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보다 빠르고 열달만에 9㎏ 다이어트

제1회 대한민국 자전거축전이 4월 25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전국 이곳저곳에서 열린다. 이명박 대통령이 20일 라디오연설에서 강조한 ‘자전거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다. 이와 관련해 자전거 출퇴근으로 ‘자전거시대’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회사원 이선의씨(49)의 이야기를 소개한다.<편집자주>

지난해 6월 9일부터 10개월째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 집에서 서울 양천구 목동 회사까지는 왕복 50㎞ 되는 거리인데, 덕분에 10개월 전보다 몸무게가 9㎏ 정도 빠지고, 건강도 훨씬 좋아진 것을 느끼고 있다. 최근 들어선 그 흔한 감기를 앓아본 기억도 없을 정도다.

사실 자전거 출퇴근은 이번이 두 번째다. 9년 전인 2000년 봄부터 약 1년간 자전거로 출퇴근을 했다. 당시 양천구 목동 집에서 여의도의 회사까지 왕복 약 25㎞를 주 6일 동안 자전거로 출퇴근했다. 백화점 사은품으로 받은 그리 비싸지 않은 자전거를 집에 모셔두기가 뭣해서 한두 차례 자전거로 출퇴근하던 것이 1년 동안의 습관이 돼 버린 것이다.

다행히 목동 집에서 회사까지는 안양천과 한강을 따라 자전거 전용도로가 설치돼 있어 출퇴근에 별 어려움은 없었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래서 회사 동료나 가족들의 만류가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까짓것 한 번 해보자’

자전거 출퇴근을 시작한지 1년이 돼가는 무렵인 2001년 초 봄 우리 가족은 목동을 떠나 일산으로 이사했다. 자연히 자전거 출퇴근과도 거리가 멀어졌다. 처음으로 접한 지역이라 길도 낯설었고, 출퇴근 거리가 2배가량 늘어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7년이란 세월은 금방 흘러갔다.

그러던 지난해 6월초, 일산에 사는 회사 선배가 “내가 얼마 전에 자전거를 한 대 샀는데 이걸로 일산에서 서울 여의도 직장까지 출퇴근할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왜 못하겠어요. 조금 부지런만 떨면 충분히 가능할 거예요”라는 대답 때문인지 선배는 이후 몇 차례 자전거 출퇴근을 시도해본 것 같았다.

하루는“선배 요즘도 계속 자전거로 출퇴근 하시죠”라고 묻자, “아니 그게 말이지. 쉽지 않아. 약속도 많고. 하여간 자전거 출퇴근은 포기했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순간 나는 “일산에서 서울까지 자전거 출퇴근이 그리 힘든가? 까짓것 내가 한번 해보자”라고 오기를 부렸다. 아마 10년 전 자전거 출퇴근했던 때를 생각하면서 용기를 냈던 것 같다.

마침 잘 아는 분으로부터 자전거는 물론 헬멧, 장갑, 옷 등 장비 일체를 얻어 주말 운동용으로 자전거를 타고 있던 참이었다. 별도로 자전거용품을 마련할 필요도 없었다. 이렇게 나의 두 번째 자전거 출퇴근은 조금은 우스운 이유와 과정을 거쳐 시작됐다.

버스 등 대중교통보다 빠른 자전거 출퇴근

일산 백마역 앞 집에서 회사까지는 25㎞ 정도의 거리다. 다행히 일산은 자동차 도로를 피할 수 있는 농로가 잘 발달한 곳이고, 서울에 들어서면 한강과 안양천변에 나있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이용할 수 있어서 안전한 편이다. 이 코스를 이용하면 회사까지 갈 때 횡단보도를 2번만 건너면 되기 때문에 자전거 출퇴근족에게는 참 안전하다.

