따라 매주 1회 국토부에만 보고하던 '주간 주택가격 변동률'을 사전에 파악해 정부의 부동산 대책 효과로 집값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목적으로 공표하기 전 매주 3차례 대통령비서실에 사전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주간 주택가격 변동률은 주택시장의 평균적인 가격변화를 측정해 매주 1회 공표하는 통계로, 부동산 대책 수립의 중요한 판단지표가 된다. 특히 언론은 매주 한국부동산원이 공표하는 변동률을 인용해 시장상황을 보도한다.

과거에는 국토부가 매주 목요일 언론에 배포되는 확정치 변동률을 통계법에 따라 수요일에 부동산원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는데, 이들은 주중에 추가로 변동률 조사를 실시해 중간값 성격으로 산출한 '주중치'와 주간 조사 후 아직 통계 작성 과정을 마치지 않은 '속보치'까지 세 종류의 변동률을 대통령비서실과 국토부에 사전 보고하게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특히 김수현 전 실장 등은 문재인 정부가 시행한 각종 부동산 대책의 효과로 집값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기 위한 목적 등으로, 미리 보고받은 변동률이 높으면 인위적으로 낮추도록 부동산원 임직원을 압박하는 방법으로 125회에 걸쳐 서울, 인천, 경기 지역의 매매·전세가격 변동률을 조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법 제27조의2(통계작성·공표 과정에서의 영향력 행사, 누설 및 목적 외 사용의 금지 등) 1항은 통계작성기관에서 작성 중인 통계 또는 작성된 통계를 공표 전에 변경하거나 공표 예정 일시를 조정할 목적으로 통계종사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경우 같은 법 제39조(벌칙) 1항 1호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김수현 전 실장과 윤성원 전 차관은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두고 아직 발표하지도 않은 대책의 효과를 변동률 산정에 반영하라고 지시하는 등 대통령비서실 소속 행정관들로 하여금 국토부와 부동산원에 반복적으로 연락해 변동률을 낮추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현미 전 장관은 부동산 대책 효과가 변동률 숫자로 나타나야 한다고 국토부 직원들에게 거듭 지시했고, 이 같은 지시를 받은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부동산원에 연락하거나 시장점검회의를 열어 '변동률을 잘못 산정하고 있다'며 부동산원 직원들을 질책해 변동률을 낮추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부동산원 임직원들은 사전보고가 부당하다며 12차례에 걸쳐 중단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대통령비서실과 국토부는 부동산원 예산 삭감 등을 압박하며 거부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김상조 전 실장은국토부 및 부동산원 다수 관계자가 참석한 회의에서 부동산원의 사전보고 중단 요청에 대해 '사전보고를 폐지하면 부동산원의 예산이 없어질 텐데, 괜찮겠냐'라고 말하며 요청을 묵살했다고 밝혔다.

대통령비서실은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위와 같은 변동률 사전검열 체계를 갖추고 6·19 대책과 8·2 대책을 연달아 시행했지만 2018년 1월 변동률이 2012년도입된 이후 최고치로 산정되는 등 유례없이 집값 상승폭이 높아지자 대책 실패에 대한 비난과 지지율 하락을 우려해 처음으로 변동률을 조작하기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주택통계 조작은 각종 부동산 대책 전후로 그 효과가 즉시 나타난 것처럼 보이게 하고, 2019년 대통령 취임 2주년 및 2020년 총선 무렵 집값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집중적으로 조작됐다.

먼저 2019년 4월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2주년을 앞두고집값이 상승할 경우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및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해 2019년 4월부터 6월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집중적으로 변동률 조작이 이뤄졌다.

또 2020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2019년 12월부터 총선 직전인 2020년 3월까지 28회에 걸쳐 집중적으로 변동률을 조작했는데, 이는 집값 상승으로 인한 선거 악영향을 우려한 조치였던 것으로 검찰은 분석했다.

