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우 대한치매학회 이사장(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 교수)
박건우 대한치매학회 이사장(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 교수)

[뉴스데일리]“이러이러한 검사 결과로 판단하여 볼 때…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로 생각됩니다.” 순간 진료실의 분위기는 매우 어두워진다. 물론 예상을 다 하고 오셨지만, 차마 피해 가고 싶어하는 이야기가 의사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선생님 그렇다면 저희는 어떻게 해야 되나요?” 어렵게 건네는 한마디가 모두의 마음을 답답하게 한다.

‘치매국가책임제’가 무엇을 바꾸었을까? 체감되는 변화는 치매라는 진단이 내려진 환자나 가족이 겪게 될 어려움에 공감하고 도움을 나누는 사회적 분위기로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통을 나누고자 하는 태도는 환자의 치료 계획을 세우는데 엄청난 차이를 가져다준다. 그리고 치매에 대응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치매국가책임제’가 시행되기 전, 치매가 그냥 무섭기만 해서 숨기고, 외면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너무나도 어렵고 외로운 치매와의 투병 생활을 하다가 지치고 지쳐서 “이제는 더 이상 못 모시겠어요”라는 태도로 병원을 찾는 분들이 많았던 시절이 있었다. “진단서 주시면 요양원에 가려구요” 많은 분들이 이 말을 떼자마자 눈물을 보인다.

그런데 치매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지겠다는 선언이 국민의 태도를 바꾸었다. “치매를 빨리 발견하면 무언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서요? 저 치매 검사 받고 싶어요.” 치매안심센터를 자발적으로 찾아오시기도 하고 문의를 하는 분들도 많아졌다. 대학병원 외래 진료실도 요양원 가기 위해 진단서를 요구하는 분들보다 조기 검진을 원하시는 분들이 훨씬 많아졌다.

부정적이고 소극적 자세에서 적극적이고 긍정적 대안을 찾으려는 태도의 전환은 단순히 홍보만 한다고 바뀌지 않는다. 많은 치매 전문가들이 방송 매체나 강연을 통해 태도의 변화를 강조하였지만 실효가 별로 없었다. 이렇게 국민들의 치매에 대한 마음가짐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은 이유 중의 하나는 분명 ‘치매국가책임제’의 천명과 전국에 256개 치매안심센터가 개소라는 실질적 실행에 있다고 생각한다. 전격적이고 과감한 투자였고, 그 곳에서 자신의 임무를 열심히 하는 종사자의 헌신이 있었다.

내가 가장 감사한 것은 치매라는 어려움을 국가가 함께 동행해 준다는 메시지가 분명 치매환자와 보호자들에게 큰 힘이 된다는 것이고, 치매안심센터의 활동이 의료와 복지의 사각 지역을 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치매국가책임제’의 세부 공약이 얼마나 지켜졌는가를 수치로 표현하고 싶지 않다. 이미 중앙치매센터에서 이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였고, 그 작업에 일부 참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를 하면서 국가가 일부 영역이라도 책임있게 치매 환자와 보호자의 어려움을 줄여 주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평가를 받고 있고, 이를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치매관리대책에 있어 우리나라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우위에 있음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이에 관련된 전문가들이 좀 더 노력하여, 제대로 된 치매 대책을 세계인에게 소개하는 대한민국이 되면 좋겠다는 기대도 해보게 된다.

이렇게 은근 기대가 커지게 되면, 염려 또한 같이 보이게 된다.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이러한 강력한 정부 지원이 얼마나 오래 갈 것인가?라는 지속가능성의 문제이다. 코로나19가 만든 세상은 요양원에 모신 치매 환자와 가족에게는 너무나도 혹독한 것이었다. 그들은 2년간 생이별 중이다. 그러나 감염이 너무 엄중하니 참고 또 참는다.

이렇듯 시대와 환경에 따라 정책의 우선 순위는 바뀔 수 밖에 없고, 항시 있어 왔던 문제는 새로운 이슈에 매몰되는 경우를 많이 지켜보았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 정치 권력을 누가 가진다해도 초고령사회에서 치매의 문제는 지속될 것이다. 너무 친근해서 잊혀지지 않았으면 한다.

올해부터 4차 치매관리종합계획이 시작된다. 여러 전문가가 모여 2021년부터 향후 5년간의 방향과 실천 항목을 선정해 놓았다. 대한민국은 2012년 ‘치매관리법’을 제정하여 치매에 대한 관리 정책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이 있었는지를 잘 모르는 국민이 많다. 그 이유는 이를 굳건히 지속하고 실행할 예산 배정이 다소 부족했기에 ‘치매국가책임제’의 공약이 나오기 전에는 그 기능을 제대로 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지속가능성을 위해 모든 국민이 노력해야 한다. 치매국가책임제에서 치매국민책임제로의 발전적 이양이 필요하다.[필자:박건우 대한치매학회 이사장(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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