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호 연설비서관 페이스북 캡처.

[뉴스데일리]청와대 비서관 '원년 멤버' 가운데 하나인 신동호 연설비서관이 16일 "작은 승리를 큰 승리로 착각한 자들에 의해 파국이 시작된다"는 글을 올려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 비서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스위스의 추상화가 파울 클레의 작품인 '새로운 천사'(앙겔루스 노부스) 이미지와 함께 '파국을 걱정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신 비서관은 "진보에는 인내심이 필요한 것 같다. 승리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역사를 배반한 자들만이 살아있다"고 남겼다.

신 비서관은 특히 "역사는 진보한다고 하지만, 반드시 진보해야 한다는 생각은 역사의 모든 역동성을 단순화시킨 결과"라며 "시대에 맞춰 유연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원칙으로 변화를 가져왔든, 실패를 했든, 원칙에 오류가 증명됐든 상황이 바뀌었을 때 과감히 그 시대와 함께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신 비서관의 이런 글을 두고 '촛불혁명' 이후 사회개혁을 기치로 내걸고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지만 최근 개혁작업이 여러 난관에 부딪힌 채 사회적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논란 및 최근 청와대-검찰 간 갈등국면을 거치면서 함께 '개혁'을 추진하던 진영 내에서도 충돌이 불거지고 있으며, 이에 따른 심리적 답답함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를 고발한 사건을 두고는 진보진영에서도 강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 대표적인 진보논객으로 꼽히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최근 여권을 겨냥한 비판에 연일 날을 세우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신 비서관이 "(진보가) 시대에 맞춰 유연해져야 한다"고 남긴 배경에는 민주당을 비롯한 지금의 여권이 이처럼 변해가는 시대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면서 갈등을 키운 것 아니냐는 비판적 인식도 녹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 비서관은 글에서 "미학자 진중권은 '새로운 천사'를 두고 '원래 한 몸이었으나 세상에 태어나면서 둘로 쪼개져야 했던 자신의 반쪽 같은 느낌이다'라고 말했다"면서 진 전 교수를 언급하기도 했다.

신 비서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문 대통령의 연설문을 담당해 온 비서관으로, 문 대통령의 신임이 깊은 참모 중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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