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내빈들이 9일 오전 세종시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577돌 한글날 경축식에서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내빈들이 9일 오전 세종시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577돌 한글날 경축식에서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데일리]577돌 한글날을 맞아 한글문화수도를 지향하는 세종시에서 정부 경축식이 처음으로 열렸다.

행정안전부는 9일 오전 오백일흔일곱돌 한글날을 맞아 세종시 나성동 예술의전당에서 한글 관련 단체, 시민 등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글날 경축식을 개최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비롯해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김주원 한글학회장, 최민호 세종시장, 이창덕 외솔회장, 최홍식 세종대왕기념사업회장 등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 도시에서 한글날 정부 공식 행사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종시는 마을이름 등을 순수 우리말로 사용하고 한글사랑거리 조성, 한글 전담조직을 구성하는 등 한글을 사랑하고 상징하는 대표적인 도시다. 세종시의 명칭은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에서 따오기도 했다.

경축식은 '미래를 두드리는 한글의 힘'이란 주제로 마련됐다. 4차 산업혁명, 정보통신 고도화 시대에 최적화된 문자로 평가받는 한글의 매력적인 힘을 확인하고, 한글과 함께 열어갈 소통·화합·연대의 미래를 바라는 의미를 담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한글이 디지털 시대에 가장 적합한 문자로 평가받고 있다"며 "정부는 인공지능·디지털 시대에 대비하고 한글의 가치를 더 많은 세계인과 나눌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세종학당을 2027년까지 350개소로 확대해 한국문화를 더욱 넓고 깊이 있게 알리겠다"며 "관련 전문 인력의 역량을 끌어올리고 국가적 지원을 통해 한글문화의 산업화와 정보화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내빈들이 9일 세종시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577돌 한글날 경축식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행사에선 훈민정음 창제 의미와 한글 우수성 등을 담은 주제영상 상영에 이어 훈민정음 머리글 낭독, 기념공연 등이 진행됐다.

주제영상에는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이 깃든 훈민정음 창제의 의미, 한글의 우수성, 전 세계로 뻗어가는 한글의 위대함을 담았다.

김주원 한글학회장이 훈민정음 머리글 원문을, 아역배우 출신 배우 이민우씨가 해석본을 낭독했다.

한글의 보급발전을 위해 노력한 한글발전 유공자에 대한 정부포상도 수여됐다. 인도네시아의 찌아찌아족의 언어를 한글 표기법으로 연구개발하는 등 한글 발전에 기여한 이기남 원암문화재단 이사장(보관 문화훈장) 등 7명과 네이버문화재단이 주인공이었다.

축하공연에선 우리나라 1세대 비보이 남현준(팝핀 현준)이 한글 창제 당시 세종대왕의 고뇌와 백성을 향한 애민정신을 춤으로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만세삼창은 정영미 세종학당 교사와 대통령 연하장에 사용된 세종글꽃체의 주인공 홍죽표 할머니, 최홍식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회장의 선창으로 진행됐다.

이어 강릉세계합창대회 어린이 합창부문에서 은상을 수상한 '세종사계절하모니합창단'과 각종 세계합창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는 하모나이즈합창단이 '훈민정음 서문가', '노래여' 등을 합창했다.

이날 전국 곳곳에서는 중앙·지방정부, 문화기관·단체, 대학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념행사가 펼쳐졌다. 지방자치단체·재외공관·한국문화원 등도 자체 경축식·문화공연·우리말겨루기 참석 등 범국민적 경축식 분위기를 조성했다.

행안부는 한글날을 맞아 각 기관의 누리집과 지자체 소식지 등을 통해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운동을 전개했다.

다음은 한덕수 국무총리의 제577돌 한글날 경축식 기념사 전문(이상민 행안부장관 대독)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재외동포 여러분, 그리고 한글을 사랑하는 세계시민 여러분,

오늘은 우리 겨레의 스승이신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반포하신 지, 오백일흔일곱 돌이 되는 날입니다. 이처럼 뜻깊은 날을 온 국민과 함께 경축합니다.

특히, 올해에는 세종대왕의 이름으로 도시를 만들고, 마을과 도로 이름도 순우리말로 지은 세종특별자치시에서 경축식을 하게 되어,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그동안 한글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여 오늘 영예로운 정부포상을 받으신 수상자 여러분께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원암문화재단 이기남 이사장님과 미국 브라운대학 왕혜숙 교수님을 비롯한 모든 수상자 분들께서 한글의 세계화와 디지털화에 큰 힘 되어주셨습니다. 이분들에게 큰 감사의 박수를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국민 여러분,

한글은 문자를 창조한 사람과 함께, 창제 원리와 그 속에 담긴 철학이 온전히 전해지는 세계 유일의 문자입니다. 그 자체로 우리 민족의 자긍심이자, 인류의 위대한 문화유산입니다.

이미 전 세계 석학들이 한글의 독창성과 과학적 우수성에 찬사를 보내고 있으며, 특히 최근에는 디지털 시대에 가장 적합한 문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AI 시대를 이끌어 나갈 세계인의 언어가 바로 ‘한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국내 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도 한국어 서비스를 앞다투어 제공하며 우리말에 기반한 AI 환경 구축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우리 고유의 언어와 문자 체계로 ‘초거대 언어모델 개발’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것은 참으로 가슴 벅차고 놀라운 일입니다.

정부는 AI 디지털 시대에 대비하고, 한글의 가치를 더 많은 세계인과 나눌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습니다.

AI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한국어 자원을 확대하고, 다변화되는 언어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해나갈 수 있도록 어문규범을 체계적으로 정비하겠습니다.

지역, 세대, 성별에 따른 언어와 디지털 언어는 물론, 수어·점자 등의 언어자료까지 분석하여,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기반도 조성하겠습니다.

세계 속의 한글 확산에도 지속적으로 힘쓰겠습니다.

지난해에만 전 세계 85개국, 약 240여 개의 세종학당에서 12만 명의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웠습니다. 해외에서 한국어능력시험에 지원하는 사람도 연간 37만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정부는 세종학당을 2027년까지 350개소로 확대해 한국문화를 더욱 넓고 깊이 있게 알리겠습니다.

아울러, 관련 전문 인력의 역량을 끌어올리고, 국가적 지원을 통해 한글문화의 산업화와 정보화에도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의 말과 글에 ‘한글’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신 주시경 선생께서는 ‘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린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의 문화가 K-컬처라는 이름으로 세계인의 심장을 두드리고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였던 저력의 바탕에도 우리의 한글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그 가치를 전 세계가 인정한 한글은 새로운 세상을 열고, 새로운 시대와 함께 그 의미를 더하며 인류의 미래를 열어나가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더욱 중요한 것은 한글 창제에 담긴 숭고한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종대왕께서는 ‘글을 몰라 온전히 제 뜻을 펼 수 없는 백성’을 위해 새로운 문자를 만든다고 하셨습니다. 이처럼 백성을 위해 문자를 만든 군주는 역사상 세계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가 한글에 대한 자긍심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기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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