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 대기업 횡포에 나락으로 떨어진 중소업체

거액 공사비 횡령 의혹 ․ 공사 진행 후 비용 지불 기피
충원토건, 동방설비 등 하도급 업체 연쇄 부도


두산중공업(전 한국중공업)이 과거 대규모 공사실적 내용 조작을 통한 공사비 횡령으로 하도급 업체들을 부도로 내몰은 사건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뉴스데일리 특별취재팀에 의하면, 두산중공업은 지난 1993년 영남권 주배관건설공사를 맡겼던 피해업체에 지급해야 할 공사비 120억원을 횡령, 하도급 업체 2곳 모두 부도가 나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하도급 업체였던 동방설비와 충원토건은 94년 부도가 났으며 그 이후 동방설비를 인수해 98년까지 공사를 진행했던 동방엔지니어링(대표 박덕성) 역시 공사 대금을 한 푼도 받지 못 해 부도처리 됐다.

94년 두산중공업은 충원토건 부도 이후 자체 어음으로 지급했던 부도어음을 회수하고 영남권 단독공사를 동방설비에게 진행 요청했다.

그러나 당시 동방설비는 부도상태로 공사가 불가능하자 박덕성씨에게 동방설비 명으로 단독 공사를 진행하면 충원토건에서 받지 못한 공사대금과 동방설비가 받지 못한 공사대금을 모두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며 공사를 강행시켰으나 약속을 어기고 대금 결제를 하지 않았다.

2심도 패소, 패소되는 악순환 초래

공사대금 결제를 회피했던 두산중공업은 오히려 영남권 공사비를 한푼도 받지 못해 98년 부도가 난 박씨에게 6천6백여만원을 내놓으라는 소송을 먼저 제기했다.

부도 후 전 재산을 털어 소송을 진행했던 동방엔지니어링의 박덕성 대표는 1심에서는 일부 승소했으나 2심을 맡았던 변호사의 무책임한 횡포로 1심에서 승소한 내용까지 뒤엎고 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박씨는 두산중공업의 공사를 진행했던 공사비를 전혀 지급받지 못해 피폐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어 관계자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문제가 된 공사는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영남권 주배관건설공사로 당시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이 맡아 신한종합건설을 통해 동방설비와 충원토건에 재하도급을 준 공사건이다.

93년 당시 한국중공업이었던 두산중공업은 충원토건과 동방설비에 각각 토목공사와 기계공사를 위탁, 공동 하도급 계약을 체결했다. 두산중공업은 당시 두 회사에 보증인 회사를 세우도록 하고 충원토건을 하도급 대표사로 하여 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1년 뒤인 94년 3월, 충원토건은 정산증감액 9억2천여만원을 지급받지 못해 부도 가 났으며 동방설비 역시 충원토건에서 지급받은 1억7백만원의 어음이 부도어음이 되자 공사비를 전혀 지급받지 못해 같은 해 6월 부도 처리됐다.

거듭된 두산중공업 측의 회유 및 결제 회피

이에 두산중공업측에서는 당시 정연광 동방설비 대표에게 충원토건에서 받은 부도어음을 되돌려주고 토목, 기계 부분 단독 공사를 진행하면 충원토건과 동방설비가 받지 못한 미지급 공사대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부도 상태로 공사를 진행할 자금이 없었던 정연광 대표는 박덕성씨에게 1억원의 자금을 투자해 공사를 진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박 씨는 두산중공업측에 사실 관계를 확인한 후 1억원을 투자하고 동방설비가 변경계약을 체결하면 공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 후 박덕성씨는 당시 영남권 주배관 건설공사 현장소장 소병화씨에게 동방설비가 변경계약한 후 공사를 진행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릴 겸 인사차 현장을 찾아갔다. 하지만 소씨는 준공기한이 임박했다며 계약은 책임지고 성사 시킬테니 올라가지 말고 내일부터 당장 공사를 진행해 달라고 선공사를 부탁해 작업을 진행했다.

선공사 진행이었던 만큼 사비를 들여 94년 10월부터 12월까지 공사를 진행했던 박 씨는 95년 1월 두산중공업에 공사대금 지급을 요청했으나 전혀 결제를 받지 못했다.

한편, 이에 항의하며 공사대금 지급을 요청하자 당시 한국중공업 건설본부장이었던 임광규씨는 동방설비를 인수해 잔여공사를 진행하면 그동안 미지급된 공사대금을 반영시켜 지급하겠다며 박 씨를 설득했다.

또한 조건부 보상차원에서 책임지고 3년임기 동안 탄탄하게 밀어주겠다는 감언이설로 박 씨를 설득하며 부도난 동방설비 인수 후 영남권 잔여공사를 진행해달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임 본부장의 말을 믿은 박 씨는 95년 3월 부도난 동방설비를 인수해 동방엔지니어링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관행 이용한 끊임없는 회유에 나락으로 떨어진 하도급업체

동방설비를 인수한 박 씨는 영남권 잔여공사를 하기 위해 현장에 내려갔으나 두산중공업은 충원토건, 동방설비의 이행보증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타 회사에 공사를 맡겨 진행시키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공사를 모두 진행한 후 공사대금을 전혀 지급받지 못한 박 씨는 공사비 지급을 거듭 요청했다. 그러자 동방설비를 인수하라 종용했던 임광규 건설본부장은 또다시 남부권 주배관 건설공사 25km 공사를 전부 하도급 85%에 주겠으니 영남권 공사비를 받지 말라 종용하며 실행 집행 예산이 끝나는 대로 계약시켜 준다며 96년 8월까지 영남권 공사대금 지급을 미뤘다.

그러나 임 건설본부장은 96년 8월까지 실행집행예산서를 빌미로 결제를 미뤘고 박덕성씨와 약속한 25Km 구간 하도급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단지 신한종합건설 밑에서 4.6km 구간, 그것도 일부만을 같은해 11월에 재하도급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처럼 두산중공업은 하도급 업체 대표였던 박덕성씨를 끊임없이 회유하며 공사대금 지급을 미뤄왔고, 결국 사비를 들여 공사를 진행했던 박 씨는 회사뿐 아니라 전 재산을 모두 잃고 피폐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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