특히 당시 국토부 실무자들은 2019년 12·16 대책 이후 일부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추가 대책을 마련했지만, 대통령비서실은 총선에의 악영향과 규제지역으로 지정될 선거구의 여론 악화를 이유로 대책 시행을 미루는 대신 변동률을 조작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후 2020년 6·17 대책을 통해 뒤늦게 경기도 일부 지역을 포함한 수도권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했으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고, 오히려 서울 집값은 상승했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의 효과를 위장하기 위한 통계조작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당시 정부는 2020년 총선 이후 집값이 계속 상승하자 6·17 대책과 7·10 대책을 연달아 시행했음에도 집값이 안정되지 않자 2020년 6월부터 같은 해 10월까지 26차례에 걸쳐집중적으로 변동률을 조작해 마치 부동산 대책의 효과가 있는 것처럼 위장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KB국민은행도 부동산원의 주간 변동률과 유사한 성격의 주택가격 변동률을 매주 공표하는데, 표본과 조사방법의 차이로 인해 양 변동률이 완전히 일치하진 않아도 전반적인 상승·하락 추세는 합치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때 변동률 조작이 시작된 이후에는일관되게 부동산원 변동률이 KB 변동률보다 낮게 집계됐고,변동률 조작이 집중됐던 시기에는 부동산원 변동률과 KB 변동률이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고 한다.

심지어KB 변동률에 의하면 집값이 상승 국면인데 부동산원 변동률에 의하면 하락 국면일 때가 있을 정도로 통계가 왜곡됐다고 검찰은 전했다.

대전지검은 이날 고용통계와 관련해 김상조 전 실장과 황덕순 전 수석, 이준협 전 대통령비서실 일자리기획비서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을 직권남용 및 통계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19년 10월전년 대비 비정규직이 약 86만명 급증하자,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실패했다는 비난 여론을 피하기 위해 통계청 직원으로 하여금 통계조사방식의 차이로 인해 비정규직이 급증한 것처럼 허위 보도자료를 작성하게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이 같은 대통령비서실과 통계청장의 압박으로 통계청 직원은 보도자료에서 '비정규직 근로자가 2018년에 비해 86만7000명 증가했다'는 본래 내용을 삭제하고 '2018년 통계와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는 통계서술정보를 추가했다.

비정규직 수치는 일자리 정책 평가의 중요한 통계임에도, 이처럼 대통령비서실의 지시에 따라 보도자료 초안에 포함됐던 수치 증가 내용이 전부 삭제되고, 전년도 통계와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내용만 추가돼 통계조사 결과가 정부에 유리하게 축소·왜곡됐다는 게 검찰의 수사 결과다.

대전지검은 이날 소득통계 조작과 관련 홍장표 전 수석을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홍 전 수석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도 불구하고 가계소득통계 조사 결과 소득불평등이 역대 최악으로 나타나자 이를 정당화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 2018년 5월 통계청으로 하여금 불법적으로 개인정보가 포함돼 외부로 반출할 수 없는 통계기초자료를 제공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정부는 홍 전 수석이 제공받은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로 개인근로소득 불평등이 개선됐다고 임의로 해석해 정책성과 홍보에 활용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앞서 감사원은 2022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국토부, 통계청 등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고, 주택통계·고용통계·소득통계에 관한 위법행위가 의심되는 22명에 대해 지난해 9월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이후 대전지검은 대통령비서실, 국토부, 한국부동산원 등 소속 관계자 100여명을 조사하고, 대통령기록관, 국토부 등 관계기관 6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진행했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이 사건은 정부가 권력을 남용해 국가통계의 정확성과 중립성을 정면으로 침해한 최초의 통계법 위반 사례"라며 "집중적인 수사를 통해 다수의 고위 공직자들이 장기간 연루된 조직적·권력형 범죄임을 규명하고, 범행 동기와 전모도 명확히 밝혀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수사를 통해 부동산 대책 실패로 주택가격이 폭등하고, 일자리 정책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이 증가하는 등 정부에 불리한 상황을 감추기 위해 대통령비서실 주도로 장기간 국가통계를 조직적으로 조작하거나 통계조사 결과를 왜곡한 사실이 밝혀졌다"라며 "민생 경제정책의 핵심지표로서 정부정책 수립의 근간이자 국민들의 '내집 마련' 등 가계 운영에 필요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부동산, 고용, 소득 관련 국가통계가 조작됨으로써 중대한 국가적 폐해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통계를 공표 전에 제공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하면서, 영향력 행사가 있지 않는 한 제공받은 사람에 대한 처벌규정은 없는 등 통계법의 흠결도 드러났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국가통계를 보호할 필요성에 비해 처벌규정의 낮은 법정형과 처벌하는 행위 유형의 공백이 발견돼 입법 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라며 "통계법의 벌칙규정은 법정형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하고 있어 공소시효가 5년에 불과하므로 법정형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지검은 감사원이 수사를 요청한 22명 중 장하성·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과 차영환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비서관,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비서관실 행정관 1명, 전 부동산원 원장 2명과 전 부원장 1명, 통계청 전 차장, 전 국장, 전 과장 등 11명에 대해서는 혐의없음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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