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일리]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품에 안게 됐다. 대우조선이 새 주인 찾기에 성공한 것은 2001년 워크아웃(채무조정)을 졸업한 지 21년 만이다.

예정대로 내년 상반기 중에 인수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면 방산과 친환경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한화그룹의 사업재편 작업도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16일 "대우조선과 한화그룹 간 2조원 유상증자를 내용으로 하는 신주인수계약이 체결됐다"고 밝혔다.

산은은 "본계약 이후 대우조선과 한화그룹은 국내외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승인 등 필요 인허가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투자유치를 통해 대우조선의 재무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돼 대우조선의 근본적인 경영정상화의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산은은 이날 오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매각 진행 상황을 보고했다.

이날 본계약 체결에 따라 기업결합, 방산 승인 등 거래 관련 국내외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되면 한화그룹은 신규 자금 2조원을 투입해 대우조선 신주를 인수함으로써 경영권 지분(49.3%)을 확보하게 된다.

유상증자 후 산업은행 지분은 28.2%(2대 주주)로 낮아진다.

유상증자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조원), 한화시스템(5천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4천억원), 한화에너지의 자회사 3곳(1천억원) 등 한화 계열사 6곳이 참여한다.

유상증자에 앞서 기업결합 심사 등 국내외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기업결합 심사 대상국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싱가포르, 튀르키예, 베트남, 영국 등 8개국이다.

방위사업법에 따른 방산업체의 매매 등에 관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 및 외국인투자 촉진법에 따른 외국인투자 허가 등도 선결 조건이다.

방산업체 매매 승인, 기업결합 심사 등 국내외 인허가 절차에는 통상 3개월 이상이 소요될 예정이다.

산은은 "한화그룹은 대우조선과 이종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바 조속한 시일 내에 기업결합 승인 절차가 완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화는 내년 상반기 중 인수 절차를 모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한화그룹과 산업은행은 지난 9월 한화 측이 대우조선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경영권 지분을 인수한다는 내용의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한화그룹 외 추가로 인수전 참여 의사를 밝힌 기업이 나타나지 않자 한화그룹은 10월부터 대우조선을 상대로 단독으로 상세실사 작업을 벌여왔고, 실사 과정에서 큰 변수는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화그룹은 2008년에도 대우조선 인수에 나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데다 한화 측의 대금 분납 요청을 산은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인수가 무산됐다.

2019년에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에 나섰지만 올해 초 유럽연합(EU)이 기업결합 불허 결정을 내리면서 매각 작업이 원점으로 되돌아간 바 있다.

대우조선 인수가 마무리되면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한화의 사업구조 재편도 사실상 마무리될 전망이다.

한화는 대우조선 인수를 계기로 기존의 우주, 지상 방산에서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시스템'을 갖춰 글로벌 방산 기업으로의 성장 토대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한화는 방산을 미래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에 따라 3개 회사에 분산됐던 그룹의 방산 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했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30년까지 '글로벌 방산 톱10'으로 키워 '한국판 록히드마틴'이 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한화의 해양첨단시스템 기술을 대우조선의 함정 양산 능력과 결합해 자율운항이 가능한 민간 상선을 개발하거나, 잠수함에 적용 중인 한화의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술을 활용해 친환경 선박을 개발하는 등 새로운 시장 진출도 기대된다.

액화천연가스(LNG), 암모니아, 수소, 풍력 등 한화의 에너지 분야 역량을 대우조선의 에너지 생산 설비, 운송 기술 분야와 결합해 그린 에너지 가치사슬(밸류체인)을 새롭게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수출 네트워크도 확대돼 수출 판로도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동, 유럽, 아시아에서의 고객 네트워크를 공유하면 한화의 무기체계는 물론 대우조선의 주력 제품인 잠수함·전투함의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대우조선의 경영 정상화 등은 한화가 풀어야 할 숙제다.

대우조선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자산총액 12조4천992억원 중 부채가 11조6천5억원이고, 자기자본은 8천986억원(영구채 2조3천억원 포함) 수준이다. 3분기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천291%다.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1조1천974억원이다.

한화는 대우조선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단순한 이익 창출을 넘어 지역 상생은 물론 수출 확대로 국가 경쟁력 강화에 일조하고, 이른 시간 안에 경영 정상화를 이뤄 조기 흑자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한화 관계자는 "6주간의 정밀 실사를 통해 대우조선의 기술력과 우수한 맨파워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관계기관, 채권단, 노조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을 통해 남은 인수 절차를 잘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계약 성사 조건에는 대우조선 등기이사 전원의 사임서 제출도 포함됐다. 이미 일각에서는 현 대우조선 경영진의 교체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과 한화 측은 "인수·합병(M&A)시 이사회가 조치하는 통상적인 절차 중 하나"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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