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 영원한 4번 타자 이대호 'RE:DAEHO' 은퇴식에서 이대호가 신동빈 구단주에게 글러브를 선물하고 있다.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 영원한 4번 타자 이대호 'RE:DAEHO' 은퇴식에서 이대호가 신동빈 구단주에게 글러브를 선물하고 있다.

[뉴스데일리]신동빈(67) 롯데그룹 회장은 이대호(40) 은퇴식을 위해 8일 부산 사직구장을 찾았다.

이날 이대호의 1회말 프로에서의 마지막 안타가 된 2루타와 8회초 투수로 등판해 1호 홀드까지 챙기는 장면을 모두 현장에서 지켜본 신 회장은 경기 후 은퇴식에서 직접 그라운드에 내려가 선물로 '커플 10번 반지'를 전달하기까지 했다.

구단주가 선수 은퇴식을 직접 챙겼다는 사실 자체로 이대호가 롯데에서 차지한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이제 롯데를 떠나는 이대호는 신 회장 앞에서 구단의 미래를 위해 직언했다.

은퇴사에서 "저희 선수를 지원하고 믿어주시는 롯데 구단에 감사하다. 앞으로 더 과감하게 지원해주시고, 특히 성장하는 후배 선수가 팀을 떠나지 않고 잘 성장하게 보살펴달라"고 당부한 것이다.

가깝게는 롯데 구단, 넓게 보면 롯데 그룹 자체에 과감한 투자를 요청한 셈이다.

이날 경기에 앞서서 진행한 은퇴 기자회견에서도 이대호는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자신이 후계자로 점찍었던 강민호(37·삼성 라이온즈)와 손아섭(34·NC 다이노스)이 FA로 팀을 떠나는 장면을 되새기며 "민호는 삼성에 있으면 안 되는 선수다. 민호와 아섭이는 롯데에 뼈를 묻어야 하는 선수인데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앞으로는 잘하는 롯데 선수가 다른 팀으로 안 가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우승을 못 해서 자신을 "50점짜리 선수"라고 평가한 이대호는 결국 한국시리즈 경험 한번 없이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롯데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진출은 1999년이었고, 우승은 1992년까지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14년부터 올해까지 10시즌 동안 포스트시즌에 나가본 게 2017년 한해뿐이다.

롯데가 좀처럼 '암흑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그라운드를 떠나는 이대호는 구단의 소극적인 투자를 지목한 것이다.

2019년 개막전 당시 101억8천300만원으로 10개 구단 가운데 최고액이었던 롯데의 총연봉은 올해 54억원까지 줄었다.

연봉 8억원이던 이대호의 은퇴로 더욱 여유가 생겼다.

이대호 은퇴식을 맞아 롯데 구단은 유례없을 정도의 은퇴 행사를 준비했다.

다양한 행사는 물론이며, 이대호의 등장 곡인 '오리 날다'를 부른 가수 체리 필터를 사직구장에 초청해 미니 콘서트까지 열었다.

정규시즌 144경기 대장정을 마친 롯데가 올겨울 이대호의 은퇴식만큼 알차고 화려한 전력 보강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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