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입에 담기 어려워 그 동안 말을 하진 못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 되던 어느 날, 나는 신아일보 장덕중 기자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성격으로 봐서 수사가 더 진행되면 (노 전 대통령이) 자살 할까 두렵다’고 했다. 그랬더니 장 기자 역시, “정말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사실 그럴 개연성이 매우 컸다. 어쩌면 노 전 대통령은 자신 삶의 역사를 자존심 하나에 기대어 창조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그에게 검찰 수사와 그것과 함께 조성되는 비판여론을 대하는 노 전 대통령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우리는 그것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노 전 대통령으로서는 정말 가슴을 열어 이번 수사와 관련된 진실을 모든 국민에게 송두리째 보여줄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겠는가? 그러자면 방법이 단 한 가지, 바로 극단적인 최후의 선택 즉 자살 밖에 없었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은 그것을 감행했다. 아마 노 전 대통령의 측근들 중 많은 이들은 “우리 모두 그럴 줄 알았다”며 통탄해 마지않을 것이다.

사실 전직 대통령으로서, 더군다나 도덕성을 가장 중시했던 전직 대통령으로서 노무현은 검찰로부터 그것도 뇌물죄를 이유로 수사 받는 다는 것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 부담 때문인지 검찰 수사에 대응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태도 또한 평상시와 사뭇 달랐다. 단적으로 말해 검찰 수사에 대응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태도는 과거와는 사뭇 달랐다. 아마 평시 노 전 대통령이었다면, 분명 “사실을 극명하게 말하고, 직선적 행동을 보였을 것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번 일만은 직설적 화법을 피하는 듯 했다. 애초 자신이 운영하던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에 올린 글을 보면 왠지 이를 피해나가려 하는 듯한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이런 식의 대응은 노 전 대통령 스스로 자신을 옭아매는 일이었다.

노 전 대통령을 존경하던 많은 이들이 이로 인해 적지 않게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났다. 이것은 이번 검찰 수사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초기 대응 가닥이 영 잘못 잡혔다는 것을 말한다.

사실 노 전 대통령은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본격화 될 때, 관련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보 채널을 노 전 대통령은 전혀 갖지 못했다. 이 점이 살아있는 권력과 죽은 권력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번 검찰 수사에 대해 사전정보를 전혀 갖지 못한 노 전 대통령에게 밤은 고통스럽고도 긴 시간이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노 전 대통령의 진심은 여론에 가쳐 옴짝달싹할 수조차 없다. 자연히 피의자로서 노 전 대통령의 마음은 점차 더 초조해지고, 추후 일어날 일에 대한 두려움은 노 전 대통령을 더욱더 강하게 압박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노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검찰과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 간의 합작수사에 일단 뒤통수를 한 방 얻어맞은 셈이다. 그것은 본디 치명적이다. 이로 인해 노 전 대통령은 억 소리도 내지 못한 채 한 순간 비판적 여론의 도마에 올라버린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콩을 콩이라 해도 다들 팥으로 믿어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지경에 처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 지경이면 노 전 대통령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숨통이 옥죄어 단 하루를 견디기 힘들 것이다. 노 대통령 역시 그 고통을 산행에 나서기 30분 전 쓴 유서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 동안 너무 힘들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그렇다. 앞서 말한 대로 이것은 분명 참을 수 없는 고통이다.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 고통을 비굴하게 인내하기보다는 모든 것을 안고 간다는 일념으로 사저 뒷산인 봉화산 부엉이 바위에서 몸을 날렸다. 그러자 중력은 얼씨구나 하면 노 전 대통령을 지구의 품으로 끌어당겨 안았고, 노 전 대통령은 그 충격으로 절명했다. 물론 노 전 대통령이 유서에 남긴 말처럼 “(인간의)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설령 그것이 만고불변의 진리인들 지금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래서 지금 온 나라가 노 전 대통령의 아픈 마음을 노 전 대통령이 떠나고서야 비로소 온 국민의 아픈 눈물로 받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들 중 상당수는 노 전 대통령의 극단적인 선택에 대해 ‘내 그럴 줄 알았다’고 말하면서도, 그런 일이 있기 전에 취해야 할 일을 사실 그 누구도 강구하지 않았다. 특히 이 정부와 대한민국 검찰은 그 책임의 선상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비록 전직이라고 할지라도 대통령은 자연인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우리가 당면한 슬픔의 크기를 이루 말로 다 형언할 수 없디. 우리는 오늘 예고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앞에 깊은 슬픔과 통절한 심정으로 마주해 있다.

< ■노무현 전 대통령 유서 전문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 2005.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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