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일리]반도체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3조7천500억원의 적자를 냈다.

메모리 감산에 따른 고정비가 늘어난 탓에 반도체 적자가 기대만큼 크게 줄지는 않았지만, 모바일과 디스플레이가 실적 버팀목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4분기에는 인공지능(AI)용 수요가 늘고 메모리 가격이 반등하며 반도체 부문에서 본격적인 실적 개선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2조4천33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77.57%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31일 공시했다.

이번 영업이익은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1조8천358억원을 32.6% 웃돌았다.

매출은 67조4천47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2.21% 감소했다. 순이익은 5조8천441억원으로 37.76% 줄었다.

이는 지난 11일 공시한 잠정 실적(매출 67조원, 영업이익 2조4천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메모리 적자 폭이 축소되고 모바일과 디스플레이 부문의 실적이 예상을 웃돌며 올해 처음으로 조 단위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앞서 1분기와 2분기에는 각각 6천402억원과 6천68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부문별로 보면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 3조7천5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3개 분기 연속 반도체 적자로, 상반기 적자(8조9천400억원)를 포함하면 올해 낸 반도체 적자만 12조6천900억원이다.

다만 D램 평균판매단가(ASP) 상승과 출하량 증가 등으로 전 분기(-4조3천600억원)보다는 적자 폭을 6천억원가량 줄였다.

DS 부문의 3분기 매출은 16조4천400억원을 기록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DDR5, LPDDR5x 등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와 일부 판가 상승으로 전 분기 대비 적자 폭이 축소됐다.

시스템LSI는 주요 응용처의 수요 회복 지연과 재고 조정으로 부진했다.

파운드리는 라인 가동률 저하 등으로 실적 부진이 이어졌으나, 고성능컴퓨팅(HPC) 중심으로 역대 최대 분기 수주를 달성했다.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의 3분기 매출은 44조200억원, 영업이익은 3조7천300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 사업은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플립5·폴드5와 태블릿, 웨어러블 제품 등 3분기 신제품이 모두 판매 호조를 보이며 견조한 성장을 보였다.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의 경우 글로벌 TV 수요 감소에도 네오 QLE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초대형 TV 등 고부가 제품 판매에 주력해 수익성을 개선했다.

네트워크는 통신사업자의 투자 감소로 북미 등 주요 해외 시장 매출이 감소했다.

전장 사업 자회사인 하만은 고객사 수주 증가 등으로 3분기 매출 3조8천억원, 영업이익 4천500억원을 기록,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디스플레이(SDC)의 매출은 8조2천200억원, 영업이익 1조9천400억원으로, 중소형 패널의 이익이 전 분기 대비 대폭 증가했다.

4분기에는 반도체 부문의 실적 개선세가 한층 뚜렷해지며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는 고객사 재고 수준이 대체로 정상화된 가운데 시장 회복 추세가 가속화되고 전 분기 대비 가격 상승 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DDR5 고정가격은 PC와 모바일을 중심으로 상승하고 있고, 서버용 DDR5 고정가격도 8월부터 하락을 멈춘 상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9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과 같은 1.3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4월부터 5개월 연속 하락하던 메모리 가격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기미를 보이는 것이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9월 반도체 생산은 전월 대비 12.9%, 전년 동월 대비 23.7% 증가하며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ASP 하락이 멈추고 감산 효과로 수급 상황이 급격히 개선되며 신규 애플리케이션이 수요를 견인하는 것은 메모리 업사이클(호황) 초반부에 확인되는 전형적인 패턴"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DDR5와 LPDDR5x, HBM3 등 고부가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기술 리더십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고수익 제품인 차량용 판매 비중을 확대하고 생성형 AI 수요 증가에 맞추어 HBM3 양산 판매를 본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평택 반도체공장 3기가 초기 가동 중이며 이를 기반으로 DDR5, LPDDR5x, UFS 4.0 등 신규 인터페이스 수요 증가에도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연 '메모리 테크 데이'에서 용량이 기존의 1.5배 수준인 HBM3E D램 '샤인볼트'를 처음 선보이고, 고객사에 HBM3E 샘플을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HBM3를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온 가운데 4분기 후반부터는 삼성전자도 HBM3를 엔비디아에 공급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밖에 MX는 폴더블 신제품과 S23 시리즈의 견조한 판매를 이어가고, VD는 네오 QLED, 98형 초대형 TV 등 고부가 제품군 비중을 확대해 수익성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증권가에서는 4분기 반도체 부문 적자 규모가 1조원대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내년에도 거시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메모리 시황과 IT 수요는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시스템LSI의 경우 모바일 외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파운드리의 경우 GAA 3나노 2세대 공정 양산과 테일러 공장 가동으로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다양한 응용처로 수주를 확대할 방침이다.

어드밴스드 패키지 사업의 경우 국내외 HPC 고객사로부터 로직반도체와 HBM, 2.5D 패키징을 아우르는 턴키(Turnkey) 주문을 포함해 다수의 패키지 사업을 수주했으며, 내년 본격적인 양산과 사업 확대가 기대된다고 삼성전자는 전했다.

삼성전자는 실적 부진에도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시설투자액은 11조4천억원이다. 사업별로는 DS 부문 10조2천억원, 디스플레이 7천억원 수준이다.

3분기 누계로는 36조7천억원이 집행됐다. 이중 DS 부문은 33조4천억원, 디스플레이 1조6천억원 수준이다.

올해 연간 시설투자는 DS 47조5천억원, 디스플레이 3조1천억원 등 약 53조7천억원 수준으로 예상되며, 연간 최대 수준의 시설 투자가 집행될 예정이다.

메모리의 경우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평택 3기 마감, 4기 골조 투자,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용 투자 비중 확대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고 생산 수준의 HBM 생산능력 확보를 위한 투자 등 신기술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운드리는 첨단공정 수요 대응을 위한 평택 생산능력 확대와 미국 테일러 공장 인프라 투자 등으로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스플레이는 IT OLED와 플렉시블 제품 대응을 위한 투자 위주로 집행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설투자 및 R&D 투자를 꾸준히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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