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전국 예술강사 발대식…4000여명 본격 활동

봄비가 내리던 3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막이 오르고 오색 한복을 차려입은 40여 명의 초등학생들이 무대에 등장했다.

‘둥~둥~’ 북소리를 시작으로 각종 국악기들이 어우러진 멋진 합주가 시작됐다. 관객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장단에 맞춰 박수를 쳤다.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 얼쑤~” 한 학생의 천연덕스런 멘트가 이어지자 객석에선 파안대소와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속초 대포초등학교 ‘어린이 국악합주단’이 3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2009 전국 예술강사 발대식’에서 축하 공연을 펼치고 있다.<사진=문화체육관광부 홍보담당관실 전소향>

이들은 바닷가 마을 속초에서 올라온 대포초등학교 어린이 국악합주단이다. 대포초교는 지난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정한 ‘예술꽃 씨앗학교’로 선정돼 국악합주단을 비롯한 전교생이 문화예술교육 지원을 받고 있다. 어린 학생들의 공연을 시종 대견스런 표정으로 바라보던 관객들은 바로 이들의 예술교육 스승인 ‘예술강사’들.

올해 문화예술교육 시작을 알리는 ‘2009년 전국 예술강사 발대식’이 3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렸다.

이날 유인촌 장관은 “소외계층에 대한 문화예술교육 확대를 계기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일 뿐 아니라 양질의 사회적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길 기대한다”면서 “올해 전국 곳곳에서 활동할 총 4000여 명의 예술강사들이 어려운 이웃에 희망을 주고 입시위주 교육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워주기를, 여러분의 예술적 동지로서 특별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관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도 “이명박 정부의 교육 관련 핵심 키워드인 자율과 창의가 숨 쉬는 학교를 만들어 가는 데 예술강사들의 활력과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4800개 학교·600개 시설·단체에 전문 예술강사 4000명 파견

올해 문화부는 관계 부처와 협력해 전국 4800여 초·중·고교와 아동복지시설, 노인·장애인 시설 및 교정·소년원, 군부대 등 600여 개 시설·단체에 총 4000여 명의 전문 예술강사를 파견할 계획이다.

국악, 무용, 연극, 영화, 만화·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전공자들로 구성된 예술강사들은 예술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민들이 문화예술을 직접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시행 첫 해인 지난 2000년 500여 개 학교에서 750여 명의 강사로 시작한 문화예술교육은 2005년 법무부와 국방부,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와 업무체결을 맺으면서 보다 다양한 시설·현장에서 확대 시행되고 있다. 

문화예술 교육 과목도 2000년 국악 단일 장르로 시작해, 2002년 연극, 2004년 영화, 2005년 무용·만화/애니메이션, 2008년 미디어·디자인·사진(시범운영) 등을 추가하며 범위를 넓혀왔다.

올해 예술강사 지원사업에는 전국 초·중·고교(대안·특수학교 포함)의 약 42%에 해당하는 4797개 학교가 신청했으며 이 중 4674개 학교가 지원대상으로 선정됐다. 지난해보다 31% 증가한 수치다.

소외 아동·청소년 예술교육 확대…문화부-복지부 MOU

특히 문화부와 보건복지가족부는 이날 올해 아동·청소년 문화예술교육을 집중적으로 운영하고 장기적으로 노인, 장애인 등 소외계층 전반으로 교육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 부처는 앞으로 △복지시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방과 후 혼자서 지내는 ‘나홀로’ 아동·청소년을 위한 3박4일 문화예술캠프 △정명훈·조수미 등 문화예술교육 명예교사들이 주관하는 콘서트 등에 소외 아동·청소년 초청 등을 공동 추진할 방침이다.

문화부 문화예술교육과 최용철 사무관은 “문화부와 복지부는 양 부처가 갖고 있는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 저소득층 아동, 청소년, 노인, 장애인, 다문화가정에 대한 문화예술교육을 확대하고 문화 소외계층들을 문화로 감싸 안을 계획”이라면서 “정부는 내년 5월 서울에서 열리는 ‘2010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에서 이런 문화예술교육 성과를 소개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령 전 장관 “지금은 눈과 마음이 고픈 시대”

이날 발대식에서 특강을 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지금은 배가 고픈 시대가 아니라 눈과 귀와 마음이 고픈 시대”라고 역설했다.

이 전 장관은 “산업화 시대였다면 이 자리에 산업역군들이 모여 굶주림을 해결하고자 국민총생산을 높이는 결의대회를 열고 있을 것”이라며 “예술강사들이 오늘 이곳에 모인 것은 시대적 소명이 달라진 것을 의미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전 장관은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배우던 유치원생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면 점차 예술교육에서 멀어져 예술적 재능과 상상력을 잃고 만다”면서 “예술강사들은 어린이들에게 뭔가 가르치려 하기보다 인간의 본성 속에 이미 가진 예술적 감성을 일깨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과거 문학교육을 보면 김소월의 ‘진달래꽃’, 한용운의 ‘님의 침묵’, 이육사의 ‘광야’ 등을 무조건 애국시나 민족시로 분류해 시가 아닌 것으로 읽기를 강요했다”면서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을 전하는 예술교육은 하지 않느니만 못하므로 예술강사들은 산타클로스처럼 선물을 준다는 생각을 버리고 노다지를 캐내는 광부의 심정으로 어린이들 마음속에 있는 예술적 본성을 자극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명훈·조수미·강수진 등 명예교사 17명 3월부터 본격 활동

한편 지난해 10월 학교 문화예술교육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 교과부와 업무협약체결을 통해 위촉한 지휘자 정명훈, 성악가 조수미, 발레리나 강수진, 뮤지컬 배우 남경주 등 17명의 명예교사들은 이달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이들은 학교 및 사회복지시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콘서트와 강의를 결합한 ‘렉쳐 콘서트(Lecture Concert) 개최, 난타 체험, 문인과의 만남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문화예술교육의 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이날 발대식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 이대영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을 비롯, 문화예술교육 명예교사로 위촉된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과 예술강사 1800여 명이 참석해 결의문을 낭독하고 국민의 문화예술교육에 기여할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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