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진 변호사
  조태진 변호사

[뉴스데일리]재범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성범죄자들의 거주지를 국가가 지정해 주는 이른바 ‘한국형 제시카법’ 즉 「고위험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거주지 지정 등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 2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고위험 성범죄자들이 형기를 마치고 연이어 출소하고 있고, 이들이 출소 후 자리 잡게 되는 거주지는 일반 국민들의 일상적인 안전과 직결됨에도 그간 이를 제대로 통제할 방안이 없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고위험 성범죄자에 대한 관리를 한층 강화하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이들의 거주지를 법원의 결정으로 국가 등이 운영하는 시설로 지정하는 내용의 ‘한국형 제시카법’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원래 제시카법은 2005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아동 성폭행 전과자인 존 코이(John Couey)에 의해 강간 살해된 9살 소녀 ‘제시카 런스퍼드(Jessica Lunsford)’의 이름을 따 만들어졌다.

당시 범인은 이미 아동 성범죄 전과가 2범으로 10년형을 선고받았지만 모범수로 2년 만에 출소하였고, 주 정부의 관리 소홀로 인해 제시카는 그의 세 번째 아동 성범죄 희생자가 되었다.

이후 주 의회는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관리를 엄격히 해줄 것을 요청하는 제시카 아버지의 바람대로 12세 미만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 대해 최소 25년의 형량을 적용하고 출소 이후에도 평생 위치추적 장치를 채워 집중 감시하는 한편, 범죄자가 학교나 공원 주변 등 아동이 많은 곳으로부터 2000피트(약 610m) 이내에 거주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제시카법을 제정했다.

◈ 주요 내용

‘한국형 제시카법’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반복적으로 성폭력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 이른바 ‘약탈적 성폭력범죄자’에게 적용되는데,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하거나 3회 이상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전자감독 대상자 중 전자장치 부착명령의 원인이 되는 범죄로 10년 이상의 선고형을 받은 ‘고위험 성폭력범죄자’가 이에 해당한다. (제2조).

절차적으로는 출소 전 또는 전자감독 집행 중인 고위험 성범죄자에 대하여 거주지 지정이 필요한 경우 검사는 청구를 통해 법원이 전자장치 부착기간 내에서 기간을 정하여 ‘거주지 지정명령’을 부과할 수 있다.

또한 이미 출소한 경우라도 검사는 거주지 지정명령 청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보호관찰소의 장에게 고위험 성범죄자의 범죄 관련 사항, 피해자 관련 사항, 재범의 위험성, 범죄자 관련 사항, 거주지 주변 환경, 성충동 약물치료명령 부과 여부 등에 대한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 (제5조, 제6조).

당초 법무부가 마련했던 원안은 미국 제시카법과 마찬가지로 거주지를 ‘제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고위험 성범죄자들은 출소 후에도 주거가 부정한 경우가 많아 오히려 관리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한국형 제시카법’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고위험 성범죄자들의 거주지를 ‘지정’하는 것으로 최종안을 확정했다.

미국 제시카법과 비교해 본다면 출소 후 고위험 성범죄자들에 대한 국가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중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 제기되고 있는 이슈

‘한국형 제시카법’과 관련해서는 거주지 지정이 또 다른 형태의 구금에 해당하여 고위험 성범죄자들 입장에서는 이중처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거주지 지정과 같은 보안처분은 그 본질, 추구하는 목적 및 기능에 있어 형벌과는 다른 독자적 의의를 가진 사회 보호적인 처분이므로 형벌과 보안처분은 서로 병과하여 선고한다고 해서 그것이 헌법 제13조 제1항 후단 소정의 이중처벌금지 원칙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견해다. (헌법재판소 2015. 11. 26. 선고 2014헌바475 결정).

즉, 고위험 성범죄자들이 출소할 당시 보안처분의 일종인 거주지 지정 명령을 병과한다 하더라도 이는 형벌이 아니므로 이중처벌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형 제시카법’이 시행되기 전에 이미 출소한 고위험 성범죄자들에 대해 거주지 지정 명령을 소급적용하는 것도 가능할까? 이 경우도 우리 법원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일례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신상공개명령 제도(대법원 2011. 3. 24. 선고 2010도14393 판결, 대법원 2011. 9. 29. 선고 2011도9253 판결) 및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한 전자감시제도(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10도11996 판결)에 대하여 법원은 일관되게 소급적용을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보안처분은 범죄행위를 한 자에 대한 응보 등을 목적으로 그 책임을 추궁하는 ‘사후적 처분인 형벌’과는 성격을 달리하므로 형벌에 관한 소급입법금지의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법리대로 라면 이미 출소해 있지만 국민들이 이름을 대면 모두 알 만한 고위험 성범죄자들의 경우 이 법 시행과 함께 출소 후 자리 잡은 거주지를 떠나 국가 등이 지정한 거주지로 이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형 제시카법’을 둘러싼 논란은 이 같은 법적인 문제보다는 오히려 어느 곳을 고위험 성범죄자들이 거주할 지역으로 지정할 것이냐는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했을 때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범죄자들이 상시적으로 구금되어 일반 국민들과 접촉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교도소 등의 교정시설과 달리 고위험 성범죄자들이 살게 될 거주지는 거주지 이탈이 금지된 일정 시간대를 제외하고는 이들의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고위험 성범죄자들의 거주지로 지정되는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많은 연구와 충분한 설득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 앞으로의 기대효과

‘한국형 제시카법’ 이전에도 출소 후 고위험 성범죄자들은 소위 전자발찌라 불리는 위치추적 전자장치(이하 전자장치)를 통해 관리되었다.

그러나 전자장치는 지리적인 추적만 가능하다 보니 이들이 전자장치를 부착한 채로 또다시 동종 범행을 저지르더라도 국가가 이를 적시에 감독하기는 어려웠다.

특히 전자장치를 부착한 고위험 성범죄자들은 피해자를 자기 거주지로 불러들여 은밀히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거주지 지정을 통해 이들에 대한 감시 감독을 강화한다면 재범률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한국형 제시카법’과 함께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반복적인 성범죄를 저지르는 고위험 성범죄자들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성충동 약물치료를 예정하고 있다.

신상공개와 전자장치 부착, 거주지 지정과 성충동 약물치료까지 다양한 접근방식을 통해 앞으로 정부가 고위험 성범죄자들의 재범률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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