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숭재 육군공병학교장
이숭재 육군공병학교장

[뉴스데일리]지난 6월 23-1기 신임장교 지휘참모과정이 끝났다. 청색 교육생 명찰 대신 녹색 소대장 견장을 달게 될 소위들에게 학교장이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은 무엇일까? 30여 년 전 청운의 꿈을 품고 소대장이 됐던 날을 떠올렸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인생 단어’를 추려 봤다. ‘신임장교의 머리에 쏙쏙, 가슴에 콕콕’ 박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선정한 인생 단어는 10가지였다. 그중 소대장으로서 부하들을 대할 때 필요한 마음가짐 ‘애(愛)·친(親)·인(忍)·지(智)’ 4가지를 소개한다.

가장 먼저 ‘애(愛)’, 부하를 사랑하라. 흔히 사랑이란 ‘내 마음을 상대에게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랑 애(愛)’는 ‘받을 수(受)’와 ‘마음 심(心)’의 합자다. 즉 ‘자신의 마음’이 아니라 자신이 받은 ‘타인의 마음’이 사랑의 본질이다. 내가 준 마음과 견줌 없이 오로지 부하의 마음을 ‘귀히 여기고 그것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 그것이 바로 ‘부하 사랑’이다.

두 번째 ‘친(親)’, 부모의 마음으로 살펴라. ‘친할 친(親)’ 자에는 자식을 떠나보내며 작아지는 뒷모습이라도 보기 위해 나무(木)에 올라서서(立) 바라보는(見) 부모의 애틋한 마음이 담겨 있다. 지휘관(자)의 눈은 상급자가 아닌 자식 같은 부하를 향해 있어야 한다. 또래의 초급간부가 부모는 될 수 없을지언정 살 부대끼며 살아가는 친형·친누이처럼은 돼야 한다.

세 번째 ‘인(忍)’, 참을 줄 알아야 한다. 다시 말해 용서할 줄 알아야 한다. ‘참을 인(忍)’ 자는 마음(心) 위에 칼(刀)을 얹고 있는 형상이다. 참아야 할 때 참지 못하면 고요한 마음이 요동친다. 요동치는 마음 위에 칼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날카로운 칼날은 결국 나의 심장을 벨 것이다. 소대장 역시 보풀 하나 없는 빳빳한 견장을 단 햇병아리 지휘자이지만, 병사로 입대한 20대 초반의 부하들은 그보다 더 낯설고 모든 게 서툴 것이다. 실수하더라도 감싸 주고 기다려 주는 아량과 참을성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智)’, 지혜로운 소대장이 돼라. 지혜는 IQ라고도 불리는 지성과 다르다. 지혜는 아는 것(知)을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날마다(日) 곱씹어 되새기는 것을 말한다. 그럼 아는 것이란 무엇인가? 이것이 지성인가? 이도 아니다. ‘지(知)’는 ‘화살 시(矢)’에 ‘입 구(口)’가 붙은 모양으로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은 화살과 같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말을 신중하게 할 줄 아는 것, 그것을 매일같이 되새기는 것, 그것이 지혜다.

진심은 통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수료 전 마지막 교육을 시작했다. 하나의 단어라도 머리에, 가슴에 와닿았길 바란다. 그것이 하나의 씨앗이 돼 부하를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멋진 소대장이 되길 응원한다.[국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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