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현장 누비는 ‘홍보대사 스타들’ 누가 있나

오늘날 ‘스타’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미디어 그 자체’다. 대중은 스타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초미의 관심을 기울이고 집중한다. 방송, 신문, 라디오, 인터넷 등 미디어도 스타 없이 존재하기 힘들다.

자칫 딱딱하게 흐르기 쉬운 정부 정책홍보 영역에서도 스타가 가진 힘은 돋보인다. 각 부처 정책담당자들이 인기 연예인, 아나운서, 예술인, 운동선수 등 스타들을 ‘홍보대사’로 위촉하는 것도 정부가 하는 일을 국민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알리기 위한 노력이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유명인이 나서 줄수록 정책 홍보가 잘 되기 때문이다.

사실 스타와 정책의 만남은 ‘윈-윈게임’이다. 스타들의 좋은 이미지와 탁월한 메시지 전파력은 정책홍보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선택이 된다. 스타 입장에서도 사회 공헌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


“유명 연예인일수록 정책홍보 효과 높아”

최근 가장 성공적인 예가 지난 14일 ‘2010~2012 한국방문의 해’ 홍보대사로 위촉된 ‘욘사마’ 배용준 씨의 경우다. 홍보대사 효과는 위촉 당일부터 나타났다.

드라마 ‘태왕사신기’ 종영 후 공식 활동이 없어 근황을 궁금해 하던 국내외 팬들이 배 씨 참석 소식을 듣고 ‘한국방문의 해 선포식’에 구름처럼 몰려든 것이다. 행사 주최측엔 일본 팬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쳤고 NHK 등 3~4개 일본 언론사가 취재를 위해 방한했다.

파장은 나흘 뒤 배 씨가 ‘화관 문화훈장’을 수상하던 청주 예술의 전당까지 이어졌다. 행사 시작 전부터 일본 팬 400여 명이 장사진을 이룬 모습을 보며 공무원들 사이에서 ‘역시 욘사마’라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문화부 관계자는 “배용준 씨를 ‘한국방문의 해 홍보대사’로 임명한 순간, 일본과 중국 관광객들의 ‘한국 방문’이 이뤄졌다”며 “이게 바로 스타가 가진 힘”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한류스타 탤런트 류시원 씨도 지난 2006년부터 3년간 ‘한국문화관광’ 홍보대사로 활동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스타 홍보대사 섭외 ‘하늘의 별 따기’…일단 확정되면 헌신적 활동

그러나 분초를 쪼개 사는 스타들을 정부 홍보대사로 모시는 일은 그야말로 ‘하늘의 스타 따기’다. 거의 ‘살인적인 스케줄’을 조정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홍보대사는 기본적으로 ‘노 개런티’ 사회공헌활동이다. 많은 사람들이 거물급 연예인이 오갈 때마다 거액의 섭외비가 들어갈 거라 생각하지만, 이는 ‘오해’다.

지난 3월부터 ‘암예방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배우 박해미 씨도 처음 홍보대사 의뢰를 받았을 때 바쁜 촬영스케줄 문제로 고민하다, 주최측의 삼고초려 노력에 ‘오케이’한 케이스다. 

직접 박 씨 섭외에 나섰던 임민경 국립암센터 암코호트 연구과장은 “밝고 건강한 엄마 이미지와 적극적이고 실천적인 여성상을 두루 갖춘 연예인을 찾던 중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인기몰이 중이던 ‘오케이 해미’ 씨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엔 ‘생각해 보겠다’고 하다 결국 수락했다”고 전했다.

일단 홍보대사에 임명되자 박 씨는 암예방 수칙 홍보 포스터 촬영, 심포지엄 등 각종 행사 참석은 물론, 방송에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암 검진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등 전방위적인 활동을 펴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21일 ‘제1회 암예방의 날’ 기념식 때는 당시 해외공연 중이던 박 씨가 행사장에 나타나 모두를 놀라게 했다. 기념식 참석을 위해 일시 귀국, 행사 종료 직후 출국하는 정성을 보여 정책 관계자들을 감동시킨 것이다.

13년간의 투병생활 끝에 유방암을 극복하고 다시 왕성한 연기활동을 하고 있는 연극배우 이주실 씨도 3년째 ‘암예방 전도사’로 활동 중인 국가암정보센터 홍보대사다. 이 씨는 암 환자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일일 상담사’ 역할을 하는 등 자발적 봉사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정책 성격과 ‘맞춤 스타’ 선정이 정책홍보 성공의 관건

아무리 스타 파워가 홍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지만 그저 ‘유명하면 다 되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정책 성격과 홍보대사 이미지가 조화롭게 맞아떨어져야 한다.

개그우먼 박미선 씨와 아나운서 이형걸 씨는 ‘다문화사회 국민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다. 우리사회 이주민의 삶을 따뜻하고 열린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는 ‘러브 인 아시아’라는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이들의 삶을 감동적으로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 위촉 이유다.

KBS 프로그램 ‘러브 인 아시아’ 진행자인 방송인 박미선 씨와 이형걸 아나운서는 지난 4월 ‘다문화 홍보대사’로 위촉됐다.<사진=문화부 홍보담당관실 김민제>

아동 성폭력 예방 캠페인 ‘우리 아이 지키기’ 홍보대사(여성부)에는 한 아이의 엄마이자 직장여성으로서 대중에게 진지한 호소력을 발휘할 수 있는 MBC 앵커 김주하 씨가, ‘물가안정’ 홍보대사(기획재정부)로는 장기간 서민 대상 라디오프로그램 ‘싱글벙글쇼’ 진행을 맡아온 강석, 김혜영 씨가 적임자로 선정됐다. 유치원 원장 경력이 널리 알려져 있는 탤런트 김미숙 씨는 ‘유치원’ 홍보대사(교육과학기술부)에 발굴된 사례다.

부친이 베트남전에 참전해 상이1급 상이를 입은 국가유공자 자녀인 탤런트 양미경 씨와 청산리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고 독립군 양성에 기여한 김좌진 장군의 외증손자 탤런트 송일국 씨는 ‘국가보훈처’의 얼굴로 활동하고 있다.

이 외에도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 씨와 무형문화재 안숙선 명창은 ‘여수엑스포’ 홍보대사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며 아나운서 한성주 씨와 개그맨 정종철 씨는 ‘노인학대 예방’(보건복지부) 캠페인, 개그맨 박준형·김지혜 부부는 저소득층 가정 아동 지원을 위한 ‘드림스타트’(복지부), 방송인 서경석 씨는 ‘산업안전’(노동부), 영화배우 조재현 씨는 ‘국립공원’(환경부), 배우 김혜수 씨는 ‘전국범죄피해지지원센터 경기북부지원센터’(법무부), 탤런트 견미리·가수 태진아 씨는 ‘관세청’ 홍보대사로 각각 위촉돼 활약하고 있다.

최근엔 연예인 홍보대사가 많아져 주목도가 예전만 못 하다지만, 스타 인지도를 통해 주요 정책을 국민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홍보대사’의 힘은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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