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뉴욕, 현지시간),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만장일치로 의장성명의 채택을 통해 북한의 ‘4,5 로켓발사’가 지난 2006년 유엔안보리 결의 제 1718호 위반임을 확인하고 추후 강력한 제재의 실행을 호언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북한 당국은 즉각 외무성 대변인의 입을 통해 “6자회담의 탈퇴와 함께 6자 회담의 그 어떤 합의에도 더 이상 구속되지 않을 것”임을 명백히 하는 동시에 “자의적 핵 억지력을 백방으로 강구해 나갈 것”을 천명했다. 이를 위해 북한은 “영변 핵 시설의 원상복구와 함께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폐연료봉의 재처리에도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의 의도가 어디에 있든 일단 이로써 수년 간 막대한 비용을 들이며 끌어 온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은 일단 실패로 막을 내렸다.

이제 우리의 관심은 북한의 추후 행동이며,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이 어떻게 실행되는가의 여부만 남았다. 사실 이미 세계가 인정하든 하지 않던 북한은 이미 핵 강국의 지위를 이용해 한미일 3국을 압박할 것이다. 이로 인한 파장은 역내의 군비경쟁의 가속화 이다. 사실 북한의 지난 4.5 로켓 발사로 인해 가장 긴장했던 국가는 바로 일본이었다.

혹자는 북한이 북미 간 단독 회담을 이끌어 내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현 상황을 분석하지만 이 또한 좁은 시각이다. 지금 북한은 오로지 지난 9일, 제 12차 전국 최고인민대의원 대회에서 출범시킨 제 3기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제를 어떻게 공고히 나느냐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는 현재 인민을 결속시킬 새로운 방법을 강구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전쟁불가피론이다. 이는 향후 한반도 내 긴장이 최고조에 이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따라서 현재의 시기를 옳게 판단하고 잘 대응하지 못하면 그 동안 우리가 우려했던 북한의 대남 도발이 현실화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오늘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던 우리의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참여 선언을 일단 뒤로 늦춘 것은 시의 적절한 정부의 대응이다.

지금껏 늘 우리는 북한의 세계에 대한 정치군사적 대응을 ‘벼랑 끝 전술’이라며, 앞과 뒤를 재지 않는 무모한 행동으로 여겼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으며, 북한은 보다 치밀한 계산 하에 일상에서 조차 전투적 행동을 감행하고 있는 셈이다. 즉 북한은 한반도의 군사적/지정학적 위치를 늘 계산해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세계 유일의 공산주의 체제를 견지할 수 있는 것도, 더군다나 세계에 대해 ‘적대적 행동(핵무기를 개발하는 등)’을 감행하면서까지 현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것도 바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가 갖는 군사적 특수성 때문이다.

아무튼 우리는 늘 ‘우는 아이에게 젖 준다’는 식으로 북한의 행동을 대하는 등 이 점을 간과해왔다. 아울러 우리 역시 우리 방식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등 우리의 행동이 자칫 북한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으며, 무력에 의한 흡수통일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북한에 대해 우리가 기존에 갖고 있던 모든 생각을 바꿔야 한다. 생각을 바꾸면 대응 행동 또한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를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기존 남북한 간에 체결했던 모든 합의서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함께 기존의 남북관계에서 탈피해 새로운 남북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지금이 그 적기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그 동안 6자 회담이 추구했던 행동대 행동의 원칙이다.

어떤 방식이 되었든 새로운 위상의 남북관계를 빠른 시간 안에 정립하지 않으면 동북아 지역 전체에 긴장이 고조되는 새로운 정치군사적 질서가 태동할 수 있다. 어쩌면 일본은 더 늦기 전에 19세기 형 동북아 질서의 재탄생을 바라고 있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의 고립은 불가피하고 또 다시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몹시 불편한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 우리가 현재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며, 또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금까지 우리는 북한의 정치군사적 행동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지만 늘 미국에 기댄 채 북한의 적극적인 공세에도 소극적인 행동으로 일관해왔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북한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고, 우리 스스로 어떤 공세적 행동을 취할 것인가를 또 생각해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해 나가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우리의 공세적 행동이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충분히 경험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우리는 비록 제한적이지만 공세적 태도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지금 북한은 내부 결속에 최대의 역점을 두고, 세계와 한판 대결도 불사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행동은 핵 강국으로서 결코 위선이 아니며,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와 중미관계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취하는 일련의 전술적 행동이다. 우리는 이 같은 북한의 전술적 행동을 옳게 이해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여기에 기초해 옳은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2009.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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