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혁이 20일(한국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스타크 아레나에서 열린 2022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바를 넘은 뒤 미소짓고 있다.
우상혁이 20일(한국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스타크 아레나에서 열린 2022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바를 넘은 뒤 미소짓고 있다.

[뉴스데일리]'스마일 점퍼' 우상혁(26·국군체육부대)이 한국 육상 역사에 길이 빛날 이정표를 세웠다.

우상혁은 20일(한국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스타크 아레나에서 열린 2022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4를 뛰어 우승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12명 중 유일하게 2m34를 통과해 금메달을 확보한 우상혁은 자신이 보유한 한국 기록(2m36) 보다 높은 2m37에 도전했다.

우상혁은 1, 2차 시기에서 바를 건드린 뒤, 3차 시기 도전은 포기했다.

군인 신분인 우상혁은 특유의 거수경례 세리머니로 경기 종료를 알리고, 손흥민(토트넘)의 '기념사진' 세리머니도 펼쳤다.

한국 신기록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스타크 아레나를 찾은 모든 관중의 박수를 받으며 '세계 챔피언 등극'의 기쁨을 만끽했다.

시상식에서는 더 감격스러운 장면도 연출됐다.

이번 대회 남자 높이뛰기 시상식의 메달 수여자는 우상혁의 롤모델인 스테판 홀름(스웨덴)이었다.

홀름은 1m81㎝ 작은 키로도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세계를 제패했고, 개인 최고 2m40을 뛰었다.

우상혁이 지난해에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 2m35를 넘어 4위를 차지하면서, 홀름도 우상혁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홀름과 우상혁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대화를 나눴다.

도쿄올림픽이 끝난 뒤 우상혁은 "홀름이 도쿄 올림픽 주 경기장에 있었고, 남자 높이뛰기 시상을 했다"며 "내가 3위 안에 들었으면 '우상' 홀름에게 메달 받을 수 있었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7개월 만에 우상혁은 홀름으로부터 메달을 받았다.

그리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메이저 육상대회'인 세계실내육상선수권 시상식에서 애국가가 울렸다.

우상혁은 선수 소개 때 진지한 표정으로 거수경례를 한 뒤, 곧 특유의 밝은 표정으로 "가자"라고 외쳤다.

우상혁은 경쾌하게 바를 넘었다.

참가 선수 12명 중 유일하게 2m15를 건너뛴 우상혁은 2m20와 2m24, 2m28을 1차 시기에 통과했다.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고, 2m28까지 넘어선 선수는 우상혁과 로이크 가슈(스위스), 두 명뿐이었다.

우상혁은 2m31 1, 2차 시기에서는 바를 건드렸다.

그러나 3차 시기에서 압박감을 이겨내고 2m31을 넘었다. 우상혁은 팔짱을 끼며 멈춰 있는 바를 바라보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다시 기세를 올린 우상혁은 2m34를 1차 시기에 넘었고, 포효했다.

2m34에 도전한 가슈, 장마르코 탬베리(이탈리아), 해미시 커(호주), 치아구 무라(브라질)는 3차례 시기 모두 2m34를 넘지 못해 우상혁의 우승이 확정됐다.

도쿄올림픽에서 공동 1위를 차지한 탬베리도, 우상혁에게 밀렸다. 탬베리는 이날 2m31로 3위를 했다.

그동안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는 한국 팬들로부터 큰 관심을 얻지 못했다.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에 한국 선수가 출전하는 건 2012년 터키 이스탄불 대회에 나섰던 이연경(허들 여자 60m) 이후 10년 만이었다.

종전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 한국 선수의 최고 순위는 1995년 바르셀로나 대회 남자 400m에서 손주일이 달성한 5위다.

지난해 12월 김도균 한국 육상 대표팀 수직도약 코치와 함께 유럽으로 건너간 우상혁은 베오그라드 세계실내육상선수권 우승을 목표로 훈련했다.

2월 6일 체코 후스토페체에서 2m36을 뛰어 자신이 지난해 2020 도쿄올림픽에서 세운 한국기록(2m35)을 바꾸더니, 2월 16일 슬로바키아 반스카 비스트리차에서 열린 실내 육상대회에서는 2m35를 넘어 우승했다.

2022년 유일하게 2m35 이상을 뛰며 '세계 랭킹 1위'로 세계실내육상선수권에 나선 우상혁은 본 무대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우상혁은 한국 육상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우상혁은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2m35의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4위를 차지했다.

한국 육상 트랙&필드를 막고 있던 '올림픽 8위의 벽'을 깬 놀라운 성과였다.

1996년 이진택은 예선에서 2m28을 넘어 결선에 진출했고, 결선에서는 2m29를 뛰어넘어 8위에 올랐다.

우상혁이 도쿄를 발판 삼아 뛰어오르기 전까지, 한국 육상 트랙&필드의 올림픽 최고 순위다.

도로 종목인 마라톤에서는 1992년 바르셀로나에서 황영조(금메달), 1996년 애틀랜타에서 이봉주(은메달)가 메달을 땄다.

한국 육상은 1996년 이후 점점 세계의 벽과 멀어졌지만, 우상혁은 힘찬 도약으로 굳게 닫혔던 세계 정상권으로 향하는 길의 문을 활짝 열었다.

올해 우상혁이 2m36과 2m35를 넘자, 세계육상연맹은 우상혁을 '세계실내육상선수권 우승 후보'로 꼽았다.

세계 육상의 주목을 즐긴 우상혁은 밝은 표정으로 베오그라드 스타크 아레나를 누볐고 '금빛 도약'으로 새로운 남자 높이뛰기 챔피언의 등장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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