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일리]응어리진 한을 풀어낸 ‘퍼펙트 레이스’였다.

중국의 편파 판정 논란의 희생양이 되며 고개 숙였던 ‘쇼트트랙 코리아’가 마침내 베이징 시상대 정중앙에 섰다.

남자 쇼트트랙 간판스타 황대헌(23·성남시청)이 해냈다. 황대헌은 9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전에서 2분9초219를 기록, 스티븐 뒤부아(캐나다·2분9초254)를 제치고 우승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이다.

남자 3총사는 이틀 전 1000m 준결승에서 불거진 편파 판정 논란을 딛고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으로 결승에 진격했다.

황대헌과 이준서 모두 준결승에서 지난 판정 이슈에 대응하듯 상대와 접촉을 최대한 피하는 정교한 아웃코스 공략으로 조 1위를 차지했다. 1000m 준준결승에서 왼손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은 박장혁도 준결승에서 3위를 달리다가 2바퀴를 남겨두고 인코스를 공략해 2위를 차지하는 등 투혼의 레이스로 결승에 올랐다.

결승에서 레이스를 주도한 건 황대헌이다. 분노의 질주였다. 초반 후방에서 호시탐탐 추월 기회를 노린 황대헌은 8바퀴를 남겨두고 선두로 치고 나갔다.

이후 한 번도 상대에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1000m 판정 논란 직후 “더 깔끔하게 타겠다”고 당당하게 외친 그는 약속대로 강철 체력을 바탕으로 끝까지 레이스를 주도했다.

마침내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자 크게 포효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함께 결승에 오른 이준서와 박장혁은 아쉽게 각각 5위, 7위에 머물러 메달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은 레이스 직후 얼싸안으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냈다.

황대헌은 4년 전 평창 대회에서 ‘겁 없는 막내’로 불리며 남자 500m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베이징을 준비하면서 어느덧 남자 대표팀의 간판으로 성장한 그는 1000m 불운을 딛고, 불굴의 정신력을 발휘하며 커리어 첫 올림픽 금메달을 품었다.

한국은 이날 앞서 열린 여자 3000m 계주 준결승 2조 경기에서도 최민정(24·성남시청) 김아랑(27·고양시청) 이유빈(연세대) 서휘민(고려대·이상 20)이 호흡을 맞춰 4분5초904로 결승선을 통과, 캐나다에 이어 2위로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여자 대표팀은 레이스 막판 러시아올림픽위원회에 역전을 허용해 3위로 밀려났으나 최종 주자 최민정이 마지막 바퀴에서 아웃코스를 공략해 2위로 도약했다. 2014 소치, 2018 평창 대회에서 연달아 이 종목 금메달을 따낸 여자 대표팀은 13일 같은 장소에서 캐나다, 중국, 네덜란드와 결승전을 치른다.

여자 1000m 예선에서는 최민정(1조 1위)과 이유빈(5조 2위)이 가볍게 예선을 통과했다. 그러나 김아랑은 6조 3위에 머물렀고, 각 조 3위 선수 중에서도 5번째로 밀려 탈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