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
이영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

[뉴스데일리]윤석열 정부는 재정 건전성에 방점을 두고 재정지출 규모를 올해 대비 2.8%만 증가시킨 656조 9000억 원의 2024년 예산안을 지난 1일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는 2024년 예산안은 ①약자복지 강화 ②미래준비 투자 ③양질의 일자리 창출 ④국가의 본질기능 수행 뒷받침 등 네 가지 정책 분야에 중점 투자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2024년 예산안을 다음의 다섯 가지 측면에서 평가하고자 한다.

첫째, 재정 총규모와 재정 수지 관점에서 2024년 예산안은 재정 건전성에 방점을 두고 재정 규모 증가를 최대한 억제하고 재정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한 예산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이러한 긴축 건전 예산을 미래세대와 미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매우 적합한 조치로 평가한다. 전 정부 기간 동안 GDP 대비 관리수지가 2018년 –0.6%, 2019년 –2.8%, 2020년 –5.8%, 2021년 –4.4%, 2022년 –5.4%로 악화했는데, 윤석열 정부는 2023년 –2.6%로 개선했고 이후 2024년 –3.9%, 2025년 –2.9%, 2026년 –2.7%로 지속 개선할 계획이다.

둘째, 2024년 예산안의 배분은 크게 보면, 복지, 첨단 산업, 일자리, 안전에 중점을 두고 있는 예산이다. 이러한 예산 배분은 성장동력 유지, 고령화 대응, 복지 확대가 필요한 시기임을 고려하면 적합한 것으로 평가한다. 다만 연구개발 지원이 나눠주기식 R&D 예산으로 인식돼 과도하게 삭감된 것에 대해서는 다소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우리나라는 기술 발전에 기반해 성장을 지속해 온 국가로 정부가 기초 연구, 도전 연구, 신진 연구인력 양성에는 여전히 주도적인 역할을 지속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진연구자에 대한 지원은 예산서 상의 설명으로는 일부 사업에 대해서 증액이 된 것으로 나오지만, 현장에서는 전체 R&D 규모의 감소와 함께 전체 신진연구자 지원은 상당 폭 감소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셋째, 복지 사업과 관련해 기초생보, 기초연금, 노인일자리 사업들을 확대했는데 이러한 방향은 매우 적절한 것으로 평가한다. 우리나라에서 국민연금 도입이 석유파동으로 연기되면서 노인 빈곤과 노인 자살 문제가 OECD 국가에서는 가장 심각한 상태에 놓이게 됐다. 사회경제 정책의 오류로 인한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가 노인에 대한 기초연금을 확대하고 일자리 사업을 제공하는 것은 매우 적절하다. 다만 기초연금의 역할은 국민연금이 자리 잡아 감에 따라 그에 맞춰 축소돼야 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년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운용계획’과 관련 사전 상세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넷째, 우리나라의 가장 큰 사회문제인 저출산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육아 유급 휴직 기간을 18개월로 늘리고 부모급여를 7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높인 것은 매우 적절하다. 우리나라의 극단적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육아지원 확대는 꼭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며, 이러한 재정지원 확대와 함께 성장과 경쟁 지향적인 정책에서 안정과 균형을 추구하는 정책으로 기조 자체를 전환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방시대를 위한 교육과 산업 정책 예산들은 매우 적절하다.

지금까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자녀 교육, 인재 양성, 취·창업을 위한 지역의 여건이 여전히 취약함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교육정책을 지역균형발전의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지자체 중심으로 중앙정부-교육청-지역 학교-지역대학-기업들이 함께 지역 공교육을 살리고 지역인재의 양성, 취 창업, 정주체제를 만들기 위한 정부의 정책들은 매우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노동, 교육, 연금의 3대 개혁 과제 중에서 가장 어려우며 아직 구체적 안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연금개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자신의 목소리를 정치 과정에 제대로 반영할 수 없는 미래세대를 위해서, 건전한 정부 예산 운영과 미래준비 투자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국민연금이 미래세대의 노후 소득 보장 제도로 존속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대수명이 매우 높아진 현재, 저부담 중급여 형태의 현행 연금제도는 붕괴할 수밖에 없다.

연금제도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수급개시 연령을 늦추고 보험료율을 높이는 정공법을 사용해야 하는데, 보험료율을 높이는 구체적 방안으로 사업주의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재의 4.5%에서 3.0%P 정도 높이고 추가 납부 부분을 별도의 확정기여형 연금으로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별도의 확정기여형 연금은 정년 후 기존 국민연금의 수급이 아직 개시되지 못한 시기에 개인 소득을 보장하는 버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연금은 개혁의 시기가 늦어지게 되면 아무리 부담을 높이고 수급개시 연령을 늦춰도 국민연금 제도의 붕괴를 막을 수 없다. 이른 시일 안에 국민적 합의를 거쳐 국민연금 제도가 지속할 수 있는 형태로 개혁되기를 기대한다.[필자: 이영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

저작권자 © 뉴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