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김원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뉴스데일리]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2020년 3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우리사회는 전례 없이 갑작스러운 고용지표의 변동을 목격했다. 직전인 2월 전년동월대비 49만2000명 증가했던 취업자 수는 3월 들어 19만5000명 급락했다. 여성 취업자 변동은 특히 더 극적이었다. 2월과 3월 사이 남성은 전년대비 16만2000명 증가에서 8만1000명 감소로 전환됐지만, 여성은 33만명 증가에서 11만5000명 감소로 돌아섰다. 이는 심대한 여성 일자리 위기의 서막에 불과했다. 코로나19 3차 확산이 지속되던 올해 1월 여성 취업자 수는 전년대비 59만7000명까지 감소했다(남성 38만5000명).

이러한 일자리 변동의 성별 격차는 감염병 위기가 여성이 집중된 대면서비스업에 더 큰 타격을 준 것과 관련이 있다. 여성이 전체 취업자의 61.2%를 차지하는 숙박음식점업이 대표적인데, 이 업종에서만 지난 1월 전년동월대비 36만7000명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이중 여성은 22만9000명(62.4%)이다. 이는 제조업, 건설업 등 남성이 더 많은 업종에서 일자리 감소가 두드러졌던 이전 경제위기 때와는 다른 양상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돌봄시설이 불안정하게 운영되면서 자녀를 양육하는 여성이 일을 그만둔 경우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35~39세 기혼여성 중 비경제활동 인구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상승할 때마다 크게 늘어, 2020년 4월 전년동월대비 1만8000명 증가했고 9월에는 2만명 증가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돌봄을 더 많이 부담하는 현실, 이를 당연히 여기는 문화로 인해 코로나19 일자리 위기는 어머니들에게 더 가혹했다.

여성이 임시·일용직, 영세사업장 등 열악한 일자리에서 더 많이 일하고, 이런 일자리일수록 고용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이번 위기에서 여성의 피해를 더 증폭시켰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50대 여성노동자 3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코로나19 이후 일을 그만둔 적이 있는 여성은 46.1%였고 이중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은 21.8%, 그중에서도 임시·일용직은 13.4%뿐이었다. 실업급여 미신청자의 절반은 고용보험에 가입한 적이 없거나 자격요건이 안 되었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월 5일 발표된 ‘코로나19 여성 고용위기 회복 대책’은 여성이 경제위기에 더 취약한 일자리에 놓여 있는 노동시장 구조 자체의 개선을 표방하고 있어 긍정적이다. 비록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는 점은 아쉽지만, 이번 대책은 당장의 여성고용 위기 회복부터 여성 일자리의 체질 개선이라는 중장기 과제까지, 코로나19가 드러낸 우리 노동시장의 고질적인 성별 격차에 대응하는 다차원적 정책 과제를 담고 있어 의의가 있다.

그럼에도 여성이 새로운 일자리에 취업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에 비해 현재 일자리를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좀더 강조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앞서 언급한 조사에 의하면 여성 재직자의 46.3%는 코로나19로 인한 휴업·휴직, 권고사직 등 고용조정을 한 가지 이상 직·간접적으로 겪었는데, 그중 35~47%는 여성, 임산부, 육아휴직자를 우선 대상으로 고용조정이 시행됐다고 답했다. 경영이 악화된 기업에서 성차별적 구조조정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장 지침을 마련하고 특별단속 등 근로감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대책만큼이나 노동·사회정책의 성인지적 개선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전국민 고용보험, 상병수당 도입 등 코로나19가 드러낸 고용·사회안전망의 취약성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이 한창 추진 중이다. 이러한 제도가 안전망의 사각지대로 더 쉽게 밀려나는 여성노동자, 임신·출산과 돌봄 부담으로 경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을 촘촘하게 보호하도록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코로나19 시기 재확인된 일·돌봄 부담의 성별 불균형 해소를 위해 보다 구조적인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여성의 고용유지를 위해 가족돌봄휴가, 유연근무제 등 일·가족양립 지원을 강화한 이번 대책은 바람직하지만, ‘체질 개선’ 수준의 대책이라기에는 모자람이 있다. 남녀에게 기울어진 일과 돌봄의 균형추를 바로 잡는 데 있어 돌봄 책임이 있는 노동자를 개별적으로 지원하는 휴가·휴직과 같은 처방은 한계가 있다. 근본적으로 남녀 모두의 일·가족양립을 어렵게 하는 장시간 노동 개선 대책을 이번 기회에 과감하게 추진해 보는 건 어떨까.

최근 스페인 정부가 시범 추진하겠다고 밝힌 주4일 근무제는 고용유지와 일·가족양립,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아이디어로 눈길을 끈다. 이처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회 전환의 마중물이 될 만한 혁신적인 대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김원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출처=국정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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