게다가 언덕이 거의 없고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누구나 무리하지 않는 수준인 시속 약 20킬로미터 정도로 페달을 밟으면 1시간 10분 이내에 회사에 도착한다. 교통체증이 심한 출퇴근 시간대에 버스나 지하철은 물론 때론 승용차를 타고 출근하는 것보다 시간이 덜 걸리는 셈이다.

지하철은 비록 교통체증은 없지만, 돌아가야 한다. 일산에서 목동까지 바로 가는 코스가 없기 때문이다. 평상시엔 버스든 지하철이든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면 집에서 회사까지 1시간 20분 이상 걸리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이 시간은 대중교통편을 이용하기 위해 기다리고 이동하는 시간까지 포함한 것이다.

자전거 출퇴근으로 얻은 것들

자전거로 출퇴근하면 출퇴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교통비도 아낄 수 있다. 만일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한다면, 하루 왕복 4200원씩 교통비를 부담해야 한다. 한 달 20일 출퇴근한다고 하면 8만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간다. 결국 나는 지난 10개월 동안 자전거 출퇴근으로 대중교통비 84만원을 절약한 것이다.

이밖에도 삶이 능동적으로 바뀐 듯한 기분이 든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늘 정해진 코스만을 왕복하지만, 자전거를 타면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골라 갈 수 있다. 대중교통 수단을 탈 때면 운전기사가 틀어놓은 방송만을 억지로 들어야 하지만, 자전거에선 음악을 듣든지 시사방송을 듣든지 모든 게 내 자유다.

아울러 여유 있는 삶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자전거를 타면 늘 바람소리, 새소리 등을 들을 수 있다. 떨어지는 빗물이나 눈발을 직접 맞을 수도 있다. 가끔 여름 장마를 피해 숲 밖으로 나온 달팽이 가족을 만날 수 있으며, 소풍 나온 고라니, 이름 모를 철새 등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자전거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들

자전거 출퇴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자전거다. 반드시 고가의 자전거를 살 필요는 없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성능과 내구성이 좋은 장비를 찾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자전거는 매일 계속 타야 하는 분신과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4월 20일 라디오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나라에선 지금 거의 자전거를 생산하지 않고, 중국이나 네덜란드, 캐나다 등에서 매년 200만대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오랫동안 타더라도 고장 없이 잘 나가는 자전거를 큰 돈 들이지 않고 쉽게 살 수 있어야 자전거족이 늘어날 것이다.

자전거 출퇴근을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인프라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내 경우엔 일산에서 행주대교를 지나 올림픽도로까지 자전거 전용도로가 잘 이어져 있어 출퇴근하는데 문제가 없지만, 다른 곳은 사정이 다르다.

현재 우리나라 도로사정상, 대개 자전거는 자동차도로나 보행자로를 함께 이용해야 한다. 이때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람은 자동차와 같은 신호를 받아서 움직여야 할지 아니면 보행자와 같이 움직여야 할지 헷갈린다. 자연히 안전사고 위험도 높아진다. 자전거 전용도로나 전용신호등 같은 안전장치를 조속히 확대 보급해줬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회사의 배려도 필요하다. 자전거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거치대는 물론,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고 몸을 씻을 수 있는 샤워실도 필요하다. 다행히 우리 회사에는 이 모든 것이 있어 큰 어려움이 없지만, 대부분의 자전거 출퇴근족들은 회사 근처 사설 샤워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회사의 작은 배려가 자동차 출퇴근 이용 활성화의 관건이다.

고유가시대를 이기고 저탄소 녹색성장을 하기 위해 자전거 이용을 장려하는 캠페인이 늘고 있다. 매스컴마다 자전거 타기가 일반화된 외국의 자전거 활용실태를 소개하며 우리의 의식 개혁을 촉구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우연의 일치긴 하지만, 나의 자전거 출퇴근이 에너지 절약과 저탄소 녹색성장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큰 보람을 느끼곤 한다. 요즘처럼 고유가 시대에 교통체증 없는 자전거 출퇴근이야말로 최선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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